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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을식의 장편 연재소설
2019.04.01 18:31

오을식의 장편연재소설 (제105회) 바람의 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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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연재소설 (제105회)

바람의 기억


7. 꽃비의 계절

“그것 참! 얘기가 왜 또 원점으로 돌아간 거야?”
기남이 나무라는 투로 말했다. 정아의 시선이 능선에서 강으로 옮겨졌다. 산그늘로 뒤덮인 강물 위로 물오리 몇 마리가 느릿느릿 유영 중이었다. 
“그러게 말이야, 좋은 기억도 많을 텐데. 오늘은 이상하게 자꾸 우울 모드로 빠지네. 너무 오랜만에 고향을 찾은 후유증인가? 우리 기분도 꿀꿀한데 나가서 좀 걷자.”
기남이 입맛을 다시며 고개를 끄덕였다. 차에서 내린 정아는 강가로 성큼 내려섰다. 야트막한 모래 둔덕을 넘어서자 시야가 확 트였다. 두 팔을 벌려 기지개를 켰다. 뒤따라 온 기남이 조약돌을 집어 강물을 향해 힘껏 던졌다. 오리들이 일제히 물을 박찼다. 
“못됐다. 재들 욕하는 소리 들었어?”
상류로 날아가는 오리를 바라보며 정아가 투덜거렸다.     
“겨냥한 게 아닌데 저리 겁을 내고 줄행랑을 치네.”
“넌 장난이었지만 재들은 목숨이 위험했다고.” 
정아도 조약돌 하나를 집어 강물로 던졌다. 날아간 돌이 물 위를 스치며 3개의 물수제비가 떠졌다.  
 “오호, 제법인데!”
기남의 감탄에 정아가 어깨를 으쓱거렸다. 
“내친김에 우리 내기할까?”
기남이 오른팔을 빙빙 돌리며 말했다. 정아가 다시 돌을 집어 아까보다 더 세게 던졌다. 이번에는 4개나 떠졌다. 정아가 손뼉을 치며 호기롭게 말했다. 
“좋아, 대신 넌 남자니까 왼손으로 던져. 그래야 공평하지.”
오케이 콜! 기남이 오른 손에 들고 있던 돌을 왼손으로 옮기며 큰소리로 외쳤다. 
“지는 사람이 커피 사기!”
“겨우? 너무 약하다. 커피 플러스, 맥주 플러스 그리고 저기 수양버들까지 왕복으로 업어주기.”
기남이 떠죽거렸다. 나도 콜! 하고 정아가 소리쳤다. 
정아는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운동에는 젬병이지만 이상하게도 물수제비뜨기만큼은 자신이 있었다. 어릴 적 물지게를 진 아버지를 따라 강가로 나가서 익힌 솜씨가 아직은 녹슬지 않았을 터였고, 게다가 상대는 쓰는 손을 두고 왼손으로 던져야 하는 것이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예상과는 달랐다. 연습으로 던질 때는 실력 차가 확연했는데 본 게임에 들어가자 막상막하였다. 결국 5번째 대결에서야 승부가 났다. 
패한 기남이 자세를 바꿔 오른손으로 물수제비를 떴다. 조약돌은 제비처럼 날아가 강물에 10개가 넘는 흔적을 남기고 물속으로 사라졌다.  
“봤지, 저게 내 원래 실력이야. 그래도 약속은 지켜야지. 어서 업혀.”
기남이 엉거주춤한 자세로 등을 내주며 말했다. 주저하다 몸을 맡겼다. 대롱거리는 정아를 추슬러 업으며 기남이 말했다. 
“오늘의 운세에서 내기 같은 것 하지마라고 했는데, 딱 맞췄네. 뭐 그렇기는 해도 신나고 유쾌한 패배다. 그나저나 우리 이런 모습을 누가 신문이나 방송에다 대문짝만하게 내줬으면 좋겠는데...” 
정아가 얼른 기남의 입을 손바닥으로 막았다. 
기남은 아까 오리가 날아간 방향으로 걷기 시작했다. 
“오이 비누 쓰나봐.” 
정아가 코를 킁킁거리며 말했다.  
“개 코네.” 
“전에 우리 집 전용 비누였거든.”
뇌리에 사내의 단단한 알몸이 떠올랐다. 함께 샤워하기를 즐겼던 인수는 오이비누를 좋아했다. 까슬까슬한 목욕 타올에 오이비누를 충분히 문질러 거품을 낸 다음 몸 구석구석을 닦아주면 불에 오른 오징어처럼 몸을 배배꼬며 낄낄 거렸던 사람. 불현듯 수증기 자욱한 욕실에서 몸을 섞던 광경이 떠오르자 정아는 눈을 질끈 감았다. 배꼽 아래쪽이 아릿해졌다.      
“무겁지?” 
“아니, 괜찮아. 새털처럼 가벼워.”
“거짓말도 원. 지금 다리 후들후들 떨고 있는 거 다 알아.”
“좋아서 떠는 거야. 고양이가 기분 좋으면 가릉 거리는 것처럼.”
높고 습한 기남의 체온이 가슴과 배를 통해 그대로 전해졌다. 걸을 때마다 가슴과 둔부가 민망한 형태로 밀착되어 얼굴이 화끈거렸다. 
“울렁거리는 게 꼭 배를 타는 느낌이야.” 
“이렇게 안전하고 서비스 좋은 배는 처음 타보지?”
“그런 듯. 근데 오래 타면 멀미할 것 같아. 배가 아니라 당나귀를 타는 것도 같고.”
“내가 당나귀? 그건 너무 했다. 잘 빠진 경주마면 몰라도.”
“당나귀가 어때서. 노새나 버새에 비하면 근사한 동물이잖아.”
“노새는 알겠는데 버새는 뭐지?”
“둘 다 불운한 동물이잖아. 노새는 수컷 당나귀와 암컷 말 사이에서, 버새는 반대로 암컷 당나귀와 수컷 말 사이에서 태어나.”
“정말? 거 참 이상한 조합이다. 호랑이와 사자의 불륜 같은.”
“라이거가 태어나는 것과 비슷한 경우지. 호랑이와 사자처럼 말과 당나귀도 전혀 다른 종이니까. 문제는, 노새나 버새도 부모들의 원죄 때문에 고통을 받는다는 거야. 생김새도 이상한 데다 결정적으로 새끼를 가질 수가 없으니까.”
“저런! 안 됐다. 자기 의지와는 아무런 상관도 없이 그런 불행을 감당해야 하다니.”
“슬픈 운명이지?”
정아가 소곤거렸다. 
반환점인 수양버들을 돌았다. 기남의 팔이 엉덩이를 더욱 옥죄었다. 정아는 강을 바라보다가 이제 그만 내려달라는 의미로 몸을 흔들었다. 하지만 기남은 멈추지 않고 묵묵히 뚜벅뚜벅 걸었다. 정아가 말을 이었다.  
“가끔 우리 은지가 노새나 버새 같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어. 태어나 환영받지 못한다는 점에서.”
“그런 논리라면 우리 애는 더 그렇지.”  
기남이 한숨을 내쉬었다. 정아는 고개를 돌려 굽이진 강의 중심부를 바라보았다. 누구라도 물결에 휘말리면 결코 살아서는 빠져나오지 못한다는 소가 보였다. 
“그만 내려줘. 나머지 거리는 면제해줄게!”정아가 말했다. 
바로 그때였다. 기남이 갑자기 강으로 방향을 틀었다. 그러고는 태연히 물로 걸어 들어가는 게 아닌가. 아래에서 철벅철벅 물 밟히는 소리가 났다. 정아가 버둥거리며 소리쳤다.
“어머, 왜 이래, 무서워!”
 기남은 멈추지 않고 계속 들어갔다. 걸음을 옮길 때마다 사방으로 물이 튀었다.  기남이 나직하게 말했다.   
“우리 저기 소까지 그냥 들어갈까?”
수위가 높아졌다. 정아는 팔에 힘을 주며 다리를 앞으로 쭉 뻗었다. 무섬증이 밀려들면서 소름이 돋았다. 정아는 주먹을 휘두르며 몸부림을 쳤다. 볼을 쥐었다가 귀를 잡아 당겼다.  
“미쳤나봐, 어서 나가!”
정아가 악다구니를 썼다. 기남이 머리를 젖히고 웃음을 터트렸다. 

(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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