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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을식의 장편 연재소설
2019.02.18 20:45

오을식의 장편연재소설 (제99회) 바람의 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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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을식의 장편연재소설 (제99회) - 바람의 기억


7. 꽃비의 계절

“곤드레는 여자에게 특히 좋은 나물이야. 어혈을 풀어주고 혈을 보하지.”

어머니가 말했다. 정아는 고봉으로 뜬 숟갈을 입에 넣었다. 처음에는 들기름의 고소함이 압도했지만 곧 곤드레 특유의 맛과 향이 차례로 느껴졌다. 언제였을까, 장날이었을 것이다. 아버지를 따라 아우라지에 나갔다가 먹은 곤드레나물밥. 상호가 옥산장이던가, 여관과 마당을 같이 쓰면서 같은 상호로 영업을 하던 식당. 그때도 이런 맛에 취해 한 그릇을 뚝딱해치우고 아버지의 몫까지 넘봤던 기억이 있다. 

“와, 맛이 너무 좋아서 곧 곤드레만드레 취할 것 같아요.”

영미의 탄성에 어머니의 표정이 흐뭇해졌다. 영미의 그릇이 제일 먼저 비워졌다. 정아는 밥통에 주걱을 넣어 영미 앞으로 밀었다. 주걱을 잡은 영미가 주저 없이 제 그릇에 밥을 펐다. 은지도 덩달아 작은 입을 부지런히 오물거렸다. 

서둘러 설거지를 끝낸 정아는 어머니의 손을 잡고 집을 나섰다. 영미가 강가로 산책을 나가자고 졸랐기 때문이었다. 수량이 줄어서 거의 바닥이 드러난 골지천에 산그늘이 내려오고 있었다.  

강둑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아래로 내려간 영미가 고인 물을 골라 조약돌을 던졌다. 은지도 따라했다. 물수제비를 뜨려고 했으나 거푸 실패했다. 자세를 훨씬 더 낮춰서 던지라고 정아가 소리쳤다.  

“지금껏 살면서 강이 이리 마른 것은 처음 본다. 그 도도하게 흐르던 물은 다 어리로 갔는지. 예로부터 물길이 좋아서 뗏목으로 유명했던 곳인데...”

어머니가 먼눈으로 강의 상류를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물수제비뜨기에 실패한 영미가 투덜거리며 강둑으로 올라왔다.

“저도 학교에서 배운 적이 있어요. 이곳 골지천은 임계 중봉산에서 흘러오고 저쪽 송천은 오대산에서 내려오는데 두 천이 만나는 아우라지가 바로 조양강의 시작이자 뗏목의 출발지라고요.”

“그렇고말고. 아우라지는 수심이 깊고 강폭이 넓어서 떼꾼들이 일하기가 그만이었지. 참, 너희 증조부도 아주 알아주는 떼꾼이셨다.”

정아가 어머니를 빤히 쳐다보았다. 그건 처음 듣는 이야기였다.

“뭐 별로 자랑거리가 있는 어른은 아니야.”어머니가 말끝을 흐렸다. 

“근데 떼꾼이 뭐에요?”영미가 끼어들었다.  

“말하자면 뗏목 운전수야. 큰 나무들을 엮어 뗏목을 만들고 그것을 강에 띄워 운전하는 직업이지.”

“아, 일종의 여객선이구나. 뗏목에 손님들 태우고 가는, 그렇죠?”

정아가 손사래를 치며 정정했다.  

“사람을 태우는 게 아니라 벌채한 나무를 운송하는 거지.”

“맞다. 옛날에는 나무의 쓰임새가 많았잖아. 특히 건축에는 나무가 필수였지. 제대로 된 한옥 한 채만 지으려고 해도 기둥부터 들보, 서까래까지 엄청나게 많은 나무가 필요했으니. 그런 수령 있는 나무는 깊은 산에서 구할 수밖에 없는데, 문제는 그걸 수송할 방법이 문제였지. 아무리 좋은 나무가 있더라도 벌목한 나무를 가져올 수 없으면 소용이 없으니까. 그런 면에서 이곳 아우라지는 최적의 장소였던 거야. 떼꾼들은 겨우내 산에 올라 벌목한 것들을 목도해서 강물에 띄웠지. 나무는 물결을 따라 이곳 골지천이나 저쪽 송천을 타고 떠내려 왔어. 산에서 먼저 내려와 아우라지에서 기다리고 있던 떼꾼들은 밀려오는 나무들을 족족 건져서 강가에다 산더미처럼 쌓았지. 그걸 적심이라고 하는데 그렇게 쌓인 나무들은 봄이 되면 다시 강물로 옮겨 뗏목으로 엮었던 거야. 아우라지에서 서울까지의 거리가 물길로 천리이니 나무끼리 아주 단단하게 엮지 않으면 낭패를 보기 때문에 뗏목을 잘 엮는 일은 아주 중요했지.”

정아는 증조부가 강에서 뗏목을 엮는 모습을 상상했다. 하지만 직접 뵌 적이 없어서 그런지 아스라한 실루엣만 그려질 뿐 구체적인 모습으로는 떠오르지 않았다. 

“할아버지는 일찍부터 떼꾼이 된 덕분에 스무 살에 앞구잽이가 되셨어. 말하자면 뗏목의 선장이 된 거지. 물길이 워낙 험하고 변화가 심하다보니 앞구잽이의 역량이 운행의 안전에 절대적인 영향을 끼쳤다고 해. 아우라지를 출발한 뗏목이 진포리를 감돌아 동강에 이르면 첫 번째 고비가 오는데 거기가 바로 물이 일어서서 휘돈다는 범여울이야. 거길 겨우 빠져나오면 구불거리기가 염소 창자 같다는 황새여울이 기다리고 있는데, 거길 지날 때는 아무리 노련한 앞구잽이도 식은땀을 흘리고 뒷구잽이는 십중팔구 바지에 오줌을 지렸다고 해.”

“쉬운 일이 아니었군요.” 

“그렇고말고. 그러다 뗏목이 점재 주막에 이르면 그제야 안도의 숨을 쉴 수가 있었대.”

“힘은 들어도 나름 낭만이 있었겠다.”

영미가 동의를 구하는 모양새로 말했다. 어머니의 눈길이 마른 강바닥으로 향했다. 

“아우라지에서 출발한 뗏목이 서울 광나루나 마포나루에 도착하는 데는 물의 흐름이나 날씨에 따라 빠르면 닷새, 좀 늦어지면 열흘 정도 걸렸대. 떼꾼들은 가다가 날이 저물면 뗏목을 강가 객주 집 옆에 대놓고 밥도 먹고 술도 마시면서 피로를 풀었는데, 문제는 객주마다 떼꾼들이 오기를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이 있었다는 거야. 전국에서 모인 창녀들이 진을 치고서 뗏목이 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지.”  

“어머나, 정말요?”

영미가 정아를 쳐다보며 말했다. 정아는 어머니의 입에서 나온 창녀라는 말 때문에 가슴 한 구석이 서늘해졌다. 

“여자랑 자고 그러다 마음에 들면 뗏목에 태우고 서울까지 동행을 했단다.”

“떼꾼들이 한량이었군요.”

영미가 중얼거렸다. 어머니가 다시 말을 이었다. 

“서울에 도착해서 나무를 내주고 받는 대가가 얼마나 되었느냐 하면 무려 쌀 다섯 가마니였지. 당시로서는 아주 높은 가치였어. 오죽했으면 떼돈 번다는 말이 나왔겠니.”

“떼돈 번다는 말의 유래가 거기서 나온 거예요?” 

“거기까지는 모르겠다만 어쨌든 그렇게 여자에게 돈을 쓰고 술을 마시고 투전을 하다 보니 집에 돌아왔을 때는 빈털터리가 되기 일쑤였지. 목숨을 걸고 번 돈을 그렇게 허망하게 쓴 거야.”

“증조부도 그러셨어요?” 

“그 어른은 떼꾼들 중에서도 유별났지.”

“와, 어르신은 그런 데 쓸리지 않고 쌀 다섯 가마니를 그대로 가져오신 모양이죠?”

어머니가 희미하게 웃음을 머금었다.         

“그랬으면 오죽이나 좋았겠어. 그 어른은 한술 떠 뜨셨지. 쌀은커녕 객주여자를 데려왔어.”

“색시를 집으로요?”정아가 미간을 찌푸렸다.  

“어휴, 저걸 어째!” 영미가 발을 동동 굴렀다.  

“객주에서 제일 어린 색시를 꽁지갈보라고 하는데 할아버지는 그 어린 게 마음에 들었던 모양이야. 아무튼 집에서는 난리가 났지. 당장 내쫓으려고 했는데 어린 게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았거든. 할아버지가 바람막이 역할을 하는 데다 어려서부터 세상풍파를 겪어서인지 이게 이를 악물고 독하게 버틴 거야. 그러니 할머니 속이 어쨌겠어. 결국 어린갈보는 두둑하게 한몫 받고서야 객주로 돌아갔단다.”

세상에나! 정아가 탄식했다. 

“그 후로도 너희 증조부는 계속 뗏목을 탔는데 제 버릇 개 못준다고 잊을 만하면 객주에서 여자를 데려와 집안을 발칵 뒤집어놓곤 했지.”  

어머니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이야기를 마쳤다. 

산골짜기에서 내려온 어둠이 서서히 짙어지고 있었다. 앞산 위로는 별들이 하나 둘 빛을 내기 시작했다.

       (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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