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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을식의 장편 연재소설
2019.06.03 22:32

오을식의 장편연재소설 (제112회) 바람의 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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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연재소설 (제112회)


바람의 기억



8. 낙화의 시간


목을 축인 홍변이 다시 마이크를 들었다.


“일찍이 시인 엘리엇이 노래했습니다. 4월은 가장 잔인한 달이라고. 그는 마치 우리의 처지를 염두에 두고 시를 읊조린 것 같습니다. 시인의 말처럼 우리의 4월은 정말 잔인합니다. 우리의 목을 조이는 법이 오늘 국회에서 통과되었기 때문이지요. 의사봉이 두드려진 이상 저나 여러분은 시한부 인생입니다. 시행일이 9월 23일이니까 유통기한이 딱 6개월 남았습니다. 이 잔인한 봄을 넘어서면 곧 땡볕이 내리쬐는 여름이 올 것이고 마침내 문제의 가을이 저승사자처럼 우리를 덮칠 겁니다. 가을은 우리에게 풍요로움 대신 살을 에는 삭풍을 선사할 테지요.”


정아는 고개를 떨궜다. 시한부라는 단어 때문일까, 마음이 심란했다.


“말발 장난 아니지?”


귀순이 몸을 기울여 속삭였다.


“그러게 마이크 체질이네.”


“프로 사기꾼들도 저 언니 앞에서는 식은땀 흘리며 빌빌 거린대. 말만 좋은 게 아니라 법 실력도 대단해서 사고 친 상담자가 끊이질 않아. 받아보면 신통방통하게도 검사의 구형량부터 판사의 선고 형량까지 거의 오차가 없다는 거야. 오죽했으면 여기 판검사들이 우림각 홍변 지휘를 받고 있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오겠냐. 게다가 저 언니는 글재주도 좋아. 말 잘 한다고 글을 잘 쓰지는 않잖아. 근데 저 언니는 그게 가능하다니까. 옛날 교도소 들락거리던 경험을 살려서 책을 썼거든. 제목이 뭐였더라. 개털과 범털이었던가.”


정아가 귀순을 바라보았다.


“혹시 그거 아냐? 나는 개털이었다.”


귀순의 눈이 동그래졌다.


“어머, 네가 그 책을 어떻게 알아. 너 입사하기 한참 전에 나온 건데.”


“전에 학원에서 봤어. 수강생들이 무슨 교과서처럼 다들 가져왔거든.”


“아, 너 학원 선생일 때 말이구나. 하긴 우림각 식구들이 다들 두세 권씩은 사줬지. 나도 세 권 사서 주위에 돌렸어. 강매였지만 다들 흐뭇해했지. 어쨌거나 동료 중에 책을 낸 사람이 나왔으니까.”


귀순이 당시의 상황을 되짚는 사이에도 강의는 차분하게 진행되고 있었다. 모두가 허리를 펴고 경청하는 분위기였다.


“위기는 기회이기도 합니다. 따지고 보면 우리가 언제 위기가 아닌 적이 있었나요? 정신만 놓지 않으면 호랑이에게 물려도 살 수가 있다는 말을 명심합시다. 자 그럼 본격적으로 이야기를 시작하도록 하지요. 오늘 통과된 성매매특별법의 정확한 명칭은 ‘성매매알선 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 법률’과 ‘성매매방지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 두 가지입니다. 어렵지 않죠? 앞의 것은 성매매 처벌법이고 뒤의 것은 성매매 방지법이에요. 이게 대체 어떻게 생겨 먹은 법이기에 우리 우림각을 위시해서 전국의 밤업소가 이토록 비상인지 궁금하지요? 여러분도 알겠지만 지금도 유사한 법이 있어요. 1961년도에 만들어진 ‘윤락행위방지법’이 바로 그거죠. 거기에 성매매를 하다 적발되면 1년 이하의 징역과 3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되어 있어요. 그런데 그 법을 두고 국회에서 왜 다시 법을 제정했을까요? 그건 말이죠, 기존의 법이 사실상 죽은 법이었던 겁니다. 지난 반세기 가까이 사문화되었던 거예요. 그동안은 성을 판 사람도 구매한 사람도 처벌을 안 했던 거지요. 어쩌다 걸려도 가볍게 넘어간 거예요. 그래서 우리 우림각도 별 탈 없이 영업을 할 수 있었던 거고요. 우리에게는 정말 좋은 시절이었지요.”


“맞아, 옛날이 좋았어.”


귀순이 혼잣말로 구시렁거렸다.


“우리가 숙지하고 있어야 할 것은 성매매알선 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 법률 제2조에요. 거기 보면 성매매란 불특정인을 상대로 금품이나 그 밖의 재산상의 이익을 수수 또는 약속하고 몸을 파는 행위로 일반적인 성교 행위를 물론이고 구강 또는 항문 등 신체의 일부 또는 도구를 이용한 유사성교 행위도 포함한다고 되어 있습니다. 우리가 날마다 하는 일이니 설명이 더 필요하지는 않겠지요? 우리의 관심은 재수 없이 걸리면 어떤 처벌을 받게 되느냐 하는 거지요. 뭐 복잡하지 않습니다. 제21조 벌칙에서 성매매를 하다 적발되면 1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만 원 이하의 벌금, 구류 또는 과료에 처한다. 라고 되어 있습니다. 뭔가 이상하지 않나요? 그렇습니다. 공교롭게도 과거 윤락행위방지법과 형량이 동일해요. 눈치가 빠른 분들은 이미 눈치를 채셨겠지만 이번에 법을 새로 만들어 통과 시킨 건 사문화된 법을 살려서 본격적인 단속을 하겠다, 그런 의미인 겁니다.”


문이 열리자 잠시 강의가 중단되었다. 뒤늦게 나타난 세 명의 아가씨가 장 마담에게 목례를 하고 들어와 빈자리를 찾았다.


“쟤들은 좋겠다. 우리처럼 생계형이 아니어서 별 타격을 받지 않을 테니까.”


정아는 귀순이 한 말이 무슨 의미인지 알고 있었다. 언젠가 영미를 통해 저 세 명은 단순히 돈을 벌기 위해 입사한 애들이 아니라는 걸 알고 있었다. 즐기기 위한 비용을 마련하려고 시작한 일이라고 했던가.


“여러분들은 이제 안전한 우림각의 품에서 벗어나 망망대해로 나가야 합니다. 마치 무리를 잃은 멸치 같은 신세인 거죠. 우림각이 간판을 내리면 일본 손님을 받는 통로가 차단되고, 동시에 강력한 단속이 장기간 이어질 것입니다. 더러 단속이 얼마나 가겠어, 하고 기대할 수도 있지만 이번은 정말 상황이 다릅니다. 그렇다고 가진 게 몸뚱이 하나고 배운 것도 그게 전부인 우리가 이제 와서 무슨 일을 할 수 있겠어요? 때문에 어떤 방식으로든 다시 밤일을 할 수밖에 없습니다. 해서 지금부터는 단속에 대비하는 방법에 대해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다 아는 내용이지만 그래도 충분히 반복 숙지해서 위기가 찾아왔을 때 의연하게 대처하기 바랍니다. 첫째도 둘째도 증거를 남기지 말라는 거예요. 일이 끝난 다음 콘돔과 젖은 휴지는 귀찮더라도 반드시 변기에 넣고 물을 내리세요. 남의 귀한 정자 5억 마리를 익사시킨다고 해서 지옥에 가지 않으니까 꼭 그렇게 하세요. 그게 뭔 보물이라도 되는 듯 화장지에 싸서 핸드백에 넣고 나오는 특이한 후배도 있던데, 그러면 패가망신합니다. 근데 열심히 하는 도중에 딱 걸렸다 그럼 어떻게 하겠습니까. 그럴 때도 침착하면 됩니다. 삽입을 했느니 안 했느니 하고 우길 필요 없어요. 성매매를 했다고 추궁하면 아주 침착하게 목소리를 높이는 거예요. 술 마시다 서로 필이 통해서 들어온 건데 뭐가 문제냐 그런 식으로 말이죠. 우린 성을 매개로 금전을 주고받은 게 아니라 서로 좋아하는 감정만 주고받았다고 우기는 거예요. 손님과 들어갈 때 미리 입을 맞춰두면 좀 더 안전하겠지요. 그러면 단속반들은 증거를 찾으려고 여기 저기 뒤적일 거예요. 받은 돈이 어디 있나 하고요. 전에는 화대를 우림각에서 일괄로 받아 나중에 정산하는 방식이어서 문제가 없었지만 앞으로는 그럴 수가 없어요. 그랬다가 걸리면 업소 주인 큰일 납니다. 성매매 알선은 처벌이 아주 무서워요. 때문에 우리가 손님과 직거래를 해야 합니다. 후불로 받는 게 단속에는 안전하지만 그것도 문제가 있지요. 남자라는 동물들은 화장실 갈 때와 나올 때가 너무 다르니까요. 어쨌든 받으면 무조건 돈을 여러 군데로 나눠서 보관하세요. 엔화보다는 우리 돈으로 받는 게 더 안전하겠지요.”


좌중에 웃음이 터졌다. 누군가가 브래지어에다 비밀 금고를 만들어야 되겠다고 말했기 때문이었다.


홍변의 강의는 계속되었다. 모두 눈들이 초롱초롱 빛났다. 정아도 영미에게 들어서 알고 있는 내용이었지만 그녀의 입을 거치니 새로운 정보처럼 흥미로웠다.


질문을 받는 순서가 되었다. 궁금한 점이 많은 듯 여기저기서 손이 올라왔다. 앞자리에 앉은 아가씨가 일어서서 마이크를 건네받았다.


“저는 보다 근본적인 문제를 가지고 질문을 하려고 합니다. 지금 우리 목을 죄고 있는 성매매특별법을 되돌리거나 없앨 수는 없는 것인지 알고 싶습니다. 전에 회장님을 국회의원에 당선시켜 이걸 막자는 계획이 있었습니다. 그건 어떻게 된 건가요? 지금이라도 국회로 보내서 법을 뒤집을 수는 없을까요?”


장 마담이 자리에서 일어섰다. 시선들이 홍변에게서 장 마담에게 옮겨졌다.



(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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