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크푸르트한국학교 재정난, 교사 급여 대폭 삭감

운영진 특별한 대책없어, 학부모들 학교운영기금 마련 바자회 열기도




「프랑크푸르트 한국학교」가 재정난으로 허덕이고 있다. 이번 재정위기는 이미 금년 봄부터 예고되었던 것으로 학교는 지난 6개월 동안 이렇다 할 방안을  강구하지 못한 채 2학기를 맞이했다.  그리고 학교 운영위원회는 9월부터 교사들과 새 고용계약을 체결하면서 끝내 전 교사의 월 급여를 무려20%나 삭감했다.

재정위기의 원인은 학생 수 감소에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경자 교장은 "프랑크푸르트한국학교는 전적으로 학생들의 수업료에 의존해서 운영하고 있는데, 올해는 예년에 비해 휴학자와 전출자가 현저하게 늘어나 이로 인해 재정난이 초래됐다"고 말했다.  학교는 9월 말 현재 재학생 400 여명으로 지난 봄에 비해 100 명 가량이 감소했으며, 현재의 라이프니츠 슐레로 이전하던 지난 2005년 9월과 비교하면 무려 200명 정도가 줄었다.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면서 학부모들은 학교 재정에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기 위해 지난 달 음식바자회와 벼룩시장을 열기도 했다. 하지만 재정문제는 한 두 번의 바자회로 해결될 수 있는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특히 인건비 삭감은 글자 그대로 고육지책. 장기적인 해법이 되지 못한다.

30여명의 교사들은  학교의 재정난 타개를 위해 그 동안 운영진의 요청을 받아드리는 등 계속 협조를 해왔다고 말한다. 윤모교사는 "예를 들어2007년부터 시행되고 있는 매년 근로계약을 갱신하는 단기고용제도를 수용한 것도 교사들 입장에서는 고용불안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감세를 통해 학교재정에 도움이 된다고 하여 이를 수용했고, 이번에도 재정위기 타개책으로 인건비를 줄이겠다는 운영진에게 항의 한 마디 하지 않고 20% 삭감을 순순히 받아드렸으나 결국 이같은 방식은 근본적인 대책이 되지 못할 것으로 본다"며, "이제라도 프랑크푸르트 주재상사나 한인사회 또는 국가기관에서 관심을 갖고 적극적으로 학교재정의 해법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교사들은 이번 급여 삭감을 1년간 한시적인 조건으로 수용한다는 입장을 운영진에 밝혔다고 전한다.

한편 학교운영위원으로서 재무를 맡아보고 있는 우영선씨는 "현재 프랑크푸르트한국학교가 받고 있는 외부지원금은  재외동포재단이 교육원을 통해서 지급하는 연간 2500유로가 전부라며, 이 금액은 학교 연간 예산의 1%도 안돼는 매우 미미한 액수"라고 설명해 프랑크푸르트 한국학교의 예산에 비해 국가 차원의 지원은 턱없이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학교 재정난 소식을 들은 학생들도 불안해 하기는 마찬가지다. 김수환(고1) 학생은 한글학교가 우리말도 배우고 친구도 만날 수 있는 소중한 공간인데 이번 재정난을 학교가 잘 극복해나갔으면 좋겠다고 했으며, 김태욱(고1) 학생은 10년 이상 독일에 살면서 독일어만 배우다가 토요일 한글학교에 와서 우리말을 배워 지금 이 정도 말할 수 있게 됐는데 만일 학교가 재정난으로 문이라도 닫게 된다면 우리들은 어디서 배우냐며 불안감을 나타냈다.

그런데 특히 최근 1-2 년 사이에 한국학교를 그만두는 학생들이 급격히 늘어난 이유는 무엇일까. 기자가 조사한 바로는 휴학자나 전출자 대부분은 상사주재원 자녀였으며 그 이유는크게 두 가지였다.  그 하나는 학교에서 배우는 학습 내용이 자녀의 수준과 맞지 않거나 충분치 않다는 수업에 대한 불만. 다른 하나는 학부모들이 자녀들의 등하교를 돕는 일이 매우 부담된다는 것. 하루 종일 다른 볼 일을 보지 못하고 학교에 묶여있다는 것이다. 이 두가지 이유가 경제상황이 좋지 않은 최근에 특히 서로 상승작용을 일으켜 학교를 떠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일부 학부모들은 성과없는 학교 수업에 의존하느니 차라리 사교육 기관에서 자녀의 수준에 맞는 맟춤형 수업을 받겠다고 말했다. 또 특정 기업에서는 전세계의 사원 자녀들을 대상으로 인터넷 교육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어서 이래저래 프랑크푸르트 한국학교의 위상은 점점 낮아지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교민가정이나  새로운 이민가정 등 장기체류 학생들과 학부모에게서는 이같은 현상을 볼 수 없었다. 이들은 오히려 오후시간에 개설되는  태권도, 한국무용, 합창, 붓글씨, 종이접기 등 특별활동 수업에 적극 참여함으로써 학교생활을 더욱 즐긴다는 반응이었다. 그리고 장기체류 가정의 자녀들이 학교를 휴학하는 이유도 주재원자녀들과는 전혀 달랐다. 토요일 취미활동을 한다거나, 건강상의 이유 또는 스트레스를 줄이기 위해 몇 달간 학교를 쉬고 싶다는 것이 그들의 휴학 사유였다.

학교의 재정상황을 호전시키기 위해 운영진은 외부지원금 확보, 수업료 인상 등 재원 마련을 위해 여러가지 방안을 강구해야겠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합리적인 운영을 위해 학급의 통폐합 등 소위 구조조정도 단행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와 함께 프랑크푸르트 한국학교는 한글학교가 추구하는 한글교육 내지는 민족교육의 정체성을 점검해야 할 것 같다.

재학생들의 구성비율도 그 동안 많은 변화를 보였다. 학교의 통계에 따르면  1997년 IMF를 기점으로 장기체류자 자녀와 단기체류자 자녀의 비율이 종래의 3:7에서 5:5로 바뀌었다. 특히 2005년 독일의 이민법이 바뀐 후 점차 취업이민, 투자이민, 기업인 등 새로운 형태의 이민자가 늘어나면서 이들의 자녀가 한글학교에 입학하고 있는데다가 광부, 간호사 이민 1세대의 손자 손녀들이 유치원 과정에 들어오는 등 장기체류자 자녀들은 늘어나는 반면 상사주재원과 유학생 수는 오히려 줄고 있는 추세다. 프랑크푸르트한국학교는 이같은 변화에 적응하기 위해 종래의 교육목표를 점검할 때가 왔다고 보여진다. 학교의 교육연구팀도 이런 현상을 직시하고 학생, 학부모들에게 설문조사를 하는 등 새로운 수업목표 설정을 위해 부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프랑크푸르트 한국학교 역사는 33년. 지난 1976년 성당에서 30 여명의 어린이들에게 한글을 가르치기 시작한 것이 학교로 발전했다. 어린이 한글학교는 80년대 들어와 한국의 기업들이 독일에 대거 진출, 지상사 주재원 자녀들의 입학이 늘어나면서 학급도 늘고 규모가 커졌다.  그러나 내부적으로는 학교운영을 둘러싸고 학부모들간에 갈등이 촉발, 급기야 두 개의 한글학교로 갈라지는 분규의 아픔을 겪는다. 하지만 90년대 초 양쪽 학교 관계자들은 교민사회의 발전을 위해 통합을 이루었고, 이후 프랑크푸르트 한글학교는  사단법인 프랑크푸르트 한국학교로 다시 탄생하면서 오늘에 이른다.

이 과정에서 학교는 모두 여섯 차례나 학교를 옮겨야 했다. 매번 독일학교와 주민들이 한국인들의 교실사용과  교통질서 등에 문제를 삼았고 불만을 접수한 교육청이 학교사용계약 해지를 통보해 왔기 때문이다.

이처럼 셋방살이를 전전하고 있을 때, 마침 프랑크푸르트 시로부터 99년간 학교부지 무상임대라는 획기적인 제안이 들어왔다. 동포들은 주독대사관, 프랑크푸르트총영사관의 지원과 독려에 힘입어 국제학교 건립추진위원회를 설립, 숙원사업이었던 교사신축을 추진했다. 이 국제학교는 주중에는 일반학교로 주말에는 한글학교로 사용할 요량이었다. 그러나 새 학교를 짓기 위해 교민들과 지상사들이 힘을 모아 건축기금을 마련하던 중 1997년 11월 난데없이 IMF가 발발, 학교건립 계획은 한순간에 물거품이 되었다. 그리고 다시 거론되지 않았다. 국제학교건립추진위원회는 해산됐고 무상으로 받은 학교부지는 시에 돌려줬다.

그리고 프랑크푸르트한국학교는 새 학교 건축을 조건으로 그때까지만 빌려쓰기로 했던 메쎄(박람회장) 건너편에 위치한 괴테 학교에서도 나와야 했다. 더 이상 임대계약을 연장해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현재 사용하고 있는 라이프니츠학교는 한글학교 관계자들에 의하면 지금까지 빌려쓴 독일학교들 가운데 가장 불편하고 비협조적이라고 한다. 학교로 온 우편물도 받을 수 없을 정도다.

학교재정도 적자인데 셋방살이의 설움까지 겹치는 이중고 속에서 교사들은 우리들의 꿈나무, 한국의 미래의 지도자를 양성한다는 책임감과 신념으로 오늘도 그들에게 희망을 심어주고 있다.



유로저널 프랑크푸르트 김운경
woonkk@hotmail.com

* eknews님에 의해서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09-10-29 01: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