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티나의 음악일기

바그너를 향한 사랑으로 지은 성 “백조의 성” 그 곳에 흐르는 노래

by 편집부 posted May 24,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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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그너를 향한 사랑으로 지은 성


“백조의 성”


그 곳에 흐르는 노래 





▲ 독일 노이슈반슈타인 성 (백조의 성)


독일의 로맨틱 가도를 따라 남쪽 끝으로 달리다보면 알프스 산기슭 자락에 있는 바이에른주 퓌센에 이르게 된다. 그곳에서 4km 남짓 이동하면 숲, 나무, 호수들이 어우러지는 알프스의 그림 같은 풍경 속에 자리 잡은 슈방가우의 ‘백조의 성(Neuschwanstein)’이 있다.

디즈니랜드 성의 모티브가 되었을 만큼 동화 같은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으며, 애니메이션 ‘잠자는 숲속의 공주’ 속에 등장하는 성이 바로 이 ‘백조의 성’을 모델로 했다.


독일어로 Neuschwanstein은 ‘백조의 성’이라 일컫는데, ‘Neu 새로운, Schwan 백조, Stein 돌’이라는 뜻이다. 



▲ 디즈니 <잠자는 숲 속의 공주> 성


백조의 성은 바이에른주의 왕 루드비히 2세가 1869년부터 짓기 시작해 17년에 걸쳐 완공되었다. 이 성은 작곡가 리하르트 바그너와 깊은 관련이 있는데, 바그너와 함께 어린 시절을 보낸 루드비히 2세는 바그너의 열정적인 팬이자 후원자였다. 당시 바그너는 게르만 민족의 신화를 주제로 한 곡들을 작곡했고, 건축에 관심이 많았던 루드비히 2세는 이 이야기들을 담은 자신만의 성을 건설하게 된다. 특히 바그너의 오페라 <로엔그린>에 심취했던 루드비히 2세는 오페라의 명장면들을 성 내부 벽화로 그리게 했다. ‘로엔그린’이 백조의 기사였기에, 성안 곳곳에서는 백조 장식과 그림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성 내부 거실에는 파르지팔과 로엔그린의 벽화가 있고, 통로 및 다른 방들 역시 <니벨룽의 반지>, <탄호이저>, <트리스탄과 이졸데> 등 바그너 오페라의 등장인물과 줄거리로 가득 차 있다.


루드비히 2세는 ‘백조의 성’에 대한 애착이 남달랐기에 이 성이 구경거리로 전락하는 것을 원치 않았고, 자신이 죽으면 성을 부숴달라고 부탁했다고 한다. 이토록 ‘백조의 성’을 사랑했던 루드비히 2세는 성의 완공을 채 보지 못하고 슈탄베르크 호수에 빠져 익사한다. 1886년 정신병자로 몰려 왕위에서 폐위당한 뒤 3일 만에 의문의 죽음을 맞이한 것이다.

너무도 사랑했기에 함께 세상에서 사라지길 바랐던 백조의 성은 세상에 남겨져 매년 140만 명 이상이 발걸음 하는 명소가 되었고, 루드비히 2세와 바그너의 이야기를 전하고 있다.



▲ 아우구스트 폰 헤켈, 1882/83, <로엔그린의 도착>, 독일 노이슈반슈타인 성 거실 벽화



▲ 아우구스트 슈피스, 1881, <트리스탄과 이졸데>, 독일 노이슈반슈타인 성 침실 벽화


리하르트 바그너의 오페라 <로엔그린>

Richard Wagener, Opera <Lohengrin> WWV 75


로엔그린은 리하르트 바그너가 작곡하고 대본을 작성한 오페라로 3막으로 구성되어있다. 바그너는 백조의 기사를 소재로 한 볼프람 폰 에센바흐의 <파르치팔>과 중세 독일 낭만 소설인 <로엔그린>을 기초로 독일어 대본을 완성하였다. 이 오페라는 1850년 8월 28일 바이마르에서 프란츠 리스트의 지휘로 초연되었다.



▲ 백조의 기사 ‘로엔그린’ 


10세기 초 지금의 벨기에인 브라반트를 다스리던 공작이 죽은 상황에서 유일한 계승자인 공작의 아들 고트프리드가 실종된다. 공주 엘자는 남동생을 죽인 혐의로 텔라문트 백작에게 고소당하고, 결투로 승패를 가리라는 판결이 내려진다. 결투에서 이기면 무죄이지만 여자인 엘자는 자신을 대신해 싸워줄 기사를 찾아야 했다. 이때 백조를 앞세워 나타난 기사 로엔그린이 나서서 텔라문트를 무찌르고 엘자는 무죄가 된다. 신비로운 성배의 기사였던 로엔그린은 자신의 신분을 묻지 않는 조건으로 엘자와 결혼하게 된다.


이때 울려 퍼지는 노래가 바로 ‘결혼 행진곡’으로 잘 알려진 바그너의 곡이다.

새 출발을 하는 부부의 결혼식에 빠지지 않고 연주되는 이 결혼행진곡은 사실 비극으로 끝을 맺는다. 


엘자는 신분을 묻지 않는 조건으로 로엔그린과 결혼했지만, 결혼 첫날밤을 넘기지 못하고 로엔그린에게 그의 신분을 물어보게 된다. 로엔그린은 성배(聖杯)를 지키는 성배기사단의 일원이자, 파르지팔 왕의 아들이었다. 그는 신분이 노출되면 악의 힘을 물리치는 능력을 잃게 되는데, 모든 것을 밝힌 로엔그린은 슬퍼하며 영원히 떠나기 위해 자신이 타고 온 백조를 부른다. 

이 백조는 사실 마녀 오르트 루트의 마법에 걸려 백조로 변한 고트프리트였고, 로엔그린의 기도로 이 백조는 다시 왕자로 돌아와 왕위를 계승하게 된다.



▲ 바이로이트 오페라 축제 중 <로엔그린>의 한 장면



동화와 환상 속에 등장할 법한 성을 짓고도 그곳에서 채 며칠을 살지 못한 루드비히 2세, 많은 혼란한 상황을 딛고 행복의 기회를 잡았지만, 간직하지 못한 엘자


산다는 것, 숨을 들이쉬고 내뱉는 것조차 내 마음처럼 되지 않을 때가 있다.

행복과 희망의 날들도 있지만, 수많은 선택을 스치며 후회와 미련이 남겨지기도 한다, 그 인생 여정에서 루드비히 2세는 ‘백조의 성’을 남겼고 바그너 역시 앞으로 수백 년 이상 연주될 수많은 작품을 남겼다.

  

알프스 산기슭 ‘백조의 성’ 곳곳에서 흐르는 바그너의 음악이 오래도록 남아 또 하나의 전설이 되기를...



음악칼럼니스트 여명진 크리스티나

mchristinayeo@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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