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16일 런던 시내 트라팔가 광장 인근에 위치한 주영한국문화원에서 제 2회 예술인의 밤(An Evening of Korean Art and Culture)이 개최되었다. 본 행사는 영국에 거주 중인 한인 예술가들의 모임인 재영한인 예술인협회가 주관하는 행사로, 한영 각계 인사들을 초청, 예술인회 회원들이 선사하는 공연을 선보임으로써 한국문화를 소개하고, 영국에서 활동 중인 한인 예술가들의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자리로 마련되었다.

이날 참여한 한인 예술가들은 시 낭송, 대금 연주, 성악, 대중음악, 무용 등 다양한 프로그램들을 선보였으며, 특히 그 중에서도 한인 관객들은 물론 외국인 관객들에게도 가장 인상적이었다는 평을 받은 프로그램이 있었다. 영국에서 활발하게 활동 중인 가야금 연주자 정지은 씨가 부친인 정정회 사진작가의 사진작품들을 영상으로 제작한 슬라이드와 함께 가야금을 연주한 프로그램이었다.

이날 선보인 사진들은 모두 흑백사진으로 1970년대부터 1999년도까지 약 30년 간 우리나라 전국의 농촌, 장터, 그리고 어촌의 풍경을 담은 사진들로, 지난 날 우리나라의 소소한 풍경과 일상들이 작가의 따스한 시선으로 고스란히 기록되어 있었다.

가야금 연주자 정지은 씨는 약 20분 분량의 사진 슬라이드가 상영되는 동안 각 테마에 맞추어 직접 작곡한 창작곡을 가야금 솔로 및 대금, 기타와 함께 협연했으며, 마지막 테마에서는 아리랑을 직접 부르며 대미를 장식했다.

한인 관객들은 지난 날 우리나라의 아름답고 정겨운 풍경이 불러 일으키는 향수에 아련히 빠져들었다고 평했으며, 외국인 관객들은 쉽게 접하기 힘든 지난 날 한국의 풍경과 일상, 그리고 그 고유한 정서를 접해볼 수 있었다고 평했다. 특히, 요즘에는 디지털 카메라로 촬영된 사진들이 대부분인 바, 수동 카메라로만 촬영된 본 작품들에는 디지털 카메라가 보여줄 수 없는 수동 카메라만의 담백하면서도 섬세한 매력이 가미되어 순수하게 사진적인 측면에서도 매우 우수한 작품이라는 평을 받았다.

이번 ‘예술가의 겨울’ 특집 인터뷰 시리즈의 두 번째 순서로 이메일 인터뷰를 통해 사진작가 정정회 님을 소개하면서, 정정회 님의 허락을 받고 특별히 정정회 님의 사진 작품들을 함께 감상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했다. 그리움이 깊어가는 겨울, 한 해의 끝자락에서 특별히 이역만리 타국 땅에서 살아가는 독자 여러분들에게 지난 시절 한국의 풍경과 일상을 담은 정정회 작가의 사진들이 더없이 값진 선물이 될 수 있기를 바래본다.

* 부산은행에서 은행원으로 재직하면서 취미로 사진을 시작한 정정회 님은 지난 40년 간 사진작가로 활발한 활동을 해왔습니다. 정정회 님은 부산은행에서 지점장으로 정년퇴직을 할 때까지 근속을 하면서도 동시에 사진작가로도 다양한 전시회 및 꾸준한 작품활동, 그리고 관련 예술단체 활동을 해왔으며, 여러 차례 수상 경력 및 지금까지 총 세 권의 사진집을 발간했습니다.

정정회
- 경남 통영 출생
- 부산대학교 졸업
- 1977년 제 1회 개인전, 2007년 제 7회 개인전 개최까지 총 7회 개인전 개최
- 부산 국제 판화전시회 외 다수 문화회관 및 갤러리에서 초대전과 작품전 개최
- 프랑스, 일본, 중국에 작품 출품
- 부산 사진전람회, 대한민국 사진전람회, 동아일보 사진콘테스트 및 국제 사진살롱, 한국예총 한국 사진문화상 등 수상
- 2007년 부산 예술상 수상
- (사)한국 사진작가협회 부산지회 부지회장, 한국예총 부산 사무처장 역임
- 대한민국 사진대전, 부산 사진대전, 부산올림픽 기념사진 공모전 심사위원 역임
- 현재 (사)한국 사진작가협회 자문위원

[출간 사진집]
제 1집 ‘장날, 들녘, 바다의 사람들’ (1999)
제 2집 ‘축제의 사람들’ (2002)
제 3집 ‘예술의 맥’-부산 무형문화재 (2007)

유로저널: 안녕하세요! 이번 예술가의 겨울 특집 인터뷰를 통해 인사 드리게 되어 반갑습니다. 무엇보다 소중한 사진 작품들을 저희 유로저널 독자들과 함께 감상할 수 있도록 허락해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 드립니다. 특별히 한국의 아름다운 정취와 소중한 문화를 담은 사진들이 타국에서 연말을 보내는 독자들에게 더없이 소중한 선물이 될 것 같습니다. 먼저 언제, 어떤 계기로 사진에 관심을 갖게 되셨는지부터 시작해 볼까요?

정정회: 네, 이렇게 유럽에 계신 한인들에게 인사 드리고 제 작품들도 소개할 수 있게 되어 너무나 반갑습니다. 저와 사진의 인연은 제가 초등학교 6학년 시절 처음으로 카메라를 갖게 되었던 때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친척 중에 한 분이 초보자들이 사용하는 아주 기본적인 표준 카메라를 선물로 주셨는데, 제가 카메라를 통해 보는 것들이 사진으로 창조되는 게 너무나 신기하고 좋아서 그것으로 혼자 연습하면서 흥미를 갖게 되었습니다.

유로저널: 그리고 나서 본격적으로 사진을 시작한 것은 언제였는지요?

정정회: 20대로 성장해 가면서 원래는 대학에서 미술을 전공하고 싶었는데, 부모님의 반대로 상대를 졸업한 뒤 부산은행원이 되었습니다. 그럼에도 미술에 대한 미련은 계속 남아있었으나 미술은 배울 기회가 없었고, 대신 어렸을 때 장난감처럼 가지고 놀았던 사진을 선택해서 조금씩 취미로 활동을 하고 있었습니다. 1968년도 부산은행에 입사를 하고 나니까 여러 서클 활동들이 있었는데, 그 때 제가 사진을 하고 싶어서 취미란에 ‘사진’이라고 썼고, 그걸 보신 부장님께서 그럼 네가 사진 서클을 맡아서 해보라고 권유를 하셨습니다. 그래서 최초로 사진 서클을 은행에서 만들면서 본격적인 사진 활동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유로저널: 당시 우리나라에서 사진을 찍는 것이나 카메라를 갖고 있는 게 일반적이지는 않았을 것 같습니다만. 혹시 보유하고 계신 카메라가 몇 대인지, 가장 소중한 카메라는 어떤 카메라인지 여쭤봐도 될까요?

정정회: 사진 활동은 정확히 1969년도부터 시작했고, 그 당시는 카메라나 관련 장비가 아주 귀했던 시절이었습다. 그 당시 한국산 카메라는 아예 없었고, 일제나 독일제 카메라가 있었는데 너무 고가여서 구입하기가 매우 어려운 실정이었습니다. 그래서 사진을 전문으로 하는 인사들, 극 소수의 인원들이 사진 작업을 하고 있었던 시절이었습니다. 현재 저는 필름용 카메라는 6대, 그리고 디지털 카메라는 한 대를 소유하고 있습니다. 부산은행 사진 서클을 시작하면서 구입했던 일제 니콘 카메라가 있는데, 제가 산 것은 가장 초보적이고 저렴한 모델이었지만, 그럼에도 제게는 지금까지도 가장 소중한 유산입니다.

유로저널: 당시에 사진을 정식으로 공부하셨는지요?

정정회: 제가 대학을 다니던 시절에는 부산 내 대학들에는 아예 사진학과도 없었기 때문에 특별히 사진에 대한 공부를 정식으로 배울만한 곳이 없었습니다. 저는 당시 흑백사진 연구소의 문강선 대표의 소개로 사진을 가르치는 서클인 ‘청사회’를 통해서 사진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그 당시에는 사진을 제대로 가르칠 수 있는 사람이 드물었기에 스스로 사진을 연구하고, 교제를 통해서 스스로 공부하면서 사진을 배웠습니다. 제게 사진을 가르쳐준 ‘청사회’는 금년에 제 38회가 되었고, 여전히 활동 중에 있습니다.

다음 회에 계속

* 작품 소개 - 사진집 제 1집 '장날, 들녘, 바다의 사람들'(1999) 중에서

* 이번 인터뷰를 통해 본지 지면신문 및 웹사이트에 게재된 사진 작품들은 정정회 님의 고유 저작물입니다. 따라서 무단 도용 및 저작권을 침해하는 일체의 행위가 엄격하게 금지되어 있는 점 유의하시기 바랍니다. 정정회 님의 사진을 정식으로 전시 및 사용하기를 원하시는 경우에는 전성민 기자(sungmin.jeon@hotmail.com)에게 별도로 문의 부탁드립니다.

유로저널 전성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