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영어 교육이 차지하는 의미가 엄청나다는 것에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영어 교육이 워낙 다양한 영역으로 분할되어 있지만, 그 중에서 앞으로 가장 중요한 위치를 차지할 영역은 바로 회화, 즉 실용 영어의 영역일 것이다. ‘한국에서 초중고 12년, 심지어 대학 4년을 다 마치고도 외국인 앞에서는 버벅대는’ 한국인의 고질적인 회화, 실용영어에 대한 약점을 과연 외국인 영어 강사는 어떻게 보고 있을까?

한국 방문 중 지인과 만나는 자리에서 우연히 한 미국 여성을 소개 받았다. 한국에서 영어 강사로 무려 6년이라는 긴 시간을 보내고, 고국으로 돌아갈 예정이었던 Janet Standen(이하 자넷)이었다. 필자가 한국에서 영어 영문학을 전공했고, 역시 영어 사교육 시장에 제법 몸담았던 경력이 있던지라 자넷과의 대화는 무척이나 흥미로웠고, 무엇보다 6년간 다양한 연령대의 한국인들에게 영어를 가르친 그녀는 한국인들의 영어 교육, 영어 습득에 대해 상당한 지식과 경험을 가지고 있었다.

유로저널: 만나게 되어서 너무나 반갑습니다. 인터뷰어 역시 대한민국 영어 사교육 시장에 몸담았던 경력이 있어서 더욱 반갑습니다. 오늘 유익한 얘기 부탁드립니다. 일단 간단한 개인 소개 부탁드립니다.

자넷: 네, 저도 주로 동료 외국인 강사들과 어울리다가 한국인 영어 강사 출신을 만나서 반갑습니다. 저는 미국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2003년 봄에 종로의 E영어학원에 회화 강사로 한국에 오게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1년 정도 한국 및 아시아 국가들을 여행도 하고, 일종의 휴식도 가질 겸 찾게 되었습니다. 그러다가 영어를 가르치는 일에 점점 흥미를 갖게 되어서 벌써 6년이나 한국에서 지내게 되었습니다. 다음 달 12월에 미국으로 귀국을 하게 되었는데, 떠나려니까 많이 아쉽습니다.

유로저널: 6년이나 한국에서 영어 강사로 있었다면 아마 충분히 느끼셨겠지만, 한국에서 영어 교육은 사회적으로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현상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자넷: 네, 처음에는 주로 대학생들이나 성인들의 회화 수업을 담당해서 그러한 것들을 별로 느끼지는 못했습니다. 그런데 나중에 초등학교, 중학교 학생들을 가르치는 일을 하게 되면서 한국에서 영어 교육이 상당히 중요하다는 것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대학생들이나 성인들도 그렇고, 어린 학생들의 부모들도 이론적으로는 영어가 국제 공용어이고, 영어를 해야 세계화에 동참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하고 있지만, 실질적으로는 영어를 그렇게 여기고 있지 않은 것 같았습니다. 특히, 학부모들은 자신들의 자녀가 영어를 다른 학생보다 잘 하도록 만드는 것이 목표인 것처럼 여겨졌습니다. 모든 연령층이 많은 돈을 투자해서 영어를 배우고 있지만, 실제로는 제대로된 목적을 갖고 영어를 배우는 사람은 많지 않은 것 같습니다.

유로저널: 한국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어떤 점들을 발견하셨나요?

자넷: 일단 한국인들은 수업, 그러니까 Class라는 개념에 대해 상당히 경직되어 있습니다. 미국에서는 수업 시간에 계속해서 강사, 교사와 주고 받는 의사소통이 이루어 지는데, 한국 학생들, 특히 대학생들이나 성인들은 수업 시간에 말을 하거나 자신의 의견을 표현하는 것을 매우 부끄러워 합니다. 그들은 제가 가르치는 사람이기 때문에 저를 존경(Respect)해야 한다고 하면서 제게 매우 예의 바르게, 친절하게 대하지만, 제가 대답이나 참여를 원하는 경우에도 너무 가만히만 있어서 제가 원하는 활동적인 수업을 하기가 어렵습니다. 초등학생의 경우는 그나마 괜찮습니다. 저와 주고 받고 말을 하려고 합니다. 중학생들도 초등학생들 만큼은 아니지만 어느 정도 주고 받는 수업이 가능합니다. 그런데, 중학교 2학년 부터는 회화를 배우러 오는 학생들이 줄어듭니다. 이것에 대해 한국인 선생님과 대화를 나눈 적이 있었는데, 공부를 잘하는 중학생들은 한국 선생님이 가르치는 학원으로 옮겨서 토플이나 더 어려운 영어를 공부하기 때문이고, 공부를 잘 못하는 중학생들은 학부모들이 더 이상 회화 학원에 보내지 않으려 하기 때문이라고 들었습니다. 그리고, 좋은 대학에 가기 위해서는 영어 회화가 크게 중요하지 않기 때문이라고도 들었습니다.

유로저널: 한국인들은 오랫동안 영어를 배우지만, 회화나 영어로 글쓰기와 같은 실용 영어에는 유난히 약합니다. 그 원인이 무엇이라고 보시는지요?

자넷: 일단, 한국인들이 영어를 오랫동안 배운다고 했는데, 그 영어와 실용 영어가 왜 다른 것인지요? 그것이 바로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영어는 그냥 하나의 영어입니다. 앞서 얘기한 것처럼 중학교 2학년부터는 회화 학원에 잘 오지 않고 다른 영어 학원에 다니는데, 거기서는 회화 학원에서 가르치는 것과는 완전히 다른 것들을 가르친다고 합니다. 유치원부터 중학교 1학년 까지는 진짜 영어, 사용이 가능한 영어를 배우다가, 중학교 2학년 부터는 단어를 시험보고, 문제를 푸는 공부를 해서 대학에 간다고 합니다. 그것은 영어를 배우는 것이 아니라 시험 요령(Exam skill)을 배우는 것입니다. 그렇게 몇 년을 공부하도 그것은 시험을 잘 볼 수 있게 만드는 것이지, 영어를 실제로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아닙니다. 한국 학생들이 공부하는 영어 문제들은 너무 어렵습니다. 남미나 유럽 학생들은 아마 그러한 문제들을 한국 학생보다 적게 맞출 것입니다. 그러나, 그들은 한국 학생보다 실용 영어를 훨씬 더 잘 합니다. 미국에서 대학을 다니는 남미 학생들이나 유럽 학생들은 영어를 그렇게 오래 공부하지 않고도 수업도 잘 따라가고, 사람들과도 영어로 잘 어울립니다. 그리고, 한국 학생들은 영어를 너무 빨리 배우려고 합니다. 초등학교 회화반을 가르치는데 강사 담당자가 하는 말이, 학부모들이 수업 시간에 단어 시험도 보는 것을 원한다고 했습니다. 시험을 본다고 해서 단어를 빨리 익히는 게 아닙니다. 한국 학생들은 단어를 굉장히 열심히 외우고, 시험도 많이 보지만, 그 단어들을 실제 대화에서 사용하거나 영어로 글을 쓸 때 사용하는 법을 모릅니다. 그나마 어린 학생들은 처음부터 외국인 선생님이랑 영어를 배우는 경우가 많아져서 따로 단어를 외우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짧은 문장부터 스스로 사용하는 법을 배우고 있지만, 대학생들이나 성인들은 단어부터 외우려고 합니다. 수업 시간에 말을 하려고 해도 자꾸 암기한 단어들을 기억해내려 하다가 결국 타이밍을 놓치고, 그것이 반복되면서 결국 선생님의 말을 듣기만 하려고 합니다. 한국어를 조금 배울 기회가 있었는데, 영어보다도 훨씬 더 어려운 것 같았습니다. 비슷한 발음인데 다른 뜻을 가지고 있는 단어도 너무 많았습니다. 그렇게 어려운 한국어를 잘 하는 한국인들인데, 영어는 왜 자꾸 암기하려고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한국어를 배웠던 것처럼 영어를 배우면 될텐데, 영어를 자꾸 어렵게 배우려고 합니다. 그리고, 영어는 과목(Subject)으로 생각하면 안됩니다. 영문학이나 언어학은 따로 과목이 될 수 있지만, 영어는 언어이며 문화입니다. 영어는 언어와 문화를 배우는 것인데 한국에서는 학원도 너무 많고, 시험도 너무 많이 봅니다. 그래서, 학생들이 어렸을 때 외국인 선생님과 영어를 배울 때는 영어를 재미있어 하다가, 시험을 많이 보게 되면서 영어를 싫어합니다. 자꾸 영어를 Test해서 일종의 점수나 등급(Level)으로 정해놓고, 이것을 높이기 위해 영어를 배우려는 습성을 버려야 합니다.

유로저널: 영어를 습득하는 방법에 대해 조언한다면?

자넷: 일단, 회화부터 얘기하자면, 상황에 대한 이해, 문화에 대한 이해력을 높이는 게 필요합니다. 다시 한 번, 영어는 언어입니다. 언어는 그 문화와 정서를 바탕으로 합니다. 가끔 보면 성실한 한국 학생이 어려운 단어들을 많이 암기해서 그것들로 문장을 만들지만, 실제 상황에는 어울리지 않는 어색한 문장이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 언어를 쓰는 사람들이 그 단어를 실제로는 무엇을 지칭할 때 사용하는지, 이러한 상황에서는 어떠한 문장을 사용하는지를 터득해야 합니다. 그리고, 이것을 위해서는 해당 언어를 사용하는 문화, 상황에의 반복적 노출(Repeated exposure)가 필요합니다. 이것을 암기하거나 책으로 공부할 수는 없습니다. 실제 사람들과 유사한 상황들이 반복해서 발생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습득되어 자신도 사용할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시험에서 답한 것을 사용할 수 있는 게 아니라, 본인이 실제 상황에서 접해본 것을 역시 실제 상황에 사용할 수 있는 것입니다. 그리고, 한국인뿐만 아니라 외국인이라면 영어를 모국어로 사용하는 사람처럼 영어를 구사할 필요는 전혀 없습니다. 한국 학생들은 너무 미국식 발음을 구사하는 것에 큰 의미를 부여하지만, 실제로 미국에 가보면 미국식 발음을 전혀 구사하지 않아도 영어를 잘 하는 외국인들이 많습니다. 단어도 마찬가지로, 실제 상황에 필요한 단어들을 효율적으로 쓸 수 있도록 하는 데 집중해야지, 많은 단어를 아는 데에 집중해서는 안됩니다. 문법은 실제 사용하는 문장들에 반복적으로 노출되다 보면 자연스럽게 문법에 맞는 표현을 하게 됩니다. 그것을 학습한 뒤에 그것에 맞추어 영어를 사용하는 순서가 아닙니다. 한국 학생들은 회화보다 영어로 글쓰기를 더 어려워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는데, 학생과 얘기하면서 그들은 심지어 한국어로도 글쓰기를 어려워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미국 대학에서 공부하는 한국 학생들도 영어로 글쓰는 것을 가장 어려워 한다고 들었습니다. 이것은 영어를 잘하고, 못하고를 떠나서 한국 학생들이 글쓰는 일에 너무나 익숙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미국에서는 중학교, 고등학교 때부터 다양한 과제나 시험을 글쓰기를 통해 평가합니다. 영어를 단순히 생활 영어가 아니라 비즈니스 용도로 사용하려면 반드시 영어로 글쓰기를 잘 해야 합니다. 이것을 위해서는 영어로 쓰여진 좋은 자료들을 많이 읽고, 짧은 글부터 자꾸 써보도록 해야 합니다. 좋은 표현들을 자신의 글에도 필요에 따라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도록 연습해야 합니다.

유로저널: 한국에서 6년간 영어를 가르치면서 한국의 영어 교육이 어떻게 변했다고 보시는지요?

자넷: 어린 학생들의 영어 실력이 점점 우수해지고 있습니다. 일찍부터 외국인 선생님과 공부를 해서 그런지 발음도 좋고, 실제 상황에 맞는 영어를 구사하는 학생들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수업 시간에 표현도 잘 하는 것 같습니다. 대학생들도 상당히 수준 높은 영어를 구사하는 이들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지금 영어를 배우고 있는 어린 학생들이 성인이 되면 그들은 외국인들과 보다 활발하게 의사소통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렇게 되기까지는 어린 학생들의 부모들이 많은 관심과 노력을 기울인 것 같습니다. 어린 학생들의 부모들 중에서도 영어를 상당히 잘 구사하는 분들이 많아졌습니다. 외국에서 살아 봤거나 외국에 잠시라도 다녀온 부모들이 점점 증가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성인들도 예전에 비해서 영어를 잘 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비록 발음이나 표현법은 한국 스타일이지만, 그래도 본인이 전달하고 싶은 내용을 전달하는 데에는 거의 완벽하게 성공하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성인 학생들은 수업에 대한 열정이나 성실성이 매우 강합니다. 예전에는 회화반을 가르칠 때, 보통 한 달 코스로 진행이 되면 둘째 주가 지나면서 거의 결석하는 학생들이 몇 명씩 있었는데, 요즘에는 대부분이 절대 결석을 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영어로 만들어진 드라마나 다양한 자료들을 잘 활용하고 있습니다. 항상 외국인 선생님과 있을 수 없기 때문에, 이러한 자료들은 잘 활용하면 좋은 효과를 가져올 수 있습니다.

유로저널: 영어 강사로서 한국에서 지내기는 어떤가요?

자넷: 우선 한국, 특히 서울에서 지내는 것은 정말 재미(Exciting)있습니다. 작년 여름에 미국에 서 제 동생이 저를 만나러 서울에 온 적이 있었는데, 동생도 한국이 너무나 재미있다고 했습니다. 미국은 몇몇 번화한 도시의 다운타운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평범하고 조용합니다. 그런데, 서울은 정말 다이나믹합니다. 요즘에는 미국에도 이러한 사실이 잘 알려져서 많은 미국인들이 한국으로 영어를 가르치러 오는 일에 흥미를 갖고 있습니다. 학생들도 너무나 친절하고, 다른 외국인 강사들도 많이 있어서 친구를 만들기도 좋습니다.

유로저널: 그럼에도 불구하고 요즘에는 자격을 갖추지 않은 외국인 영어 강사들이 무분별하게 한국으로 유입되고 있다는 보도도 있는데, 그것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자넷: 저도 그 뉴스를 본 적이 있습니다. 그것은 강사들을 채용하는 사람들이 책임감을 갖고 있지 않아서라고 봅니다. 영어 교육은 교육에 대한 부분이 더 커야지 비즈니스에 대한 부분이 더 크면 안됩니다. 외국인을 채용하려면 출신 국가에서의 학력이나 범죄 기록, 건강 기록과 같은 것들을 반드시 확인 후에 채용해야 하는데 이러한 절차를 제대로 하지 않고 채용을 하기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입니다. 그러나, 좋은 학원들이나 학교에서는 이러한 절차를 엄격하게 지키고 있습니다. 물론, 영어 강사들도 평범한 사람이기 때문에 좋은 사람도 있고, 나쁜 사람도 있으며, 이상한 사람도 있습니다. 저도 같은 학원에서 이상한(Weird) 동료 강사가 있었는데, 강사들도, 학생들도 모두가 정말 이상한 사람이라고 여겼습니다. 그런 사람들은 어떤 나라, 어떤 직업에서도 존재합니다. 그리고, 영어 선생님이 모두 백인이어야 한다는 이상한 편견을 버려야 합니다. 흑인이나 동양인이라도 그 사람이 영어를 쓰는 곳에서 자랐고 학교를 다녔으면 영어를 가르치는 것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습니다. 가끔, 흑인이나 동양인인 강사들이 한국 학생들이나 학부모들에게 선호되지 않는다는 얘기를 듣습니다. 오히려 그들 중에는 백인 미국인들보다 더 좋은 영어를 구사하는 사람들도 있고, 더 공부도 많이 한 경우도 많습니다.

유로저널: 너무나 흥미로운 얘기 감사합니다. 마지막으로 전할 메시지가 있다면?

자넷: 지난 6년동안 저에게 너무나 친절하게 대해주고, 즐거운 추억을 갖게 해준 한국에 너무나 고맙습니다. 미국에 돌아가서도 가끔 휴가를 한국으로 올 것입니다. 영어는 미국의 언어가 아니라 세계의 언어입니다. 영어를 익혀서 우리 모두가 좋은 친구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유로저널 전성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