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68년 영국에서 탄생한 왕립적산사 협회(RICS: Royal Institution of Chartered Surveyors)는 영국에서 적산관련 각종 업무 및 인력 인증 역할을 하는 단체로, 세계적인 명성을 자랑하고 있다. 왕립적산사 협회는 토지, 자산, 건설 부문 내 7개 분야의 적산사(QS: Quantity Surveyor) 자격 인증을 관리하고 있다. 영국 왕립적산사 협회가 인증한 적산사(QS)들은 영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해당 분야의 전문 인력으로 그 가치를 높이 인정받고 있다.  

영국 왕립적산사 협회의 적산사(QS) 인정을 받기 위해서는 전문자격시험(Test of Professional Competence)을 통과하고, 해당 분야 학위를 이수해야 하며, 협회 회원사에서 최소 2년 간의 도제(실무) 기간을 거쳐야 한다.

이번 시간에는 한국인으로는 매우 드물게 영국에서 적산사(QS: Quantity Surveyor) 과정을 이수 중인 한재준 님을 만나보았다.

유로저널: 이렇게 만나뵙게 되어 반갑습니다. 오늘 유익하고 흥미로운 얘기 부탁드립니다. 한국에서 건축공학 학사를 졸업하셨는데, 건축공학을 전공하게 된 사연부터 시작해볼까요?

한재준: 제 누님도 건축과를 졸업했기에 저 역시 어렸을 때부터 건축 설계에 관심이 있었고 대학도 건축학과로 입학했습니다. 그런데, 막상 건축학과에 입학하고 보니 정말 쟁쟁한 친구들이 많더군요. 건축은 그림 솜씨, 손재주가 좋아야 하는데, 안타깝게도 저는 별로 소질이 없었습니다. 결국, 한 학기만 다니고 입대하려고 휴학을 했습니다. 그리고, 입대 전 아버지 일을 잠시 도와드리다가 생각이 바뀌어서 아예 대학을 가지 말고 아버지 일을 물려받자고 결심, 학교를 관두었습니다. 그리고 나서 우연히 수능을 다시 보게 되었고, 이번에는 건축공학과로 입학을 하게 되었습니다. 많은 분들께서 건축학과와 건축공학과를 혼동하시는데, 건축학과는 설계, 디자인을 공부하는 곳이고, 건축공학과는 그 외 모든 영역, 그러니까 시공, 구조설계, 건축설비, 시공관리, 건설경영 등을 배우는 곳입니다. 저처럼 그림 솜씨가 없어도 상관이 없는 것이지요. (웃음) 원래 우리나라에서는 두 과가 하나로 합쳐져 있었는데, 10년 전쯤 전문화되어 건축학과가 분리되어 나왔습니다. 영국은 이미 처음부터 세분화되어 있었고요.

유로저널: 그렇다면 영국으로 유학을 오게 된 계기는?

한재준: 건축공학을 전공하면서 관심이 있었던 분야는 건설경영(Construction Management)이었습니다. 대학 재학 시절의 화두는 건설산업의 선진화였고, 마침 미국에서도 건설경영이 부상하면서 한국에서도 각광을 받던 시기였습니다. 건설경영은 그야말로 건설의 전 과정을 관리, 진행하는 것이지요. 그런데, 2학년 2학기 때 우연히 교수님한테 적산사(QS: Quantity Surveyor)에 대해 듣고 관심이 생겨서 교수님과 구체적으로 얘기를 나눴습니다. QS에 대한 자세한 얘기를 들어보니 영국에서 처음 생긴 것이고, 정식 인증협회도 영국에 있더군요. 그래서, 이 분야를 본격적으로 공부해 보고자 영국을 찾게 되었습니다.

유로저널: 저를 포함한 대부분의 독자들에게는 적산사(QS: Quantity Surveyor)라는 용어 자체가 상당히 생소한 만큼, 보다 상세한 설명 부탁드립니다.

한재준: 적산사(QS: Quantity Surveyor)가 영국에서 탄생한 고유의 개념이고, 아직 한국에는 QS 직종이 존재하지 않는 만큼 많은 분들이 생소해하실 것입니다. QS들이 하는 업무를 쉽게 설명하자면 견적을 뽑고 공사에도 직접 참여하는, 즉 전 공정에 걸쳐서 비용 관리, 경영(Cost management)를 하는 것입니다.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하면, 설계자에 의해 작성된 시방서 및 도면 등으로부터 수량산출 및 단가견적 등을 통해 수량조서를 작성, 예산기획, 비용분석, 비용예측, 공사비와 관련된 업무 전반에 대하여 개략적산 및 기획예산에 대한 조언, 투자평가, 가치분석, 사업생애주기비용분석, 입찰계약업무 대행, 수량조서 및 계약문서 작성, 입찰가 분석, 완료작업 가치평가 및 기성액 사정, 최종공사비 확정 기타 공사비 관련 조언 등을 하는 것입니다. 여기에 요즘 들어서 적산사가 하는 주요 업무의 하나는 발주자와 건설사 사이에서 발생하는 분쟁 관리입니다. 건설업은 제조업과는 달리 변수가 많고, 그러다 보니 공사가 진행되면서 공사비 관련 분쟁이 자주 발생하곤 합니다. 영국은 적산사가 이러한 분쟁 조정 역할을 하는데, 한국을 포함한 다른 나라에서는 주로 변호사가 그 업무를 합니다. 그러나, 한국도 외국 회사와의 건설 분쟁이 생기면 영국 QS를 고용하곤 합니다.

유로저널: 현재 영국에서 어떤 과정을 이수 중이신지요?

한재준: 저는 현재 킹스톤 대학에서 Msc in QS 과정을 이수 중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 과정은 외국 학생을 대상으로 개설된 것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이러한 QS 학위들 자체가 영국 국내 QS 공급 위해 생긴 것이다 보니, 유학생을 별로 달가워 하지 않습니다. 현재 제가 이수 중인 과정에는 한국 대기업 건설사에서 교육 차 파견한 6명의 한국인들이 있습니다. 그러나, 지금까지 한국인이 정식 QS 인증을 받은 경우는 단 한 명이었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정식 QS 인증은 단순히 대학에서 해당 학위를 마친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 학위와 함께 실무를 경험하는 도제 과정을 마쳐야만 합니다.

유로저널: 그러니까 QS가 되기 위해서는 학위 말고도 실무 경험을 갖추어야만 정식으로 인증을 받는다는 얘기군요.

한재준: 그렇습니다. 이 교육의 핵심은 학위 과정이 아니라 도제 과정에 있다고 보는 편이 맞습니다. 정리하자면 정식 인증을 받은 적산사(Chartered Surveyor)가 되기 위해서는 정규대학(원)에서 왕립적산사 협회로부터 인증을 받은 코스(Accredited Course)를 졸업하고, 역시 왕립적산사 협회가 인정하는 도제과정을 2년간 이수한 후, 최종 시험가지 통과해야 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최소한 이 모든 과정을 마치려면 5년이라는 기간이 소요됩니다.

유로저널: QS 과정을 공부하면서 특별히 힘든 점이 있다면?

한재준: 앞서도 말씀드린 것처럼 이 과정 자체가 영국의 국가적인 영역에 속하는 관계로 해외 유학생이 거의 없다는 점이 일단 어려운 점입니다. 지금까지 한 학기를 마쳤는데도 공부하는 방법을 아직 명확히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정말 많은 과제와 시험들이 있었는데, 부끄럽게도 그 중 과제 하나를 Fail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요구하는 것을 정확히 파악했어야 하는데 그 부분에서 소홀했던 것 같습니다.

유로저널: 한국에서의 학업과 차이점이 있다면?

한재준: 한국 공대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답이 맞을 맞추는 것이었는데, 여기서는 여기서는 정답 그 자체보다도 답을 유출하는 과정을 매우 중시합니다. 앞서 언급한 Fail한 과제도 교수의 코멘트를 보면 제 계산은 맞았는데 교수가 요구하는 과정을 충분히 제시하지 못했다는 것이 이유입니다.

유로저널: QS 라는 직업의 전망은 어떻게 보시는지요?

한재준: 우리는 흔히 모든 영역을 미국이 다 관장하고 있다고 생각하기 쉬운데, 국제적인 건설 프로젝트들을 보면 의외로 미국 출신보다는 영국 출신 QS들이 활약하고 있습니다. 인증 QS의 경우 건설 업계에서 오히려 건축가보다 연봉이 더 높은 경우도 있는 만큼, 충분히 매력적인 직업으로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만큼 매력적인 직업이라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QS가 점차 증가하고 있고, 당연히 QS들 사이에서의 경쟁도 점점 치열해지고 있습니다. 게다가 최근 전 세계적인 경기침체로 인해 건설업계 역시 인력 감축이 진행되기고 했고요.

유로저널: 마지막 질문을 드리기 전해 분위기 전환 겸 다른 질문을 드려보죠. 영국의 장단점은?

한재준: 저는 정말 간단합니다. (웃음) 영국의 장점은 맥주의 종류가 많다는 것, 단점은 날씨가 안 좋다는 것.

유로저널: 마지막으로 앞으로의 계획, 꿈이 있다면?

한재준: 일단 계획은 현제 학위를 마친 뒤 도제과정을 밟고 정식 QS가 되는 것입니다. 그리고 나서 QS로 일정 경력을 쌓은 뒤 한국으로 돌아가서 한국에서 QS업체를 만들어 보는게 꿈입니다.

유로저널: 오늘 너무나 유익한 이야기 감사드립니다. 앞으로 한재준 님의 꿈이 꼭 이루어져서 한국에서도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QS들이 많이 배출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유로저널 전성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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