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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을식의 장편 연재소설
2019.05.06 18:44

오을식의 장편연재소설 (제109회) 바람의 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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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편연재소설 (제109회)


바람의 기억


 


8. 낙화의 시간


목이 탔다. 영미는 거푸 잔을 들이켰다. 그가 다시 말을 이었다.


“당당하게 나가 조사를 받도록 합시다. 내가 내일 동행할 거니까 걱정할 필요 없어요. 초범이고 자진 출두 형식이니까 우리가 대응만 잘 하면 금방 해결될 수 있습니다.”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던 장 마담이 그제야 입을 열었다.


“합동 단속이어서 봐주기 어렵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우리가 그동안 기관마다 기름칠을 해둔 게 있잖아. 그래서 아마 저쪽에서도 우리를 쥐 잡 듯 하지는 못할 거야. 막다른 골목으로 몰리면 우리도 돌아서서 물어뜯을 수밖에 없다는 걸 저쪽에서도 잘 알고 있을 테니까.”


당황한 변호사가 잔을 내려놓고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렇다면 혹시... 제가 모르고 있는 비장의 카드라도?”


“글쎄요. 대응할 무기가 있다면 있고 없다면 없을 테지요. 우리 같은 외줄타기 인생이야 삐끗하면 낭떠러지로 곤두박질치기 일쑤잖아요. 그러니 늘 발밑에 안전장치를 두려고 노력하지요.”


장 마담의 두루뭉술한 대답에 변호사가 다시 은밀한 어조로 물었다.


“시쳇말로 보험을 들어놨다는 것 같은데. 든든한 뒷배인가요? 아니면 반대로 저쪽 약점을 잡고 있다는 말씀인지.”


장 마담은 가타부타 말이 없었다. 마담의 느긋한 태도에 변호사가 부쩍 조바심을 냈다. 영미는 장 마담의 자신감이 혹시 그 수첩에서 나오는 것은 아닐까 잠시 생각했다. 언제였을까, 그 검정색 수첩을 보았던 게. 그날 장 마담은 영미에게 은밀한 접대를 지시하면서 수첩 하나를 보여주었다. 이게 뭔지 아니, 이건 바로 우림각의 판도라야. 이 속에 그간 우리에게 접대나 봉투를 받은 인간들 명단이 빼곡하게 들어있지. 열리면 누구도 절대로 부인할 수 없을 만큼 아주 구체적으로 기록해두었어. 기자들 불러서 이거 돌리면 목 날아갈 인간들 수두룩하다. 그날도 장 마담은 영미가 보는 앞에서 접대해야 하는 공무원의 직책과 이름, 연락처, 그리고 접대하는 영미 이름과 호텔 룸 번호까지 적었다.


변호사는 잔을 들고 장 마담의 대답을 기다리고 있었다. 장 마담이 한 박자 늦게 손을 내저었다.


“그냥 그렇다는 거지요. 따로 신경 쓰지 마세요. 답답해서 해본 소리예요. 저희는 변호사님만 믿겠습니다. 우리 착한 영미 다치지 않게 특별하게 살펴주세요.”


장 마담이 미소를 지으며 조곤조곤 말했다. 그러고는 영미에게 궁금하거나 도움이 필요한 내용이 있으면 지금 변호사에게 물어보라고 재촉했다. 시선이 영미에게 쏠렸다. 영미가 쭈뼛거리다 입을 열었다.


“내일 가서 어떻게 해야 할지 정말 걱정이 돼요. 오래 전에 참고인 조사는 받은 적이 있지만 이렇게 피의자로 선 적이 없거든요. 게다가 이번 단속에 대해서 저는 정말 아는 것이 아무 것도 없어서...”


시선이 장 마담에게 옮겨졌다.


“당연하지. 나도 똑같은 일로 조사를 받아봐서 지금 네 심정이 얼마나 고약하고 답답할지 잘 알고 있다. 그래서 내가 이렇게 왔잖니. 그때 경험을 들려주려고.”


경철이 몸을 돌려 손짓을 하자 알바가 볼펜과 메모지를 가져왔다.


“전에 일이 터졌을 때 나 역시 백지였어. 매장 대표로 명의만 올려둔 상태이니 영업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전혀 알지 못했지. 그땐 강 회장님이 다 알아서 처리하는 구조였으니까. 그날도 손님 모시고 호텔로 들어가 샤워를 하고 있는데 갑자기 프런트를 통해 비상 코드가 뜬 거라. 난 일반적인 단속반이 뜬 것으로 알았지. 근데 갑자기 내 룸에 다른 아가씨가 대타로 들어와서는 지금 당장 매장으로 가라는 거야. 가서 보니 웬 남자들이 기다리고 있더라. 그렇게 영문도 모른 채 임의동행 형식으로 검찰청으로 끌려갔어. 상상해보렴, 얼마나 놀랐겠나. 앞이 캄캄해져서 본적을 묻는데 그게 생각이 안 나더라고. 난 울고만 있었지... 그때 회장님이 여기 이 변호사님을 보내주셨어. 진짜 천군만마였다. 곁에 변호사님이 계시니까 수사관들 태도부터가 부드러워지더라. 곧 정신이 돌아왔지. 시간이 흐르니 묘한 오기가 생기면서 머리 회전도 빨라지더라. 기왕 이렇게 된 거 내가 회장님을 보호하자. 까짓 거 유죄 받으면 빵에서 좀 쉬다 나가지 뭐. 어차피 나가 봐야 밤마다 손님 받느라 고통스러울 텐데, 차라리 나라에서 주는 밥 먹고 푹 쉬다 나가는 것도 괜찮겠다 싶더라. 물론 내심으로는 그렇게 하면 회장님이 어떤 방식으로든 보상을 해주실 거라는 기대감도 있었고.”


영미는 장 마담이 바지 사장이 어떤 자세를 가져야 하는지를 에둘러 설명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경험담은 계속되었다.


“그렇게 결심을 하고 나니까 신기하게도 수사관이 윽박질러도 전혀 무섭지 않은 거야. 두려움이 사라지니 대답하는 게 하나도 어렵지 않았어. 수사관이 압수해간 이미테이션 제품들을 하나하나 꺼내서 가격을 묻더라. 얼마에 떼 와서 얼마에 파는지. 그걸 내가 알겠니. 그래서 내가 용감하게 그 자리에서 가격을 정했지. 그 수많은 물건들의 가격을 내가 즉석에서 불러주었는데, 다음 날 수사관이 다시 물건들을 들이대면서 같은 질문을 반복하는 거야. 얼마에 떼 와서 얼마에 파느냐고. 근데 참 신기해. 물건을 보자마자 전날 내가 말했던 가격이 그대로 떠오르는 거라. 나는 회심을 미소를 지었지. 하지만 다시 위기가 왔어. 이번에는 물건을 대주는 업자를 대라는 거야. 앞이 캄캄했지. 그건 물건 값 정하기와는 차원이 다른 문제였으니까. 나는 솔직하게 모른다고 했지. 수사관이 화를 내며 거래처를 모른다는 게 말이 되냐고 다그쳤어. 그때 아이디어가 떠올랐지. 예전에 딱 한 번 가본 적이 있는 이태원이 생각난 거야. 그래서 그랬지. 물건은 이태원의 어느 노점상에게 받았다. 그래서 성만 알지 이름은 모른다. 그쪽에서 부정기적으로 연락을 해와 현찰로 거래하기 때문에 이쪽에서는 따로 연락처도 가지고 있지 않다. 그랬더니 수사관이 또 노발대발하는 거야. 누굴 핫바지로 아느냐고. 그런 거래가 어디 있냐고. 그래도 난 꿋꿋하게 버텼어. 어디서 그런 용기가 나왔는지 모르겠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까 그게 거래처만 보호한 게 아니라 내 판결에도 크게 도움이 되었다고 해.”


“그랬지요. 그걸 회장님께 전했더니 얼마나 좋아하시던지, 지금도 그 표정이 생생합니다.”


변호사가 맞장구를 쳤다. 영미는 내일 조사 받을 때 같은 방식으로 임하라는 지침이라고 짐작했다. 잠시 침묵이 이어졌다.


“어쨌든 구속되기는 했지만 교도소에서 미결수로 달포가량 살다 나왔지. 회장님과 변호사님이 손을 써주신 덕분에.”


변호사가 목을 축이고는 고개를 주억거렸다.


“그때보다 상황이 좋진 않지만 불구속 수사를 받을 수 있도록 힘을 써보겠습니다. 다들 지혜를 모아보자고요.”


“다행히 이번 담당 검사가 변호사님 대학 후배에다 동향이기도 하다니까 기대를 해도 좋을 것 같아.”


장 마담이 거들었다.


“그럼 푹 주무시고 내일 오전 10시에 여기서 만나기로 합시다. 아참, 혹시 모르니까 오늘밤은 집으로 가지 말고 호텔을 잡으세요.”


그가 자리에서 일어서며 말했다. 집보다 호텔이 안전하다니. 영미는 그제야 자신이 쫓기는 신분임을 실감했다. 변호사를 문밖까지 배웅하고 온 경철이 영미 곁에 앉으며 소곤거렸다.


“그게 좋을 것 같다. 집에 있다가 연행될 수도 있으니까.”


장 마담이 영미의 손을 당겨 잡았다.


“어려운 일을 시켜서 미안하다. 이번 건이 마무리되면 회장님께서 아마 합당한 상을 안겨주실 거야. 그러니 어금니 단단히 물고 이겨내자.”


영미는 장 마담이 말한 합당한 보상이 무엇일지 궁금했지만 따로 묻지는 알았다.



(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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