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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연우와 함께하는 와인여행 (43)
와인의 도시, 본(Beaune)의 자선 병원에서

우리의 인생 여정 반쯤 접어들어서,
바른 길을 잃어
어두운 숲 속에 있는
 나 자신을 발견했네.

-단테의 신곡, '지옥편'에서-

몇달 전, 쏟아지는 빗방울을 피하려고 뛰어 들었던, 시내의 한 서점 계단에서, 우연히 이 글귀를 마주한 후, 머리를 세게 얻어맞은 듯한 충격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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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점 계단에서 발견한 단테의 글귀 / 사진:서연우

2020년이 저물어 간다.
앞만 보고 달려왔던 지구인들에게, 올 해 만큼 잊고 싶은 한 해가 또 있었을까 ?
많은 사람들이 전염병 때문에,  '지옥을 경험 했고, 지금도 여전히  터널의 끝이 보이지 않는다.'

디종(Dijon)과 함께, 부르고뉴 와인의 중심도시인 본(Beaune).
'와인 자선 경매'의 유구한 역사를 지닌 본을 대표하는 한 건물의 대문이, 꾹 다문 입처럼, 굳게 닫혀있다. 작년에 떠들썩하게 치러진 그 축제같은 기억이 생생해서, 올해의 이 침묵은 무척 생소하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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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텔 디유 / 사진:서연우

이 건물(오텔 디유-Hôtel- DIEU de Beaune)이 생길 무렵인 1400년대 중반에는 영국과의 백년 전쟁에 따른 질병과 가난, 약탈, 배고픔으로 모두가 힘든 시절이었다. 그래서 그당시 높은 지위에 있던 귀족부부('필립 르 봉'이라고도 불리우는 '니콜라 홀랭'이라는 이름의 부르고뉴 공국의 공작과 그의 세 번째  부인)가  구제의 목적으로 이 자선병원을 설립하게 된다. 구제를 함으로써 그들 자신도, 신에게 구원 받을 수 있으리란 생각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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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립 르 봉:  디종 미술관 / 사진: 서연우


매년 11월 세 번째 일요일에 자선기금 마련을 위한, 부르고뉴 와인 자선 경매가 크리스티 경매사 주최로, 이곳에서 열리는데, 올해 160회 행사는, 전염병에 따른 이동 제한령 때문에, 예외적으로 12월 13일에 몇몇 소수의 사람들의 진행 하에, 경매입찰 상당수를 화상회의, 전화등을 이용하는 비 대면 방식으로, 조용히 치러졌다.
해마다 많은 관심을 받는 '라 삐에쓰 데 프레지덩'(La Pièce des présidents), 즉 228리터의 오크통에 담긴 병입 전의 와인으로, 경매를 통해, 특별한 자선 기부의 메개체가 되는 이 것을, 올해에는 끌로 드 라 호쉬 그랑크뤼(Grand Cru, Clos de la Roche)의 포도주가 선정 되었다고 현지 언론이 전하고 있다. '끌로 드 라 호쉬'는 부르고뉴 ' 코트 드 뉘'라는 지역의, '모레 생 드니'라는 마을 안에 있는 다섯개의 가장 질이 좋은 포도밭중 하나이다. 그리고 이 와인을 담은 오크통의 재료는 루아르 계곡의 가장 아름다운 성, 샹보르(Chambord)근처의 숲에서 나는, 최고로 질좋은 나무를 사용해서 만든것이라 전한다.
자선 경매의 현장을 지켜보는것도, 직접 경매에 참가하여 와인을 구입해 보는 것도 물론 의미깊은 일이다. 그러나 이 자선 병원 전체를 천천히 훑어보는 것 또한 각별한 의미가 있다. 
이 '오텔 디유 드 본'에는 여러 방들이 있다. 부자들이 치료받던 병실은, 화려하고 웅장한 태피스트리로 벽이 장식되어 있는데 비해, 가난한 자들이 기거하던 방은무척이나 단조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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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들과 빈자들의 병동 / 사진: 서연우

긴 복도를 따라 이어져 있는 여러 방들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곳은, '마지막 심판'이라는 그림이 자리잡고 있는 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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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후의 심판. 지옥과 낙원 / 사진:서연우

그 방을 나오면, 여러가지 약초가 심어진 소박한 화단이 나온다. 옛날에는 와인에 여러가지 약초를 넣어, 질병을 극복하는데 도움을 받는 용도로 음용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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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피스 드 본 내부의 건물전경, 약초가 있는 화단 / 사진:서연우

'최후의 심판'은 네델란드 화가(Rogier van der Weyden)가  나무 패널에 그린 유화 작품인데, 아파 누운 환자들이 병상에서도 볼 수 있게끔 크게 그려져 있다.  이 그림을 통해서 마음의 치유를 얻으라는 취지때문이라고 한다.
실제로 이 그림을 가만히 바라보면, 낙원과 지옥의 차이점에 대해 깨닫게 된다.
그림을 정면으로 바라봤을 때, 중앙을 중심으로 오른쪽에는, 사람들이 전부다 땅을 쳐다보고 등을 구부리고 있다.  하나같이 천사와 그리스도로부터 등을 돌리고 있다. 뭔가에 짓눌려 있다. 표정도 모두 어둡고, 입꼬리또한 내려가 있다. 무겁고 쳐진 분위기다. 다닥다닥 불어서 서로가 서로를 밑으로 끌어내리고 있다. 색채또한 어둡다.
반면, 중앙 왼쪽밑에 사람들은 모두 하늘을 쳐다보고 있다. 입꼬리가 올라가 있고, 색채또한 가볍고 밝으며, 꽃들이 많이 눈에 띈다. 적당히 거리를 유지한 채, 서로가 서로를 '띄워주고 있다.' 온통 밝은 빛으로 충만하다.
 꼭데기에 그려진 백합과 칼은, 아마도  축복과 저주를 상징하는 듯 하다.
그림이 선과 색채를 통해, 보여지는 것으로 감정을 표현하듯, 와인의 색깔또한 강력한 표현의 도구이다. 
색깔로서 와인의 나이를 유추해 볼 수도 있다. 어린 적포도주라면, 가장자리가 보랏빛을 띤 맑은 적색이 날 것이며, 해가  지남에 따라, 가장자리의 빛깔은 오렌지색, 갈색등으로 변해 갈것이다.
어린 백포도주라면, 잔에 따랐을 때, 가장자리가 옅은 은빛을 띌것이다. 그러나 시간과 함께 산화될 수록 갈색에가깝게 변해 갈 것이다.
또한 색깔은, 포도의 품종을 말해주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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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의 빛깔 / 사진:서연우

일반적으로 카베르네 소비뇽이나 쁘띠베르도, 말백같은 품종의 적포도주는 색깔이 짙고, 가메같은 품종은 옅은 적색이 난다.
기후, 고도, 포도나무가 어떤 방향으로 향하고 있는지, 일조량또한  와인 빛깔에 영향을 준다.
양조 방법에서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침용 시간을 어떤 온도로 얼마나 오래하는가, 숙성을 시킬 때 찌게미와 같이 숙성시킬 것인가, 말것인가. 산화 방지제를 얼마나 투입할 것인가에 따라서도 와인의 색이 영향받는다. 이렇듯 와인은 색깔로서 우리에게 많은 메세지를 전달한다.
거리에 사람들도 많이 다니지 않고, 서로 마스크를 쓰고, 와인 한 잔도 권하기 힘든 이 시기를 살고 있지만, 그동안 '멈춤'을 모르고 앞으로만 질주해 왔던 우리에게, 이 격리 기간이,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소중한 것'들을 깨닫는 시기가 되기를 소망해 본다.
시인 단테가, 인생의 길 중반에 캄캄한 숲에서 길을 잃고 서 있는 자신을 발견한 듯, 질병으로 막막한 현실의 이 어두운 터널을 빠져나오는 길은, '최후의 심판'의 그림처럼, 밝은 것을 바라보며, 가볍게 되는 것이 아닐까 ?
 내가 가진 것들을, 나보다 더 부족한 이웃에게 나눠주면서 말이다.

오래도록 이어져 내려오는, 와인경매를 통한 구제의 정신이, 참 의미 깊게 다가오는 2020년 12월 끝자락이다.



서연우
유로저널 와인 칼럼니스트
메일 : eloquent7272@gmail.com

대한민국 항공사. 항공 승무원 경력17년 8개월 .
이후 도불 ,프랑스 보르도에서 와인 소믈리에 자격증 취득후  
와인 시음 공부ㆍ미국 크루즈 소믈리에로 근무.
 현재  프랑스에  거주중.
여행과 미술을 좋아하며, 와인 미각을 시각화하여 대중에게 쉽게 전달할수있는 방법을 고민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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