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감과 소통, 임효의 작품세계



세상은 눈에보이는 유한의 세계와 보이지 않는 무한의 세계가 있듯이 사람의 의식세계 또한 보이는 세계의 유한 경계와 보이지 않는 무한의 경계가 있다고 말하는 임효화백은 보이지 않는 마음의 세계를 표현하는 것 그래서 그 마음의 세계를 실증 할 수만 있다면 그것이야말로 진리의 시작이라고 한다. 그는 지금까지 인류가 논의해 온 모든 철학과 종교적 교리, 심리적 개념들 또한 이 무한과 유한이라는 화두로 집약시킬 수 있다고 본다.  

임작가는 국제관광 이니셔티브(Initiative Internationaler Tourismus)의 초청으로 지난 2 개월간 북독일 바드 도버란시 프리드리히 프란츠 팔레 호텔에 머물며 창작에 몰두했다. 지금은 호텔이 된 이곳은 1795년 프리드리히 프란츠 대공이 영빈관으로 사용하던 역사적인 건물이다.

국제관광 이니셔티브는 발트해지역인 독일 메클렌부르크주에 있는 12개 호텔업자들과 관광업자들이 모여서 만든 단체로서 매해 겨울 회원 호텔이나 집을 전 세계의 예술가들에게 개방하는 국제예술가 초청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한 곳에 모인 세계적인 예술가들은 6∼8주 호텔에 무료로 묵으면서 창작활동에 전념한다. 그리고 마지막에 이들의 작품을 공개하는 전시회도 갖는다. 이 프로그램의 목적은 메클렌부르크주를 예술과 문화의 국제적인 중심지로 키워나가는 데 있다고 한다. 이번 시즌에는 한국작가로서는 처음으로 임효 화백이 초청받았다.

임작가가 이번 독일에서 하는 작품들은 서울에서 해온 작업들과 병행되는 것으로 서울 화실에서 손수 만든 닥종이를 그 독특한 질감을 최대한 살리고 우리 전통의 아름다움이 그대로 살아나는 한지의 미감이 작업과정을 통해 표현되도록 했다. 바탕을 이루는 닥종이를 만드는 과정에서부터 작품은 시작된다고 그는 말한다.

그는 완성된 수제 한지를 독일에 가지고 와서 독일 특유의 자연과 자신의 영감을 통해서 서로 교감하고 소통하는 에너지를 흡수. 이것을 바탕으로 작품들을 하나하나 만들어 나갔다. 그리고 지금 이 작품들을 전시 중에 있다.

그는 예술가에게 어떤 새로운 사회나 자연 또는 인간관계는 인식의 확장을 통해서 그 새로운 상황과 교감하며 소통할 때 새로운 에너지가 생겨난다고 생각한다. 그는 말한다 :

"나는 여기에 와서 하늘을 생각 했다. 하늘은 글자 그대로 “공(空)”으로 비어있으되 비어있지 않고 가득 차있으나 나타나지 않아 차있지 않는 것이 하늘이다. 밝으나 또한 어둡기도 하다. 하늘은 모두에게 공평하며 모든 생명에게 한결같음을 보여준다. 하늘은 단지 자신이 느끼는 만큼 주어진다. 저 하늘이 모두 내 것이라고 말하면 나의 것이 되고 반만 내 것이라고 하면 반만 내 것이 되는 것이 하늘이다."

이처럼 독일의 하늘을 바라보며 하늘에 대해 새롭게 인식한 임효 화백은 다시금 교감과 소통에 대해 언급한다 :

"하늘에 떠있는 모든 것은 모두의 것이다. 크고 아름답다. 영원히 사는 것도 하늘에 있고 우리들의 마음도 하늘에 있다. […] 그래서 하늘은 우리들에게 커다란 교감을 주고 소통의 언어를 제시하는 것 처럼 나도 내 그림에서 이 세상 모든 사람이 교감하며 소통하기를 간절히 바란다."

임작가는 지난 6일부터 그동안의 작업결과를 보여주는 전시를 바드 도버란 시내에 위치한 로터 파빌리온(Roter Pavillon)갤러리에서 열고 있다. 주제는 바로 ‘교감과 소통’. 또 이번 전시회 동안 지난해 10월 프랑크푸르트 도서박람회에 선보인 그림책 ‘뜻으로 푼 천수경’ 사인회도 갖는다. 이 책은 한마음선원의 대행(大行) 큰스님이 글을 쓰고 그가 그림을 그렸다.


유로저널 프랑크푸르트 김운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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