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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연우와 함께하는 와인여행(13)

'백마 포도원'에서, "백마타고 오는 초인"을 생각하다.

샤또 슈발블렁(Château Cheval Blanc), 2019년 봄,  엉 프리메르(en primeurs)행사 참가기



지난 4월1일 '만우절'은  '거짓말처럼' 속사포같이 지나갔다. 보르도 시내 중심과 보르도 근교 생테밀리옹 여러군데 샤토에서 진행된 보르도 엉 프리메르 (en primeurs)행사에  아직 숙성(élevage)과 병입(mise en bouteille)이 완성되지않은 2018빈티지의 와인들을 시음하느라 새벽부터 자정까지 시간이 어떻게 가는지도 모르게 그렇게 하루가 가고 말았다. 그 중 하나로, 2004년에 발표된 유명한 와인영화  사이드웨이(sideways)에도 소개된 적이 있있던, 사토 슈발 블렁에서의 경험을 공유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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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보르도 엉프리메르(Bordeaux en primeurs)라는, 와인 업계의 중요한 이벤트의 기원을 살펴보면,18세기에 보르도 와인 중개상(Négociant)들이 포도 수확기 (보통 구월과 시월) 몇달전에 샤토(Château)를 방문하여 아직 숙성이끝나지않은 와인을 미리맛보고 좋은것을 선점하여 완전한 숙성과 병입을 끝낸 후, 판매를 통해 이익을 취했던 전통에서 기인한다.(그당시는 지금처럼, 포도재배부터 병입까지의 모든 과정이 샤토에서 이루어지지 않았다.) 지금과 같은 시스템이 정착된것은 1970년대였고, 이 행사가 더욱더 공고해진 건, 1980년대 초 바롱 필립 드 로췰드(Baron Philippe de Rothschild)씨가 아직 숙성이 끝나지 않은 그의 와인 1982년 빈티지를 지금과 같이 사월달에 선보인것이 계기가 되었다.(물론 1982년 빈티지의 와인들은, 그당시 완성된 상태가 아니었기때문에 시음후, 평론가들 사이에서, 많은 갑론을박이 일어났고,  1982년은 위대한 빈티지가 될것이라는 의견을 그당시, 강력히 피력했던 풋내기 미국 와인평론가 로버트 파커의 명성을 올려주는  결과로 이어지게 되었다.) 완성품도 아닌곳에, 불확실한 미래의 가능성만을 보고 베팅하는 일종의 '묻지마' 투자인것이다.


 생태밀리옹의 한 사토의 주인장인 카시니(Cassini)씨 부부의 초청으로 샤토 슈발블렁(Château Cheval Blanc) 엉프리메르 행사에 가게되었는데, 슈발(Cheval)은 불어로 말, 블렁(Blanc)은 하얗다, 샤토(Château)는 포도원이라고 할 수 있으니, 우리나라 말로 표현하면, "백마포도원" 쯤으로 이해하면 될듯하다. 회색의 고풍스런 건물을 지나자  물결치는듯 군더더기 없이 매끈한 곡선으로된 흰색 건물이 시선을 압도한다. .파도치는 바다의 한 부분을 교묘하게 떼어내어 조화롭게 들판에 심어놓은듯한 그 건물은 모로코태생의 건축가  크리스티앙 드 뽁쩜팎(Christian de Portzamparc)의 작품으로, 와인저장고를 현대적으로 해석한 것이다. 그가 설계한 건축물을, 우리나라 청담동의 한 명품매장에서도 볼 수 있다. 커다랗고 하얀 꽃잎들이 하늘로 상승하려는듯 유려한 곡선을 뽑내며 조화롭게 모여있는 여성스런 그 건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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곡선으로 연결된 동적인 이미지들을 하늘거리듯, 그러나 힘있고 우아하게 표현해내는것이 아마도 그 건축가의 특기인듯하다. 나의 혀 위에서 춤추는 슈발블랑 2018년 빈티지의 와인을 시음해보고, 그가 디자인한 이 술 저장고(Chai)의  형상이, 얼마나 와인이 주는 우아한 역동성을 잘 구현해 냈는지 이해하게되었다.

지롱드강 (Gironde) 우편에 위치한, 사토 슈발블렁은 보르도 태생의 시인 오손의 이름을 딴 샤토 오손(Ausone)과 더불어 생태밀리옹 프르미에 그랑크뤼 클라쎄 A(Saint Emilion Premier Grand Cru Classé A)에 속하는 최고급 포도원이다.  그래서 나는 가끔 생태밀리옹을 "백마와 시인의 마을"이라고 부르곤 한다. 그만큼 이 두 곳은 보르도 오른쪽의 와인을 대표하는 양대산맥이라고 할 수 있다. 주로 메를로 포도품종을 많이 사용하는 지롱드 강 우안의 와인들은 카베르네 소비뇽 포도품종과 오크통에서의 숙성이 강조되어, 짙고 중후한 좌안의 와인들에 비해서,훨씬 여성스럽고, 따뜻한 느낌으로 표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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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안의 와인들이 무게감으로 뭔가 머물러 있는 듯한 정적인 느낌을 나에게 준다면, 이쪽 지롱드강 우안의 와인들은, 실크처럼 가볍고 우아한 옷자락을 나비의 날개처럼 흩날리며, 끝임없이 움직이며 춤을 추는 날씬한 무희를 닮은것만 같다. 여성적인 섬세함이 돋보인다. 이런 동적인 느낌은 메를로의 따뜻한 우아함이 카베르네 프랑의 명랑함과 어떻게 결합하느냐에 따라 같은 무희라고 해도 , 전혀 다른 춤사위로 표현된다.


 슈발블렁은 와인업계에서, 카베르네 프랑이라는 포도 품종으로 얼마나 훌륭한 와인을 생산할 수 있는지 보여주는 교과서같은 존재로 받아들여진다. 이번에 시음한 2018년 빈티지의 슈발블렁도 카베르네 프랑이 메를로의 비율(47%)보다 높은, 거의 절반(49%)의 비율로 배합되어 있다고,(나머지 극소수의 비율은 카베르네 소비뇽) 이곳의 젊은 여성 양조 책임자는 우리에게 설명하였다. 하늘하늘하게 흐르는 동적인 이 느낌의 균형감 있는 와인을 만드는 일은 토양과 포도 품종, 그 해의 날씨, 와인 메이커의 능력 못지않게, 어떤 설비를 사용하느냐에 따라서도 크게 영향을 받는다. 특히 포도즙의 발효와 포도주의 숙성을 어느곳에서 하느냐에 따라서 풍미가 달라진다. 각 포도품종이 가진 장점을 극대화 시키고 단점을 커버함과 동시에 그 단점까지도 장점으로 승화시킬 수 있는 큰 기여를 하는것은 양조통과 저장고의 역할도 크다. 그 구체적인 예를 들자면, 1947년은 세계대전이 끝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유난히 무더웠던 여름과 가을로 인하여, 포도가 심하게 영글어서(포도의 과숙), 카베르네 소비뇽에 비해 특히나 포도 껍질이 얇은 메를로나 카베르네 프랑의 포도품종에게서 좋은 와인을 기대하기 힘들었는데, 이곳 샤토 슈발블렁은 시멘트로된 양조통을 선택함으로써 , 그 난제를 말끔히 해결해버렸다. 잘 만들어진 적포도주란, 산도(acidité)와 탄닌(tanin), 단맛의 성분(sucrosité)이 균형을 이루는데, 포도가 과숙이되면, 단맛은 증가하고, 산도가 낮아져, 균형이 깨져버린다. 시멘트 양조통은 외부의 열에 대해 쉽게 뜨거워지지않고, 비교적 더운 온도를 잘 피해간다. 우연에 의한것인지 모르겠으나, 1947년 수확후, 1948년에는 나무통에 와인을 숙성시켜야 하는데, 전쟁끝의 어수선함 때문에 그러질 못했는데, 그게 과숙한 포도의 알맞은 숙성을 돕는, 긍정적인 요소로 작용하여, 이십세기 최고의 빈티지인 1947년 슈발블렁의 전설이 탄생되었다.

우리들의 시음은  샤토 슈발블렁의 보물인, 52개의 물결치는듯한 , 제각기 다른 크기의 하얀색 콘크리트 양조통(Cuve béton)앞에서 이루어졌다. 와인 저장고 건물 자체가 내부에 자연채광이 비추도록 설계되어 있었기 때문에,(마치 프랑스 파리의 오르세 미술관, 한국의 인천 국제공항처럼) 둥근 윤곽의 ,우아한 피라미드형태에 기울어진듯 미끄러져 내려가는 양조통의 경사를 타고, 햇빛이 비추면서 곡선의 크고 작은 ,흐르는듯한 음영들을 자연스럽게 만들어내고 있었다. 

중세의 스테인드글라스가 성당안에서 햇빛을 통해 여러 가지 색채로, 보이지 않는 신의 존재를 상징적으로 나타낸것과 같이,  양조통을 타고 흐르는 빛의 음영은, 좋은 와인 탄생에 절대적인 요소인 "보이지 않는 신의 손"을 현대적 이미지로 멋지게 재해석해 낸듯 진한 감동을 나에게 안겨주었다. 이런 나의 마음과 이심전심었는지, 같이 동행했던 카시니씨의 부인이 나에게 이렇게 말했다.

"나에게 있어서, 이 와인 저장고(chai)는, 비록 볼 수는 없지만 은밀하게 어딘가에 존재하는 성당(cathédrale)  ,그 자체같아요."

여성 양조책임자의 안내로 우리는 오크통에서 잠자고 있는 (숙성중인) 와인들을 만나러 지하로 향했다. 카시니씨 부인의 말을 들은 직후였기 때문이었을까, 밑으로 향하는 발걸음은   마치 성당의 지하 납골당과 함께있는 지하예배당(Crypte)을 가는듯했다. 

 군데 군데 설치되어있는 하얀 기둥, 그밑에 놓여진 수많은 오크통, 그리고 백마, 슈발블렁이라는 이름은 나로하여금 « 위 아래로 움직이며, 빙글빙글 돌아가는 하얀 회전목마 » 의 이미지가 되어 다가왔다.

담당자가 지하 와인 저장고에 문을 여는 찰나, 그곳을 바라보고 있노라니, 여러마리의 역동적인 백마들이 파도처럼 한꺼번에 나에게 밀려오는듯한 전율을 느꼈다. 아마도 오크통과 와인의 숙성이 빗어내는 향기의 하모니 때문이었으리라.그 순간, 영국의 상징주의 화가 월터 크레인의 그림, "해신의 말들(Les chevaux de Naptune)"이 내 뇌리를 스쳤다.

시음과 내부 견학이 다 끝나고, 바다를 향해 솟은 언덕( promontoire)의 망루(belvédère)처럼 설계된 야외 정원에 올라가 주변을 바라보았다. 이제, 막 싹을 틔우기 시작한 포도 묘목이 눈에 들어왔다.

그 어린 것이, 기특하게도 눈내리고 추운 겨울을 제법 잘 견뎌낸듯 하다. 그러나 그게 끝이 아니다. 이제 앞으로 더한 고난이 그를 기다릴것이다. 살이 찢기는 아픔으로 자기가 낳은 포도송이와 이별도 해야 할 것이고, 몇번의 담금질을 통해서 형체도 없이  액체로 사라져가는 자기의 분신을 슬픔으로 지켜보는 일도 그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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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거기 그렇게 계속 서있을것이다. 고통속에 이별한 그의 « 가난한 노래의 씨 » 가 , 질좋은 포도주로 다시 태어나, 먼 훗날 누군가의 고통을 달래주고 예술적 영감으로 승화되는 치유와 희망의  « 백마타고 오는 초인 »으로 거듭날 것을 그는 알기에------.



"지금 눈 나리고

 매화향기 홀로 아득하니

내 여기 가난한 노래의 씨를 뿌려라.


다시 천고의 뒤에

백마타고 오는 초인이 있어

이 광야에서 목놓아 부르게 하리라."               

         

 (다음 회에 계속)


서연우

유로저널 와인 칼럼니스트

대한민국 항공사. 항공 승무원 경력17년 8개월 .

이후 도불 ,프랑스 보르도에서 와인 소믈리에 자격증 취득후  와인 시음 공부ㆍ미국 크루즈 소믈리에로 근무후 현재 뉴질랜드에 잠시 체류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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