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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을식의 장편 연재소설
2019.03.04 20:13

오을식의 장편연재소설 (제101회) 바람의 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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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을식의 장편연재소설 (제101회) 바람의 기억


7. 꽃비의 계절

“무슨 뚱딴지같은 말이야? 왜 쓸데없는 소리를 하고 그러니?”
정아가 눈을 흘기며 볼멘소리를 했다.  
“빈말이 아냐. 흐뭇해하시는 어머니 표정을 봐라. 그리고 내가 눈치가 몇 단이니, 내 장담컨대 너를 보는 기남 씨 눈빛이 예사롭지 않아.”
동의를 구하는 모양새로 영미가 어머니를 바라보았다. 
“사람이 듬직해서 좀 좋냐. 인품도 저만하면 된 것 같고. 저이도 사연이 있더라. 우리처럼 애가 하나 있는데 할머니가 돌봐주고 있는 모양이야.”
엄마도 참, 하고 정아가 눈살을 찌푸렸다. 
“어머니 대단하셔요! 그새 자세하게도 파악을 하셨네.”
뒤에서 어머니를 두 팔로 감싸며 영미가 말했다. 
“어제 너희들 기다리면서 이런저런 얘기 좀 했지.”
“아이고, 오지랖도 넓으세요. 엄마는 남의 가정사에 뭐 그리 관심이 많으신 거예요?”
정아가 한숨을 내쉬었다. 
“남의 가정사에 감 놔라 배 놔라하는 거 주제넘기는 하지만, 내가 보기에 저이는 여자를 잘못 만났던 것 같아.”
역 쪽을 바라보며 어머니가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정아가 다그치듯 물었다. 
“설마 쓸데없는 얘기 막 한 거 아니지요?”
기남이 은지의 손을 잡고 나타나는 바람에 얘기는 거기서 끊겼다. 기남의 이마가 땀으로 반질거렸다. 은지가 솜사탕을 든 손을 자랑스럽게 흔들었다. 영미가 허리를 굽히자 은지가 솜사탕을 내밀었다.  
“저기, 기차 오네요. 이제 천천히 이동하십시다. 뭐 서두를 필요는 없어요. 역에서 한참을 정차하니까요.”
기남이 송천을 따라 내려오고 있는 기차를 가리키며 말했다. 역사 주변에 흩어져있던 사람들이 철로 주변으로 몰리고 있었다. 기남을 앞세우고 정아네도 역으로 향했다. 가까이에서 보니 레일바이크 손님들을 위한 기차는 일반 기차와는 차이가 있었다. 우선 객실이 겨우 두 량뿐인 데다 외관도 놀이시설의 미니기차처럼 화려한 색감을 자랑했다.  
“이걸 타고 20분을 가면 종점인 구절리역이야. 거기서 내려서 레일바이크로 갈아타고 이리로 돌아오는데 약 50분 정도 걸리니까 참고해.”
정아에게 표를 건네며 기남이 말했다. 문이 열리자 기남이 어머니를 부축해서 기차에 올랐다. 영미와 은지가 뒤를 따랐다. 빈자리가 없었지만 청년 두 명이 일어나 자리를 양보해 주었다. 기적이 울렸다. 기남이 잘 다녀오라고 말했다. 
“어머, 기남 씨는 같이 안 갈 거예요?” 
 뒤통수에 대고 영미가 다급하게 물었다.  
“예, 저는 여기서 기다리겠습니다. 어차피 바이크는 4명까지 탈 수 있거든요. 제가 빠져야 숫자가 맞죠. 그리고 혹시 그 사이 콜이라도 들어오면 그걸로 이따 맛난 거 사드리겠습니다.” 
“아유, 제가 빠졌어야 하는데... 미안해서 어쩌지요?”
영미가 입구까지 따라 나가며 말했다. 
“저야 뭐 손님 모시고 자주 타니까요”
서둘러 객실을 빠져나간 기남이 창에 나타나 손을 흔들었다. 뒤늦게 상황을 알아차린 어머니가 자리에서 일어섰다 앉기를 반복하며 아쉬워했다.    
창밖 정물들이 뒤로 밀리기 시작했다. 속력을 높이자 기남도 곧 한 개의 점이 되었다. 
기차가 교량을 지나 터널로 진입했다. 갑작스럽게 주변이 어두워지자 은지가 정아 품으로 파고들었다.  
“뭐가 무섭다고 그래? 엄만 어릴 때 이 철길 걸어도 다녔는데.”
“정말? 이렇게 캄캄한데 기차가 오면 어쩌려고요?”
“오면 이마로 받아버리려고 했지.”
까르르 웃음을 터트린 은지가 정아의 이마를 만졌다. 
“아이한테 좋은 것 가르친다. 말한 김에 네 친구 기차에 치인 얘기도 하지 그러니.”
영미와 은지의 눈이 동시에 커졌다. 정아가 주저하자 어머니가 은지를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너희 엄마 초등학교 때 반 친구가 아까 터널에서 사고를 당했단다. 기차를 타고 가다 철로로 떨어진 거지.”
“세상에나, 어쩌다가요?”
“기차 난간에 매달려서 터널 벽에 발이 닿는지 내기를 하다가 그랬다나 어쩐대나. 아주 죽으려고 환장을 한 거지.”
“다행히 목숨은 건졌어. 기차 바퀴에 다리 하나를 내주고서.”
정아가 마무리를 지었다. 우리 은지는 절대로 그런 장난하면 안 돼, 하고 어머니가 거듭 다짐을 받았다.  
기차는 오른편에 두 개의 마을을 끼고서, 적당한 진동과 소리를 내며 그리 빠르지도 그렇다고 느리지도 않게 계속해서 달렸다. 주변보다 철길이 훨씬 높은 덕분에 근처의 풍경이 한눈에 들어왔다. 아직 스산한 들판과 구불거리는 농로며 색깔이 바랜 낮은 지붕 위로 봄볕이 쏟아지고 있었다. 제1휴게소를 품은 계곡을 벗어나 거푸 나타난 두 개의 터널을 지나자 마침내 구절리역이 시야에 들어왔다. 기차가 속도를 줄였고, 바이크를 탈 손님은 역사 밖으로 나가지 말고 내린 자리에서 기다려달라는 안내 방송이 나왔다. 
“저게 뭐라니? 못 보던 것들이 있네.” 
기차에서 내려 두리번거리던 어머니가 건물 하나를 가리켰다.    
“여치의 꿈이라고 써졌네요. 아마 카페인가 봐요.”
정아가 대꾸했다. 여치가 짝짓기를 하고 있는 모습을 형상화한 그 낯선 건물은 두 개의 폐객차를 이용해서 만든 것이었다. 밑에 깔린 암컷 여치에서는 스파게티를 팔고 위의 수컷에서는 음료를 판다고 적혀있었다. 이거 너무 선정적인데. 영미가 손으로 입을 가리고 킥킥거렸다. 
“저건 또 뭐지?”
이번에는 정아가 건너편 철길을 가리키며 말했다. 기차 펜션과 캡슐하우스! 영미가 입간판을 소리 내서 읽었다. 가까이서 보니 그 역시 기차의 객실과 유조차량 탱크로리를 개조해서 만든 펜션이었다. 둘은 까치발로 펜션의 창문을 기웃거렸다.     
“신혼여행 여기로 오면 죽이겠는데. 이런 특별한 공간에서 밤새도록 달리는 꿈을 꾸며 첫날밤을 보내면 근사할거 아냐. 아유, 지금이라도 짝만 있으면 같이 들어가서 이주 질펀하게 놀고 싶네.”
당황한 정아가 주변을 둘러보며 영미의 옆구리를 주먹으로 질렀다. 영미가 허리를 꺾으며 자지러졌다. 벤치에 앉아 있던 어머니가 손짓을 보냈다. 바이크 탑승이 막 시작되고 있었다.   
레일바이크는 의자 외에는 몸체가 모두 빨강색이었다. 자리마다 네 개의 바퀴에 동력을 전달할 페달이 있었고 손으로 당기는 브레이크가 하나 있었다. 은지와 영미가 앞자리에, 뒤로 정아와 어머니가 나란히 앉았다. 역무원의 출발 신호에 맞춰 한 팀씩 일정한 간격을 두고 출발했다. 
두 개의 나란한 직선 위로 바이크가 달리기 시작했다. 출발만 터덕거렸을 뿐 일단 동력을 얻자 부드럽게 움직였다. 신이 난 영미와 은지가 계속해서 소리를 질렀고 어머니도 소리를 내서 웃었다. 정아는 허벅지에 힘을 주었다. 머리칼이 날리기 시작했다. 가슴속에서 뭔가 벅찬 느낌이 차올랐다. 어머니와 딸아이와 함께 달리는 이 시간이 언제까지나 계속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간절해졌다. 차라리 이대로 시간이 정지했으면 했다.    
멀리 아우라지역사가 보였다. 기차펜션과 빨간 캡슐하우스도 성냥갑 크기로 눈에 들어왔다. 한 개의 점이었던 기남이 서서히 몸피를 키우고 있었다. 

(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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