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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을식의 장편 연재소설
2019.02.08 03:39

오을식의 장편연재소설 (제97회) 바람의 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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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을식의 장편연재소설 (제97회)  바람의 기억


7. 꽃비의 계절
 
먼저 나온 기남이 오른발을 쐐기 삼아서 밖으로 나서는 어머니를 도왔다. 걸음을 멈춘 어머니가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말간 햇살이 어머니의 머리에서 하얗게 부서져 반짝거렸다. 몸을 낮춘 기남이 손짓으로 차를 가리켰다. 순간 구부정했던 어머니의 허리가 곧게 펴졌다. 다급하게 차에서 내린 정아는 어머니를 향해 달렸다. 어머니도 팔을 훼훼 저으며 만지걸음으로 다가왔다. 어머니의 마른 몸이 정아의 품에서 빈 포대처럼 풀썩 꺼졌다.
그냥 집에 계시잖고! 날이 찬데.”
정아가 팔을 풀며 퉁명스러운 어조로 말했다.
하나도 안 춥다. 근데 얼굴이 왜 이렇게 상했다니!”
손바닥으로 정아의 볼을 쓸어내리며 중얼거렸다. 정아는 대꾸하지 않고 고개를 돌려 뒤따라온 은지를 불렀다. 어머니가 손뼉을 치며 반색했다.
아이고, 우리 강아지 왔구나.”
안고서 볼에 볼을 비비며 좋아라하던 어머니는 은지가 뒤로 한 발 몸을 빼는 바람에 일순 비틀거렸다. 기남이 얼른 부축하며 말을 붙였다.
오랜만에 딸내미와 손주를 보니 날아갈 것 같으시지요?”
그럼요, 그럼요. 꼭 꿈을 꾸는 것 같아요. 이게 다 사장님 덕분이어요. 이 은혜를 어떻게 갚아야 할지.”
별 말씀을! 당연히 해야 할 일이지요.”
기남이 뒷머리를 긁적거리며 대꾸했다. 정아가 뒤에서 쭈뼛거리는 영미를 불러 소개했다. 영미가 어머니를 품에 안고 흔들었다.
모두 차에 올라 가까운 마트로 갔다. 카트 가득 시장을 봤다. 정육점에도 들러 삼겹살과 국거리를 사고 국내산 우족도 골랐다.
차는 눈에 익은 풍경을 가르며 달리기 시작했다. 읍내를 벗어나자 시야가 시원하게 트였다. 비탈에 선 벌거벗은 나무들과 길을 따라 흐르는 강물 위로 나른한 봄볕이 쏟아지고 있었다. 정아는 되도록 창밖 멀리 시선을 두려고 애썼다. 휙휙 지나치는 가로수와 전봇대로 인해 멀미 기운이 밀려왔다.
이상하다. 그토록 까마득하게 느껴지던 산들이 왜 이리 낮고 초라하게 느껴지지? 그러고 보니 이 길도 이상해, 전혀 다른 길 같아.”
기남의 뒤통수에 대고 정아가 말했다.
그만큼 네가 컸다는 증거 아니겠어. 하긴 뭐 이 길은 실제로 많이 달라지긴 했다.”
여기가 그 무서운 고개 아니야?”
맞아, 그렇게 높던 고개가 밋밋해졌지? 보다시피 도로포장하면서 불도저로 확 밀어버렸거든.”
어머, 그럼 그 처녀귀신은 어떻게 되었을까?”
정아의 말에 시선이 일제히 기남에게 옮겨졌다.
너도 그거 아는구나.”
아다마다. 해 떨어지면 다들 무서워서 울고불고 난리였잖아.”
정아가 팔짱을 지르며 몸서리를 쳤다.
학교가 있는 읍내로 가려면 반드시 통과해야 하는 이 고개. 그런데 어느 날부터인가 사람들은 이 고개를 넘을 때마다 겁에 질려 식은땀을 흘렸다. 그건 고약한 소문 때문이었다. 떠도는 얘기가 워낙 구체적이어서 의심의 여지가 별로 없었다. 근처에 사는 어느 처녀가 애인에게 버림받고 아파하다가 남자네 헛간 들보에 목을 맸다고 했던가. 바로 그 시신이 이 고갯길 어딘가에 묻혔다는 것이었다. 예로부터 이 지방에서는 처녀가 스스로 목숨을 끊으면 특별한 무덤을 만들어서 그 원혼을 통제했는데, 그건 바로 사람들이 많이 왕래하는 길에다 몰래 묻는 것. 저승으로 가지 못한 원혼들은 구천을 떠돌면서 해코지를 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아예 무덤에서 밖으로 나오지 못하게 사람들이 자꾸 밟아주는 방법을 썼던 것이다.
고개에서 처녀의 모습을 봤다는 경험담이 하나 둘 늘자 아이들은 학교가 파하기가 무섭게 집으로 내달렸다. 해가 떨어지면 처녀귀신이 슬슬 일어날 준비를 할 것이라는 생각에 해가 서산으로 기울기만 해도 아이들은 가파른 오르막을 쉬지 않고 달려 넘었다.
하긴 이 고개를 넘다가 바지에 쉬한 애들 여럿 있었지. 그 중 하나가 바로 나고. 하하하...”
세상에나! 그러면 도로 공사할 때 진짜 뭔가 나온 게 있었어요? 처녀의 귀신의 흔적 같은 것 말이에요.”
기남의 너스레에 영미가 관심을 보였다.
그럼요, 있고말고요. 불도저에 아주 예쁜 아가씨가 걸려서 나왔거든요.”
영미가 어머나, 하고 탄성을 질렀다.
에이, 입에 침이나 바르고 거짓말을 해라!”
정아가 운전석 의자를 주먹으로 쳤다.
정말이래도. 머리칼까지도 그대로인 예쁜 여자가 알몸으로 떡하니 나왔다니까. 어머니, 제 말 맞지요?”
어머니가 바로 고개를 끄덕거렸다. 어머니에게 몸을 기울인 정아가 그게 정말이냐고 물었다.
나왔지. 하나도 썩지 않은 여자가. 다음 얘기는 사장님께 들어라.”
어머니가 턱짓으로 운전석을 가리켰다. 잠시 뜸을 들이던 기남이 룸미러를 통해 말을 이었다.
진짜 사람은 아니고. 어떤 무당이 한 짓이라는데, 한복을 입은 커다란 인형이었어.”
세상에, 흉측해라! 영미가 혀를 찼다.
여기서는 안 보이는데, 그 인형아가씨 저 산에다 봉분 만들어 다시 모셨지. 거 뭐냐, 무서운 인형, 처키인가. 그 사탄처럼 해코지를 할지 몰라서 말이야.”
차안의 시선이 모두 기남이가 가리키는 왼편 산으로 쏠렸다.
고개를 벗어난 차는 계속해서 천을 끼고 달렸다. 은지는 할머니 품에 기대 다시 졸기 시작했고 영미는 시시각각 달라지는 주위의 풍경을 눈에 담느라 여념이 없었다.
“3대가 그리 나란히 앉아있으니 참 보기 좋습니다.”
기남이 룸미러로 말했다. 정아는 팔을 뻗어 어머니의 손을 잡았다. 마음이 따뜻해졌다.
차는 세 번째 고개를 넘고 있었다. 정아는 창밖으로 시선을 주지 않으려 애썼다. 하지만 마음뿐, 고개가 절로 오른편으로 돌아갔다. 불을 피하지 못한 아버지가 보리새우처럼 엎드려있던 자리가 또렷하게 보였다. 거기에는 지금 마을 사람들이 아버지를 기리고자 세운 비석이 서 있다. 비석 옆에는 박씨아저씨의 봉분이 있다. 아저씨는 아버지의 장례가 끝난 후 뼈대만 남은 축사에 목을 매버렸다. 아저씨는 그것으로 농협에 진 빚과 아버지의 죽음에 대한 죄책감을 다 털어낼 수 있었을까.
돌아나가기 좋게 큰길에 차를 세우라는 어머니의 당부에도 기남은 굳이 골목길을 돌아 마당 안까지 차를 넣었다. 정아는 드문드문 풀이 자란 마당과 낮은 지붕을 차례로 살폈다. 마침내 집에 왔다는 안도감도 잠시, 안방 문을 열고 금방이라도 아버지가 달려 나와 안아주실 것만 같은 느낌에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기남이 트렁크를 열어 짐을 꺼냈다. 정아는 지갑을 꺼내들었다. 지갑을 본 기남이 거칠게 손사래를 쳤다.
그래도 미안하잖아. 우리 땜에 오늘 일도 못했는데... 기름값이라도 받아.”
어머니에 이어 영미도 거들었다.
나는 말이야, 오늘 비로소 내가 택시 사업을 하길 잘했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니까 이런 내 기분 망치지 마라. 그리고 택시 필요하면 언제든 전화해. 바람처럼 달려올 테니까.”
기남이 택시에 올랐다. 어머니가 다가가 조수석에 구겨진 지폐를 던져 넣었다. 기남이 그걸 집어 밖으로 던졌다. 차가 먼지를 일으키며 신작로로 나가는 동안 세 사람은 나란히 서서 손을 흔들었다.


(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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