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극, 참 생소한 용어이다. 얼핏 들으면 서양의 뮤지컬(Musical)을 순우리말로 번역한 것처럼 들리기도 하지만, 음악극은 서양의 뮤지컬과는 전혀 다른 영역이다. 1999년 결성되어 현재 음악감독 원일, 가야금 박순아, 거문고 박우재, 대금 이아람, 아코디언의 김현미 등 실력파 음악인들로 구성된 음악극 집단 바람곶의 웹사이트에서는 음악극을 뮤지컬이 아닌 Sound Theatre로 명시하고 있으며, 음악극이란 우리 전통음악을 기본으로 시, 노래, 연기, 마임, 춤, 드라마, 영상, 조명 등 다양한 장르와의 접촉을 통해 창조된 음악형태의 이미지극으로 규정되고 있다.

아직 일반인들에게는 다소 생소할 수 있는 음악극이라는 영역과 바람곶이라는 독특한 이름을 지닌 이 음악극 집단에 특별히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바로 바람곶의 음악감독 원일 때문이다. 그에게는 바람곶의 음악감독 외에도 여러 수식어가 붙는다. 피리 연주가, 국악인, 한국종합예술학교 전통예술원 음악과 교수, 그리고 영화 음악가. 국악에 뿌리를 두었지만, 그가 작업한 영화 음악들을 살펴보면 그의 음악적 스펙트럼과 깊이가 얼마나 위대한가를 알 수 있다, ‘꽃잎’, ‘아름다운 시절’, ‘강원도의 힘’, ‘링’, ‘원더풀 데이즈’, ‘생활의 발견’, ‘오구’, 그리고 최신작인 송혜교 주연의 ‘황진이’까지.

우리 소리를 기반으로 국경과 시대를 초월할 수 있는 음악적 교감을 이루어낼 수 있는 본격적인 뮤지션의 출현이라는 점에서 그가 속한 바람곶의 이번 영국 초연은 여러모로 그 의미가 크다.

지난 6일, 비가 내리던 목요일 저녁, 런던 바비칸에 위치한 St. Giles Cripplegate에서 바람곶의 공연이 있었다. 이번 공연은 이미 트라팔가 광장을 코리아로 뒤덮은 ‘단오 페스티벌’을 지난해와 올해 두 차례나 성공적으로 개최한 KCPA(대표: 장정은)에서 주관하였다.

우리 전통 악기들의 가장 자연스러운 소리를 전달하기 위해 인위적인 음향 장치 없이 진행된 이날 공연에서 우리 관객들뿐만 아니라 바람곶과 원일의 음악적 명성을 듣고 찾아온 서양 관객들도 한국 전통 악기의 신비로운 음색과 환상적인 멜로디, 리듬이 어우러진 가운데, 그 어디서도 접할 수 없었던 시대와 국경을 초월한 놀라운 음악 세계에 감탄을 거듭하며 큰 박수를 보냈다.

공연을 마치고 유로저널이 원일과 단독으로 인터뷰를 가졌다.

유로저널: 오늘 너무나 훌륭한 공연을 선사해 주셔서 다시 한 번 감사 드립니다. 우선, 팀 이름인 바람곶의 의미와 창단 동기에 대해서 설명 부탁 드립니다.

원일: 네, 이렇게 저희 공연에 찾아와 주셔서 감사 드립니다. 저희 바람곶의 이름에 대해 설명을 드리자면, 곶은 원래 바다와 접한 육지의 끝부분을 의미합니다. 우연히 부산 태종대에 갔다가 ‘곶’이라는 단어의 영감을 얻었습니다. 우리 음악이 세상과 접하는 지점이면서, 바람은 늘 이동하는 존재입니다. 한 곳에만 머무르지 않고, 또 다른 세계를 찾아서 음악으로 소통하려는 저희들의 음악 취지가 담겨 있습니다. 바람곶의 창단 취지는 일단 우리의 전통적인 신화, 설화를 현대적인 음악극으로 만들고 싶었고, 그래서 이것이 세계 무대를 향해서 본격적으로 나가야 한다는 취지로 만들어졌습니다. 막상 유럽이나 공연 예술이 발달한 나라에 와보면 정작 우리 음악이 아직도 제대로 알려져 있지 않습니다. 이에 우리가 그 동안 다소 소극적이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해보며, 앞으로 적극적인 해외 진출 목적을 갖고 있습니다.

유로저널: 그렇다면 우리 전통 소리, 음악을 세계화, 현대화 하는 과정에서 특별히 중점을 두시는 부분이 있으신지요?

원일: 사실, 오늘 공연을 보신 것처럼 저희는 세계화, 현대화로 나아가는 과정에서 보편성 획득을 위해 서양 악기를 섞지는 않았습니다. 그러나, 저희는 우리 장단을 구사 하면서도 누구나 따라 올 수 있는 교감을 추구했습니다. 무엇보다 연주력을 극대화하여 기교적인 면을 최대한 살리고, 우리 음악 고유의 특성들, 가령 서양 음악에는 없는, 꺾고, 흘리고, 당기고, 늘리는 등의 우리 음악에서만 가능한 요소들을 최대한 부각시켰습니다.

유로저널: 말 그대로 피리 전문가신데, 피리라는 악기에 대해 간략히 정의하신다면?

원일: 저는 피리를 ‘식물성 질감을 가진 악기’라고 표현합니다. 대나무로 만들어지는 피리에서 나오는 소리는 말 그대로 식물적인 감성을 담아내고 있으며, 사람들의 마음을 더욱 깊이 있게 파고들 수 있는 능력을 지녔습니다.

유로저널: 요즘에는 영화 음악가로도 상당한 인정을 받고 계신데, 바람곶 활동이나 다른 음악 활동과 비교했을 때, 영화 음악이 다른 점이 있다면?

원일: 바람곶의 음악은 말 그대로 음악을 위한 음악, 즉 순수한 차원에서의 음악입니다. 그에 비해 영화는 감독의 예술입니다. 이야기가 있고 그 드라마가 보다 공감될 수 있도록 음악이 작용하는 것이지요. 일단 영화 음악은 참 재미가 있습니다. 늘 새로운 감독, 새로운 배우들과 새로운 이야기를 만납니다. 그리고, 사실 영화 음악은 일반 음악계에서는 꿈도 꿀 수 없는 큰 경제적인 효과를 지니고 있습니다. 그것을 다시 순수 음악에 환원하고 있는 셈이지요.

유로저널: 마지막으로 앞으로 계획, 특히 영국, 유럽과 관련된 계획이 있으시다면?

원일: 사실, 오늘 영국 공연이 저희로서는 세계화의 첫 걸음이라고 볼 수 있는 뜻 깊은 공연이었습니다. 내일 모레 파리로 가서 2회 공연을 하게 되는데, 이번 유럽 방문을 기폭제로 삼아서 내년부터는 본격적으로 해외 활동을 활성화할 계획입니다. 우리 음악을 세계 무대에 선보이고픈 제 꿈이 이루어가는 과정입니다. 많이 응원해 주시기 바랍니다.

유로저널: 오늘 너무나 좋은 공연과 또 좋은 말씀 감사 드립니다. 남은 공연 잘 마치시고, 빠른 시일 내에 유럽 무대에서 또 뵐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바람곶 웹사이트: http://club.cyworld.com/baramgot
KCPA 웹사이트: http://www.kcpauk.org


유로저널 전성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