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저널: 이제까지 주로 어떤 사진 작업들(어떤 대상을 중심으로)을 하셨는지요?

정정회: 처음에 사진을 시작했던 때에는 여러가지 장면, 풍경, 사물, 인물 등 가리지 않고 마구 찍어대는 그런 작업들을 했던 것 같습니다. 그러다가 사진을 그렇게 접근해서는 뭔가 전문성이 없어 보인다는 것을 깨닫고 이후에는 어떤 특정 전문 분야, 즉 리얼리즘과 삶에 대한 테마에 포커스를 맞추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 결과가 결국 제 최초의 사진집 ‘장날, 들녘, 바다의 사람들’의 주요 구성요소가 되었습니다.

유로저널: 사진가로 활동하시면서 관련된 다른 활동도 하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만.

정정회: 은행 퇴직 후에 한국예총 부산지회에서 예술계 전반에 대한 사업을 도와달라는 요청이 있어서 1998년에 예총 사무처장직을 맡게 되었습니다. 이로 인하여 예술계가 가지고 있는 10개 단체(사진, 무용, 연극, 국악, 건축, 문학, 미술, 영화 등)의 예산과 행정에 대한 자문활동을 10년 간 해왔습니다. 실질적인 예술활동은 아니었지만 제 직업경력을 활용함과 동시에 다양한 예술과 각 예술분야 사람들을 접할 수 있었던 좋은 경험이었습니다.

유로저널: 사진만의 매력이 있다면? 어떤 사진이 좋은 사진이라고 생각하시는지요?

정정회: 사진은 현실 자체를 가장 적나라하게 표현하는 현장예술이라고 생각합니다. 이것은 사진만이 가질 수 있는 유일한 표현수단이고 특성이며 매력입니다. 좋은 사진이라는 것에 대한 정의는 저마다 다 다를 수 있겠지만, 저는 그 내용에 삶의 철학이 담겨있는 사진이 가장 좋은 사진이라고 생각합니다.

유로저널: 반면에 사진이 갖는 단점, 혹은 사진이 특별히 어려운 점이 있다면?

정정회: 사실 처음 사진을 시작했던 순간부터 지금까지도 단 한 번도 사진이 쉬운 일이라고 생각해 본적이 없습니다. 왜냐하면 자신이 생각하고 표현하고 싶은 것을 그 작은 상에 그대로 담아낸다는 것은 정말 어려운 작업이기 때문입니다.

유로저널: 요즘에는 디지털카메라가 대세를 이루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수동카메라만의 매력을 설명해 주신다면?

정정회: 현대의 디지털카메라는 과거의 수동카메라가 표현했던 섬세한 것들까지 담아내는데 한계가 있습니다. 또한, 디지털카메라는 촬영 후에도 다양한 수정(포토샵 등)을 마음대로 할 수 있기 때문에 실제의 사실과 다른 것들이 표현될 수도 있고, 그로 인해 사진만이 지닌 고유의 가치인 진실성이 훼손될 수도 있습니다. 반면에 수동카메라는 디지털카메라와 달리 사실을 있는 그대로만 표현하는 매력이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유로저널: 본인의 작품 중에서 가장 중요한 작품,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이 있다면? 그 이유는?

정정회: 저는 경남 통영이라는 해안지역 출신이고, 아버지께서 30년 동안 수산업을 하셨기 때문에 어촌의 모습과 어부들의 생활상을 늘 목격해 왔고, 그들의 삶을 잘 이해했기 때문에 바다와 어촌 사람들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매력을 느꼈습니다. 그래서 제 최초의 사진집 ‘장날, 들녘, 바다의 사람들’ 중에서 ‘바다의 사람들’이 개인적으로 가장 중요하고 기억에 남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유로저널: 언급하신 사진집 ‘장날, 들녘, 바다의 사람들’이 얼마 전 주영한국문화원에서 슬라이드로 선보이며 관객들에게 상당히 좋은 반응을 얻었습니다. 그 사진들에 대해 들려주세요, 언제, 어떻게 촬영하게 되셨는지 등.

정정회: ‘장날, 들녘, 바다의 사람들’은 제가 지금까지 만든 총 3권의 사진집 중에서 첫 번째 작품집으로 3가지의 테마로 구성되어 있는데, 한국의 농촌을 소재로 한 ‘들녘’, 한국의 5일장을 중심으로 한 ‘장날’, 마지막으로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제게 가장 중요한 작품인 바다의 삶과 생활을 주제로 한 ‘바다의 사람들’입니다. 이 작품들은 1970년대부터 시작하여 1999년도까지 약 30년 간 전국의 농촌, 장터, 그리고 어촌을 두루 촬영해서 그 중 가장 좋은 사진들을 선정한 것입니다.

유로저널: 언론에서도 상당한 주목을 받았던 가장 최근의 사진집인 ‘예술의 맥’에 대해서 설명 부탁드립니다.

정정회: 세 권의 제 사진집 중 가장 최근 작품인 ‘예술의 맥’은 부산의 무형문화재 기록 사진집입니다. 약 10년 간의 작업으로 이루어진 본 사진집에는 동래야류, 좌수영어방놀이, 동해안 별신굿 등 국가 중요무형문화재 5건, 그리고 동래학춤, 다대포후리소리 등 부산시 무형문화재 13건의 공연 장면을 담은 440여장의 사진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특별히 본 사진집에는 각 문화재와 공연 사진마다 한글과 영문으로 자세한 정보와 설명을 수록하여 외국인들도 우리 문화재를 보다 쉽게 이해하도록 했습니다.

유로저널: ‘예술의 맥’을 작업하게 된 특별한 동기가 있으신지요?

정정회: 사실 처음에는 그저 관객으로서 전통 예술현장을 기록하는 수준에서 사진을 찍다가 어느새 예인들과 그들의 예술에 큰 매력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우리 전통예인들의 사명감과 열정, 신명 넘치는 공연에 매료되어 자연스럽게 무형문화재를 심층적으로 기록해야겠다고 마음먹고 직접 예인들을 찾아다니면서 사진으로 기록을 남겼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작업하는 사이에도 여러 예인들이 유명을 달리하거나 건강이 악화되어 더 이상 예술활동을 못하게 되는 안타까운 현실에 직면했습니다. 그들의 소중한 예술과 삶을 조금이라도 더 생생하게 남겨서 훌륭한 유산으로 후대에 전달해야겠다는 생각에 사진집 제작을 본격적으로 착수했습니다.

유로저널: 앞으로 꼭 해보고 싶으신 사진 작업(촬영해보고 싶으신 대상)이 있으시다면?

정정회: 저는 각 전문분야에서 종사하는 사람들의 생활과 삶을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사진에 담고 싶습니다. 그리고, 앞서 언급한 ‘예술의 맥’ 사진집처럼 작게는 후대에, 더 나아가서 해외에 우리 한국문화의 우수성과 아름다움을 전하는 사진작업을 하고 싶습니다.

유로저널: 오늘 너무나 좋은 말씀 들려주셔서 감사드리며, 무엇보다 소중한 사진작품들을 저희 독자분들과 함께 감상할 수 있도록 제공해 주셔서 더욱 감사드립니다. 앞으로 영국 및 유럽에서도 한국의 멋과 아름다움이 담긴 정정회 작가의 사진작품을 정식으로 감상할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고대하고 있겠습니다.

* 작품 소개 - 사진집 제 1집 '장날, 들녘, 바다의 사람들'(1999), 제 3집 ‘예술의 맥’ (2007) 중에서

* 이번 인터뷰를 통해 본지 지면신문 및 웹사이트에 게재된 사진 작품들은 정정회 님의 고유 저작물입니다. 따라서 무단 도용 및 저작권을 침해하는 일체의 행위가 엄격하게 금지되어 있는 점 유의하시기 바랍니다. 정정회 님의 사진을 정식으로 전시 및 사용하기를 원하시는 경우에는 전성민 기자(sungmin.jeon@hotmail.com)에게 별도로 문의 부탁드립니다.

유로저널 전성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