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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을식의 장편 연재소설
2018.05.22 02:05

오을식의 장편 연재 소설 (65) - 바람의 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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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밤의 연가


특유의 이죽거리는 표정이 다시 떠올랐다. 터무니없는 고리(高利)로 허구한 날 그리 모질게 숨통을 조이더니, 이젠 그도 모자라 치졸한 협박까지 즐기는 미친개. 그러고 보면 놈은 끊임없이 누군가를 괴롭히기 위해 태어난 일종의 괴물인지도 모르겠다. “개 같은 자식!” 정아는 고개를 모로 틀며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자신도 모르게 튀어나온 말이라서, 혹시 더벅머리가 들은 것은 아닌가 싶어 힐끗 침대를 바라보았다. 마침 뒤척이던 그와 눈이 마주쳤다.

“거기서 뭐하고 있어, 자지 않고!” 그가 타박조로 말했다.

“야경이 너무 아름다워서요.” 정아는 팔짱을 풀며 말끝을 흐렸다.

몸을 일으킨 그가 손짓으로 탁자 위의 물병을 가리켰다. 정아는 얼른 냉장고에서 새 병을 꺼내 컵에 따랐다.

“깜빡 존 것 같은데, 지금 몇 시나 되었지?”

그가 컵을 받아들고 물었다. 10시예요. 정아는 그의 하체를 힐끗 살피며 대꾸했다. 무섬증이 들도록 크고 단단했던 그의 성기는 이제 풀이 죽을 대로 죽어있었다. 볼품없는 모양새가 마치 항아리 속 오이장아찌처럼 나른했다.

물을 들이켠 그는 한 차례 크게 하품을 하고는 다시 자리에 누웠다. 정아는 리모컨으로 조도(照度)를 약간 낮춘 다음 침대로 갔다. 그가 팔을 내주더니 이내 정아를 바짝 당겨 깊이 안았다.

“정말 근사한 밤이야.”

그가 속삭였다. 시큼한 입 냄새가 코끝을 스쳤다. 정아는 얼굴 가득 웃음을 머금었다.

“나만 그런 건가?”

“아니에요. 저도 무척 좋아요.”

정아는 부러 부드러운 톤으로 말했다. 그가 손을 뻗어 정아의 얼굴을 어루만졌다. 볼에 손바닥 굳은살의 깔깔함이 생생하게 느껴졌다.

“정말 예뻐. 이런 미모에 애인이 없다면 거짓말이겠지?”

정아는 더벅머리를 빤히 쳐다보며 담담한 어조로 대꾸했다.

“예쁘게 봐주셔서 감사해요. 근데 남자 없어요. 앞으로도 없겠지요. 어떤 남자가 이런 직업을 가진 여자를 곁에 두려고 하겠어요?”

그의 미간에 세로로 주름이 잡혔다.

“그거야 모르는 일이지. 사랑은 때로 강도나 도둑처럼 찾아오기도 하니까.”

그의 도톰한 손이 정아의 가슴으로 내려와 원을 그렸다. 때를 같이해서 풀이 죽어있던 물건이 서서히 깨날 조짐을 보였다. 혹시 다시 정사를 시작할까봐 정아는 조금 불안해졌다.

뭔가 화제를 돌려서 시간을 끄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 퍼뜩 들었다.

“저도 궁금한 게 있는데, 대답해주실 거죠?”

“물론이지. 잘려나간 다리 얘기만 빼고, 뭐든!”

그가 허벅지를 가리키며 명랑한 어조로 대꾸했다. 정아는 순간 당황했다. 정아가 묻고자 했던 것이 바로 그 다리에 관한 것이었다. 방어막에 말문이 막힌 정아는 잠시 뜸을 들이다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결혼은....하셨지요?”

“기분 좋은 질문은 아니군. 한 적이 있지. 지금은 기억도 잘 안 나지만.”

“그 말씀은 마치 돌아온 싱글이라는 의미처럼 들리는데.”

그의 표정이 살짝 구겨졌다. 분위기가 어색해지자 정아는 얼른 말을 바꾸었다.

“사실 제 질문은 지금부터니까 솔직하게 대답해주셔야 해요. 뭐냐 하면, 남자 싱글들은 이성이 그리워지면 어떻게 대처하는지 궁금해요. 말하자면 몸과 마음이 합세해서 여자를 절실하게 원할 때 그때 어떻게 해결하시는지에 대해.”

직설적인 물음에 더벅머리가 웃음을 터트리며 정아의 유두를 살짝 비틀었다.

“뭘 어떡해, 여자를 사서 해결하는 거지.”

“어머나, 일본에서도 여자를 살 수 있나 봐요?”

“물론이지. 도쿄에 살 때는 집에서 가까운 거리에 유곽이 있었거든.”

“도쿄의 유곽이라면 혹시 이구이스다니?”

더벅머리가 뜨악한 표정으로 정아를 바라보았다.

“저 거기 가본 적이 있어요! 오래 전이긴 하지만.”

“거길?” 더벅머리의 눈이 더 커졌다.

정아는 대학 때 도쿄로 수학여행을 갔다가 우연히 우구이스다니를 들렀던 사연을 그에게 대강 설명해주었다.

“그러니까 맛집을 찾다가 유곽을 발견했다는 건가?”

“그렇다니까요. 그때는 거기가 아가씨로 유명한 지역인 줄을 전혀 몰랐어요.”

정아는 그의 표정이 꽤나 진지해졌다고 느꼈다.

“그러고 보면 그때 우리가 우구이스다니의 골목 어딘가에서 서로 마주쳤는지도 모르겠군. 그 즈음이면 내 두 다리가 멀쩡했던 때니까.”

더벅머리는 정아에게 자기 집의 위치와 그에 따른 동선을 알려주려고 무던히 애를 썼다. 하지만 정아는 그의 말을 귀담아 들을 수가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정아의 기억 속에는 오직 어두침침했던 우구이스다니역 주변과 저녁을 먹었던 식당의 풍경 외에 따로 생각나는 곳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공통의 화제를 획득하는데 실패한 그가 이제는 정아의 대학 생활에 관심을 가졌다. 대학에서 어떤 공부를 했냐고 거푸 물었다. 정아는 그의 물음에 선뜻 대답을 하지 못했다. 대학을 졸업하고서도 이런 일을 하고 있는 자신의 처지가 부끄럽고 한심하게 느껴진 탓이었다. 그의 집요한 질문에 정아는 결국 손을 들었다.

일본문학을 전공했다는 정아의 말에 그가 와락 반겼다.

“오, 문학도였군. 어쩐지 일본어를 정확하고 고급스럽게 구사한다 했지. 대화중에 여러 번 놀랐는데, 다 이유가 있었군 그래. 아주 근사해.”

그가 두 팔을 안으로 힘껏 당겨서 정아를 가슴 깊숙이 넣었다. 숨이 막힌 정아가 캑, 하고 소리를 질렀다. 그가 슬며시 팔을 풀며 말을 이었다.

“혹시 나쓰메 소세키를 아는가?”

정아는 주저하지 않고 대답했다.

“나는 고양이로소이다를 쓴 소설가를 말씀인가요?”

“맞았어! 바로 그 어른!”

그가 손바닥으로 정아의 엉덩이를 찰싹 갈겼다.

“아다마다요, 제가 그 작가의 작품론으로 졸업논문을 썼거든요. 그 작가는 유머와 리듬감 있는 문체로 우리네 삶의 불안한 내면 풍경을 꿰뚫어 보여주는데 일가견이 있잖아요.”

“전공자답군! 아주 멋진 평가를 해줘서 고마워. 믿기지 않을 테지만 내 몸에는 그분의 피가 흐르고 있지.”

“그게 무슨....?”

이번에는 정아의 눈이 동그래졌다. 그가 톤을 높여 말을 이었다.

“그 어른과 나는 제법 가까운 일가라는 뜻이지. 내 모친 쪽으로.”

와, 정말이에요? 이거 영광입니다.”

정아는 나쓰메 소세키의 얼굴을 떠올리려 애썼다. 책의 속표지를 통해 수없이 보았던 그의 얼굴이지만 막상 생각해내려니 쉽지가 않았다. 겨우 넓은 이마에 콧수염을 기른 참외 형의 두상만이 어렴풋이 생각났다. 그 모습을 더벅머리의 얼굴에 겹쳐보았다. 하지만 아무리 호의적으로 연결을 하려고 해도 작가의 피가 더벅머리의 외모에는 전혀 영향을 미치지 않은 것 같았다.

그가 정아의 가슴과 유두를 만지작거리며 말했다.

“난 나쓰메 소세키 할아버지의 소설은 별로야. 재밌기는 하지만 너무 권선징악적이거든.”

(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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