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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을식의 장편 연재소설
2019.05.13 01:49

오을식의 장편연재소설 (제110회) 바람의 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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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연재소설 (제110회)


바람의 기억



8. 낙화의 시간


 장 마담은 대신 교도소를 다녀온 공로로 이미테이션 매장 지분을 받았고 우림각 아가씨들을 총괄하는 실장 직에도 올랐다. 그렇다면 이번에도 그와 비슷한 조건으로 보상을 하겠다는 것일까. 영미는 마음으로 고개를 저었다. 지금 돌아가는 상황을 보면 그건 부질없는 바람일 터였다. 성매매특별법이 시행되는 날이면 우림각은 그대로 문을 닫을 수밖에 없고 그리되면 한 몸으로 움직이는 이미테이션 매장도 같은 운명을 맞이할 게 빤하니까.


장 마담이 숄더백에서 서류 봉투를 꺼내 테이블 위로 올렸다. 영미가 마담을 쳐다보았다.


“수사관들이 물품에만 눈이 팔려서 서랍에 들어있던 이 비밀 카탈로그를 보지 못했다. 천만다행이지.”


봉투에 손을 넣자 두툼한 종이 뭉치가 잡혔다. 꺼내 몇 장 넘겼다. 말이 카탈로그지 실상은 흑백 프린터로 뽑은 허접한 A4용지 묶음이었다.


“내일 취조에 대비해서 가격대별로 철저하게 암기하도록 해. 네가 치마사장이 아니라는 걸 증명하는 첫 번째 시험이라고 생각하고.”


대강 훑고 난 영미가 고개를 들었다.


“상품이 이렇게 다양했나요? 그리고 제품 아래 이 숫자들은 뭐예요? 판매가격인가요?”


장 마담이 손사래를 쳤다.


“도매가. 거기에 이윤을 붙여서 판 거지.”


“이미테이션인데 왜 이렇게 비싸게 들어와요?”


“우린 처음부터 허접한 제품은 취급하지 않았어. 거의가 정품이나 다름없는 A급이나 특A급이었지. 좋은 제품을 싸게 살 수 있으니 손님들이 그렇게 적극적으로 찾았던 거고. 그거 모두 다 외울 필요는 없다. 압수해간 제품에 동그라미를 해두었으니 그것만 머리에 넣어. 그건 그렇고 검사 앞에서 진술할 때는 하루에 몇 개 팔지 못해서 적자를 보고 있었다고 죽는 소리를 해야 해. 그건 나중에 벌금과 형량에도 영향을 주니까 정신 바짝 차리고 시치미를 떼. 다그친다고 쫄지 말고 달콤하게 달랜다고 속 보이지 말고. 카드회사에 잡힌 거래 내역 외에는 노출된 증거가 없으니까 일관되게 오리발을 내밀면 저쪽에서도 별 수 없다.”


장 마담은 취조 받은 경험을 들려주며 세세한 부분까지 설명해주었다. 영미는 자신이 마치 수사관 앞에 앉아 진술을 하는 자세로 경청하며 필요한 것들을 종이에 메모했다. 경철은 그 사이에 수족관에서 참돔을 잡아와 회덮밥을 만들었던 모양이었다. 두 그릇을 가져와 테이블에 올렸다. 장 마담이 팔을 뻗어 경철의 엉덩이를 토닥거렸다.


“역시 내 뱃속까지 속속들이 아는 건 경철이 뿐이야. 그러잖아도 약간 출출했거든. 너도 저녁 전이지? 먹자.”


정아는 경철의 손을 슬며시 당겨 옆에 앉혔다. 먼저 비벼서 한 입 가득 문 장 마담이 경철을 향해 엄지를 들어보였다.


“참, 정아네 분위기는 어쨌니? 어디가 안 좋다고 했지? 어머니 말이야.”


갑작스런 물음에 영미는 들었던 숟가락을 그릇에 내려놓았다.


“다리 골절요, 깁스하고 병원에서 나와 집에 계세요.”


영미는 정아가 했던 부탁을 떠올리며 적당히 얼버무렸다.


“저런! 어쩌다 그러셨다니. 난 또 정아가 집에 가고 싶어서 엄마를 팔았나 의심했는데, 사실이었구나.”


뜨끔했다. 혹시 말은 저리해도 정아가 거짓말을 했다는 걸 이미 알고 있는 것은 아닌가 싶어 찜찜했다.


“어머니가 어찌나 반가워하시던지, 가길 잘한 것 같아요.”


영미는 야무지게 한 숟갈 떠서 입에 넣었다.


“그랬겠지. 살면서 제일 무섭고 슬플 때가 바로 몸 아픈데 곁에 아무도 없을 때잖아. 그러니 딸내미 오기를 얼마나 고대했겠냐.”


정아네 집 전경이 눈에 선했다. 나지막한 지붕을 에두른 넓은 마당, 장독대 옆 샘가의 펌프, 건너편 구석 화장실 문에 삐뚤삐뚤 써져 있던 다불유시(多不有時). 마루에 나란히 앉아 먼 산을 바라보며 도란거리는 모녀와 모녀. 그리고 팔짱을 끼고 세 사람을 지켜보는 기남의 모습도 떠올랐다.


“가서 보니까 고향에서도 정아 인기가 하늘을 찌릅디다. 알리지도 않았다는데 어찌 알고 공항까지 픽업 나온 남자가 있지 뭐예요. 제가 보기에는 정아가 오케이만 하면 바로 보쌈해서 데려갈 기세였어요.”


흐뭇한 표정을 짓고 있던 장 마담이 눈꼬리를 올리며 정색했다.


“그럼 안 되지. 우리 우림각 에이스를 그렇게 잃을 수는 없어.”


웃자고 말한 걸 장 마담은 무겁게 받아들인 모양이었다.


“걱정 마세요. 정아가 꿈쩍을 안 했으니까요.”


영미의 수습에 장 마담의 표정이 서서히 풀렸다.


그릇을 깨끗하게 비운 마담이 숟가락을 내려놓았다. 몇 숟갈 뜨지 못한 영미도 그릇을 물렸다.


장 마담이 그릇이 놓였던 자리에다 흰 봉투 하나를 꺼내놓았다.


“너 의기소침해 할까봐 회장님이 금일봉을 챙겨주셨다. 힘내서 잘 다녀오너라.”


일어선 장 마담이 봉투를 집어 영미 손에 쥐어주고는 어깨를 토닥거렸다.


영미는 문밖까지 따라 나가 장 마담을 배웅했다. 마담은 앞만 보고 묵묵히 걸어갔다. 영미는 마담이 길 모퉁이를 돌아 시야에서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 움직이지 않았다. 행여 다시 돌아와 손을 흔들지 않을까 싶어 한참을 서 있었다. 영미는 경철이 문을 열고 들어오라고 소리쳐서야 다시 가게로 돌아왔다. 그 사이 테이블에 술상이 새로 차려져 있었다.


“한잔하고 들어가서 쉬어라.”경철이 잔을 건네며 말했다.


“가서 암기해야 하는데 마셔도 될까? 아니지, 오늘 충분히 마셔둬야겠구나. 들어가면 언제 또 마실지 기약이 없으니.”


“금방 나올 수 있대도 그러네. 자 한잔하자.”


잔을 부딪쳐 목에 넘겼다. 영미가 잔을 채워주며 목소리를 높였다.


“아까 변호사가 이번 단속이 회장님을 겨냥한 거라고 했는데, 나는 그 말이 당최 이해가 안 돼. 성매매특별법에 회장님이 반발할까봐 그런다고 하는데 그게 말이 되느냐고. 까놓고 얘기해서 여기서야 회장님이 거물이지 중앙에서 누가 알아주기나 하나? 안 그래?”


경철이 손을 아래로 까닥거려 목소리를 낮추라는 사인을 주었다. 반대편 구석 자리 손님들이 이편에다 눈길을 주었다 거두었다.


“다 선거 때문이야. 회장님이 총선에 나서겠다고 하니까 위에서 미리 싹을 자르려는 수작이지. 여야가 박빙인 상황에서 회장님이 무소속으로 나서면 성향 상 여당 표를 잠식하게 되어있거든. 그래서 미리 주저앉히려는 속셈이지.”


“그러니까 출마를 접지 않으면 이 건을 터트려서 흠집을 내려는 의도구나.”


“빙고!”


“난 또 성매매특별법 때문에 이러는 건가 했지.”


“그건 이미 돌이킬 수가 없어. 이번 주에 국회통과가 유력하니까. 그러고 보면 이번 단속이 두 마리의 토끼를 잡는 포석일 수도 있겠다.”


경철이 잔을 부딪쳐왔다.


“아, 기분 더럽다. 난 매장에서 일원 한 푼 받은 적이 없는데 옥살이라니.”


“어쩌겠나. 네가 매장 대표로 되어있으니 네 선에서 해결을 해야지. 자, 막잔 들고 가서 쉬어라. 알지? 내 후배가 지배인으로 있는 호텔. 거기 전화해 놨으니까 후문으로 들어가라.”


“호텔에서 나 혼자 자라고?”


영미가 경철의 턱밑에 얼굴을 바짝 치대며 속삭였다.




(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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