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노동을 생각하는 소비문화를 만들자

by eknews posted Nov 03,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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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노동을 생각하는 소비문화를 만들자



'고품질의 최고급 서비스'를 모토로 왕가의 서비스를 호텔에 도입해 '근대 호텔의 아버지'라 불리는 이가 세계적 호텔 체인 리츠 칼튼 호텔의 창립자 세자르 리츠다. 그의 경영철학이 '고객은 왕'이다. 세계적 소매 유통기업 월마트의 창립자인 샘 월튼의 경영철학 제1조는 '고객은 항상 옳다'는 말이다. 제2조는 '고객이 틀렸다고 생각되면 제1조를 다시 보라'다.

이처럼 고객 우선 경영 철학을 바탕으로 경영의 모든 부문을 고객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고객을 만족시키는 것을 통해 기업 발전을 추구하는 경영 기법이 '고객만족경영'이다. 1980년대 후반부터 미국과 유럽에서 주목을 받으며 세계적인 대세를 이루고 있는 경영기법이다. 우리나라에서도 1990년대부터 대부분의 기업이 고객의 중요성을 최우선으로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과도한 고객중심주의를 악용해 무리한 요구를 하는 고객, 즉 '블랙 컨슈머'가 크게 늘어나는 등 부작용도 만만찮다. 지난달 인천의 한 백화점에서 고객이 매장 여직원을 무릎 꿇리고 폭언을 퍼붓는 영상이 공개되면서 공분을 불러일으키는 등 서비스 업종의 감정노동자에 대한 고객의 '갑질'이 잇따라 사회문제화되고 있다.

'스마일 마스크 증후군'이라는 우울증의 한 증상이 있다. 특히 감정노동자는 엄청난 감정적 상처를 받으면서도 지속적으로 친절함을 잃지 않도록 강요받는다. 숨겨진 우울증이라고 하는 이 증후군은 업무나 가족으로부터 받는 스트레스로 나타나며 심하면 자살에까지 이른다.

감정노동자는 이 증후군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 배우가 연기를 하듯 본 마음을 숨긴 채 만면에 웃음을 짓는 등 직업이 필요로 하는 얼굴 표정과 몸짓을 해야 한다. 감정노동자는 컵라면 상무, 땅콩 부사장, 빵 회장은 물론 최근의 '무릎 꿇어 호통녀'에 이르기까지 모든 갑질 사건에 피해자로 등장한다. 이들이 숨긴 속마음은 어떤 모습일까. 감정노동의 개념을 처음으로 제시한 사회학자 앨리 럭셀 혹실드는 "감정을 파는 대신 죽음을 사고 있다"고 묘사한다.

미국 등 선진국에서도 '갑질 고객'이 사회 문제로 대두되면서 최근에는 '고객보다는 직원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경영방식'이 관심을 끌고 있다. '고객이 항상 옳은 것만은 아니며, 회사가 직원을 우선에 놓을 때 직원은 고객을 우선에 놓는다'는 발상의 전환이다.

최근 도시락업체인 스노우폭스는 매장 앞에 '우리 직원이 고객에게 무례한 행동을 했다면 직원을 내보내겠습니다. 그러나 우리 직원에게 무례한 행동을 하시면 고객을 내보내겠습니다'라는 내용의 공정서비스 권리 안내문을 게시했다. 안내문에 나오는 '우리 직원들은 누군가에게는 금쪽 같은 자식'이라는 대목이 뭉클하게 다가온다. 무조건적인 서비스 대신 손님의 격에 맞는 공정한 서비스를 하겠다는 선언인 셈.

정부와 정치권에서도 감정노동자에 대한 사업주의 보호 의무를 담은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을 추진 중이다. 고용노동부가 적응장애와 우울병 등 감정노동으로 인한 정신질병에 대해서도 산재보험을 적용받도록 했다. 이 조치로 텔레마케터·판매원·승무원 등 감정노동자들이 혜택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따져보면 감정노동자가 이들뿐일까. 고용주로부터 임금을 받는 대신 노동을 파는 노동자에게 감정노동은 숙명이다. 갑질 고객을 상대하지 않는 노동자는 있어도 상사의 갑질에서 자유로운 노동자는 이 세상 어디에도 없지 않은가.

시민단체를 중심으로는 감정노동을 생각하는 소비문화를 만들자는 캠페인이 확산되고 있다. 이 같은 움직임들이 고객과 감정노동자가 서로를 존중하는 새로운 고객·서비스 문화를 만들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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