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포2세들 17세에 독일대학 입학 가능하다
사례 : 영어 연수 1년 체류 동안 미국 고등학교 졸업장 취득한 동포 2세 명문 만하임대학 경영학과 입학


프랑크푸르트 인근의 오버우어젤에서 식품점을 경영하는 인선직씨의 둘째 딸 보현은 아직 애띤  모습의 17세 여고생. 그러나 보현이는 올 겨울학기(WS 2009/2010)부터 대학생이 된다. 또래의 김나지움 학우들보다 무려 3년이나 앞서 대학입학허가를 받아낸 보현이는 과연 운이 좋아서 였을까 아니면 숨은 천재성이 발현되었기 때문이었을까.

기자는 화제의 주인공 보현양을 만나 그녀의 미국유학과 독일대학 입학과정을 알아보았다. 그리고 그녀의 유학기를 유로저널 독자들에게 널리 알려 체험을 공유하고 동포들의 자녀교육에 보탬이 되고자 한다.


보현이는 지난 해 겨을학기부터 올 여름학기까지 2학기 동안 정확히는 10개월간 미국 중남부에 위치한 아캔서스주에 있는 소도시 레이크 빌리지의 레이크사이드 하이스쿨을 다녔다.  미국을 가게된 동기는 독일교육제도에 따른 것으로 김나지움 10학년을 수료한 후 1년간 해외로 나가 현지에서 제 2 외국어를 학습하도록 권장하는 소위 "해외연수의 해"(Auslandsjahr) 를 맞아 이왕이면 평소에 가보고 싶었던 미국행을 택했던 것.

보현이는 오래전부터 마음 속에 경영학에 대한 꿈을 키워왔다.  그리고 글로벌시대의 훌륭한 경영학자나 경영인이 되려면 영국 영어보다는 전세계적으로 훨씬 더 폭넓게 사용되는 미국 영어가 더 쓸모가 있다고 생각해 미국 연수를 결심했다고 한다.

독일 김나지움 학생들에게 미국 언어연수를 알선하는 학생연수전문업체들은 순진한 유럽 청소년들을 미국의 각종 범죄와 약물 등의 위험으로부터 보호하고 순수한 미국문화를 접할 수 있도록  가능한 한 대도시를 피하고 조용한 시골을 권장한다.  보현이도 주민 3천 여명이 거주하는 작은 마을에 배정됐다.  

거주지 선정과 함께 홈스테이 집주인을 잘 만나는 것도 해외연수 성공여부에 큰 변수가 된다. 보현이를 맡아준  로져 파커(60)씨 내외는 슬하에 자녀가 없어 다소 쓸쓸하던 차에 동양의 소녀 보현이를 만나 큰 기쁨을 얻었다고 말한다. 마치 수양 딸을 얻은 듯 지극한 마음을 쏟은 파커씨는 주립 청소년보호소 교도관이었고 부인은 간호사였다. 이들은 매일 손수 운전해 보현이를 등하교 시켜주는 등 부모의 심정으로 정성껏 돌봐주었으며 취미 또한 보현이와 같아 여가시간에는 함께 취미를 즐기면서 깊은 정을 쌓아갔다.

이같은 여건 아래서 보현이는 한눈 팔지 않고 최선을 다해 열심히 공부했다.  하루 8시간씩 빡빡한 수업이 끝난 뒤에도 도서관에 가서 한 두 시간을 더 공부한 후에야 홈스테이 집으로 돌아왔다.  집에 돌아와서 학교숙제를 하다보면 어느덧 하루가 다 가버린다.

그렇다고 해서 1주일 내내 공부만 한 것은 아니다. 주말이면 새로 사귄 친구들과 어울려 컴퓨터 게임도 하고  스포츠도 즐기고 때로는 친구집에서 밤늦도록 이야기 꽃을 피우기도 했다.

그런데 미국으로 영어연수를 받으러 간 학생들 모두가 보현이처럼 맹렬하게 공부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학교에 다니면서 얼마든지 취미생활이나 방과후 여가도 즐길 수 있다. 연수를 마치고 독일로 돌아왔을 때 성적표를 제출하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마음에 부담도 없다. 독일 교육당국은 학생들이 일정기간 현지에서 생할하면서 생생한 언어를 체득하는 것을 교육목표로 삼을 뿐 우수한 성적을 요구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보현이의 생각은 달랐다.  엄마 아빠가 힘들게  일해  미국까지 보내주셨는데 한가하게 영어 한가지만 공부할 수는 없었다. 도전정신이 강한 보현이는 이번 기회에 미국고등학교 졸업장을 따보겠다는 당찬 결심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보현이는 교무실로 찾아가 졸업장 취득 가능여부를 알아보았다. 다행히 그녀가 들어간 레이크사이드 고등학교는 일정한 교과목의 크레디트(학점)를 취득하면 외국인에게도 고등학교 졸업을 허용한다는 반가운 대답을 들을 수 있었다.

그러나 미국의 모든 학교들이 1년간 영어연수를 받으러 온 외국학생들에게 졸업장을 취득할 수 있는 길을 열어두고 있지는 않다. 교육자치제를 시행하는 미국은 주마다, 도시마다 더 나아가 단위학교마다 졸업규정이 다를 수 있어서 사전에 충분히 알아봐야 한다.

레이크사이드 학교당국은 보현이의 독일 김나지움 10학년 교육을 모두 인정했으며 졸업을 하려면 1년 안에 8개 교과목을 이수할 것을 권했다. 학교에서 제시한 과목들은  11학년 영어 및 12학년 영어, 수학 11학년과  수학 12학년 그리고  컴퓨터 비지니스 , 오럴커뮤니케이션, 미국사회, 미국사 등 총 여덟 과목이었다.

졸업장에 도전한 보현이는 마음을 다잡았다. 그리고 한 과목 한 과목 공부하는 중에 열심히만 하면 못할 것도 없겠다는 생각이 들면서 자신감도 생겼다. 보현이는 수 많은 성적 우수상을 받았으며 우등상 메달만도 네 개나 따냈다. 그리고 지난 5월 졸업식에서 마침내 우등졸업을 했다. 그녀는 전교 3등이었다.

보현이가 이처럼 미국 유학을 성공적으로 마칠 수 있었던 것은 운이 좋아서도 아니고 천재성이 있어서도 아니었다. 그녀는 미래에 도전하는 진취적인 소녀였으며, 자신의 운명을 개척해가는 용감한 한국인이었다. 주변을 자신의 친구로 만들 줄 알았으며, 스스로는 절제와 끈기로 무장하고 열심히 공부한 노력가였다.

보현이는 미국의 한 대학에서 장학생으로 입학을 받아주겠다는 제안을 가볍게 거절하고 독일로 귀국했다. 그리고는 독일 만하임 대학 경영학과에 입학원서를 냈다. 경영학과는 꼭 해보고 싶은 분야였기 때문에 다른 학문은 처음부터 고려의 대상이 아니었으며, 또 경영학은 독일 내에서 만하임대학이 가장 명문으로 알려져 있었기 때문에 대학 선별 역시 차선책을 염두에 두지 않았다.

외국학생들의 입학사무를 관장하는 대외협력처(Akademisches Auslandsamt)에서는  보현이의 학업과 관련된 모든 서류들을 공증받아 제출할 것으로 요구했다. 심지어 독일에서 자란 학생에게 독일어 능력에 관한 증명까지도 요구할 만큼 철저히 검증했다. 그리고 마침내 보현이의 입학을 허락했다. 꿈꾸던 대학, 17살 보현이는 세상을 놀라게 하면서 경영학과(BWL)에 당당히 합격했다.

어느새 소식을 들은 지역신문들이 앞다퉈 보현이의 성공담을 보도했다. 어머니 이기옥씨는 보현이에 대해서 활달하고 책임감이 강하며 남에 대한 배려심도 깊어 주변에 늘 친구가 많았다고 말한다. 이같은 원만한 성격은 미국에서도 많은 친구를 사귀면서 스스로도 즐거운 유학생활을 할 수 있었다. 보현이는 연수교육을 계획하고 있는 후배들에게 한마디 충고를 한다. 한마디로 오픈 마인드.  사람이 사랑을 받는 것은 자기할 탓이라며 스스로 마음을 열고 주변 사람들에게 다가갈 줄 알아야 하고 환경과 적극적으로 마주하겠다는 자세가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방학이지만 부모님을 도와 슈퍼마켓의 카운터에서 일하는 보현. 인터뷰에서 받은 인상 때문인지 손님을 대하는 싹싹하고 야무진 소녀의 모습이 예사로워 보이지 않는다.

보현이는 이번 겨울학기부터 1년간 대학예비과정( Studienkolleg)을 거친 후 전공에 들어갈 예정이다.



유로저널 프랑크푸르트지사장 김운경
woonkk@hot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