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처럼 살면 얼마나 좋을까? 물은 아무리 경치 좋은 산골짜기를 흘러 지나가도 머무름이 없습니다. 흘러온 곳에 아무런 아쉬움도 ...

by eknews15  /  on Jun 04, 2014 20:39

물처럼 살면 얼마나 좋을까? 물은 아무리 경치 좋은 산골짜기를 흘러 지나가도 머무름이 없습니다. 흘러온 곳에 아무런 아쉬움도 미련도 없습니다. 더러운 흙탕물이 흘러들어 물을 흐리게 하여도 몸을 사리지도 내치지도 않습니다. 그대로 받아들여 흘러내리다 보면 어느새 수정처럼 맑고 깨끗한 물이 되어, 하나 되어 흐릅니다. 목마른 사슴이 목을 축이고, 산새가 날개를 파닥이며 멱을 감고, 송어가 힘차게 물결을 거슬러 헤엄쳐도, 이름 모를 산야초가 물을 빨아들여 향기로운 꽃을 피워도 달라는 대로 내어줍니다. 이것저것 가리지도 않고 좋다 싫다, 옳다 그르다, 망설임도 주저함도 없이 다 내어줍니다. 아무런 바람도 없습니다. 차가운 밤에는 서릿발 되고 이슬이 되고 낮에는 물안개 되어 하늘높이 떠올라 구름이 되어 바람결에 실려 떠돌다가 눈비 되어 떨어져 내를 이루고 큰물 되어 바다에서 출렁출렁 파도칩니다. 엄동설한(嚴冬雪寒) 북풍 찬바람에 꽁꽁 얼었다가 버들강아지 움트는 봄기운에 녹아 흘러 바다로 바다로 먼 길 떠납니다. 바람처럼 풀어져서 정처 없이 떠돌아도, 바위처럼 단단하게 얼어붙어 미동(微動)을 못해도 물의 본 모양에 흔들림도 변함도 없습니다.

바람처럼 살면 얼마나 좋을까? 한가로이 살랑살랑 나뭇잎에 속삭이는 미풍이 되었다가 급히 흙먼지 일으키는 질풍(疾風)이 되기도 하고 세상을 쓸어가는 폭풍(暴風)이 되었다가 온통 세상을 뒤흔들어 휘몰아치는 광풍(狂風)이 되기도 합니다. 잔잔한 호수에 찰랑찰랑 물결을 일으키다가 갈 길이 급한데 가로막는 것이 있으면 바위를 굴려 밀어내고 나무를 뿌리째 뽑아 날립니다. 사막에 바람 불어 이리저리 모래 산을 옮기고, 소용돌이 회오리바람을 일으켜 바위도 집도 하늘 높이 들어 올렸다가 팽개칩니다. 그렇게 하고자 하는 마음이 없이 자연의 조건에 따라 그렇게 합니다. 분노도 슬픔도, 애달픔도, 아쉬움도 없습니다.

하늘에 별처럼, 만물만상처럼 살면 얼마나 좋을까? 금성과 화성 사이에서 수십억 년을 한 자리에서 돌고 또 앞으로도 수십억 년을 그 자리에서 돌아도 지구(地球)는 지루함을 모릅니다. 수많은 별들은 복잡한 역학관계 속에 있지만 그러함을 알지 못해도 한 치의 오차도 없이 힘의 균형을 유지하며 조화를 이루고 제 몫을 하고 있습니다. 독수리는 날고자 하는 욕망 없이 하늘을 날고 곰은 하늘을 나는 독수리를 부러워하지 않습니다. 양지식물(陽地植物)은 볕이 좋아 위로 자라다 보니 그늘을 만들어 음지식물(陰地植物)이 잘 자랄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음지식물은 습지(濕地)를 만들어 습지식물이 번성할 수 있는 삶의 터전을 만들어줍니다. 풀꽃은 벌 나비를 불러들여 맛있는 꿀을 주고 벌 나비는 풀꽃의 꽃가루를 이 꽃 저 꽃으로 옮겨 종족을 보존하게 합니다. 만물만상은 아는 것도 하고자 하는 것도 없이 스스로(自) 그렇게(然) 합니다.

사람은 늘 무언가 부러워하며 삽니다. 늘 무엇을 얻어가지려 합니다. 늘 무엇을 이루려 합니다. 부러워하던 것을 충족시키고 가지려하던 것을 가지게 되고 이루려는 것을 이루고 나면 또 다른 것을 부러워하고 가지려하고 이루려합니다. 늘 남보다 더 가지고 이루려 합니다. 그리고 경쟁 속에서 상대를 이기려 기를 씁니다. 짓밟고 부수고 죽이기도 합니다. 상극의 삶을 살아 균형과 조화의 자연 질서를 허물어뜨립니다. 상생의 삶을 살지 못하는데 그것은 인간마음이 있어서입니다. 만물만상이 상생의 삶을 살아 조화와 균형을 이루고 평화롭게 있는 것은 인간마음이 없어서입니다. 세상을 어지럽히는 인간마음이 문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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