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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칼럼 스무번째 이야기 프로방스 산골 마을에서의 점심식사 지난 8월3일, 니스(Nice)를 아침 일찍 출발한 자동차...

Posted in 유로저널 와인칼럼  /  by admin_2017  /  on Aug 13, 2019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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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칼럼 스무번째 이야기
프로방스 산골 마을에서의 점심식사 

지난 8월3일, 니스(Nice)를 아침 일찍 출발한 자동차는 화가 마티스(Matisse)의 스테인드글라스로 유명한 (La Chapelle du Rosaire)예배당이 있는 방스  (Vence)를 지나 꼬불꼬불 산길을 올라 한 시간 반 남짓하여 마침내 꾹쓰굴(Coursegoules)이라는 작은 마을에 도착하였다. 해발 고도 약 1000미터에 달하는, 켈트족의 언어로 ‘날카로운 바위’라는 뜻의 ,니스에서 그리 멀지 않은  이 마을에는 500명 남짓의 주민들이 살고 있다 한다. 

1.꾹스굴의 전경.jpg
꾹스굴의 전경

그렇다. 나는 프로방스로 바캉스(vacances)를 떠난 것이다. 거의 일년 육개월만에 니스에 온 나를 위하여, 여름, 남프랑스의 시원한 산골짜기 때묻지 않은 시골을 보여주고 싶다는 친구의 배려로 우연히 오게된 이 마을에 들어서자 이름 모를 허브의 달콤 쌉싸름한, 강건하고 신선한 향기가 코끝을 스쳐왔다.  맞다. 이런 높디 높은 바위산에서 질기게 살아남을 수 있는건, 육중하고 큰 나무가 아닌, 꺾일듯 말듯 가느다란, 가볍기 때문에 희미한 존재감을 지닌 이런 들꽃, 허브라는 것은 시사해 주는 바가 크다고 할 것이다. 높은 곳에 오르면, 정작 커다란 관목은 자취를 감춘다. 겸손하고 작고 가벼운 이런 식물들만이 살아남는다. 석회암이 특히 발달한 건조한 지중해의 골짜기에 군집을 이루며 자라나는 키작은 관목식물. 이런 것을 특별히 가리켜 갸리그(garrigue)라 했던가!

4.프로방스 라벤더.jpg

프로방스 라벤더

교회의 종소리가 열두시 땡 하고 울리기 전에,  진정한 프로방스의 가정식을 맛보게 해 준다며, 조상 대대로 니스에서 나고 자란  토박이 친구가 미리 예약해 놓은 식당으로 향했다.
« 나를 생각해 줘서 고맙긴 한데, 그냥 이 마을, 꾹스굴에서 점심 먹으면 안될까 ? 번거롭게 뭐하러 또 차를 몰고, 산 넘어 다른 마을까지 가나 ? »
« 아니, 안되지, 이곳에 온 이상, 너한테 진정한 팍씨(Les petits farcis à la niçoise : 토마토나 호박, 가지, 피망등의 속을 파낸 후,  소고기나 돼지고기를 다져서 프로방스의 허브나 소스와 섞어 속을 채우고 올리브유로 구워낸 요리 )를 맛보게 해주고 싶어, 함께 어울리는 와인과 함께. 물론 니스 시내에서도, 그리고 슈퍼마켓에서도 쉽게 사 먹을 수 있는 니스의 대중적인 요리지만 직접 이 골짜기에서 재배한 채소와 고기, 직접 짠 올리브기름으로 요리한 팍씨를 맛보는 순간, 너는 진정한 프로방스를 온 몸으로 느끼게 될꺼야. »

2.그레올리에흐 마을 식당.jpg
그레올리에흐 마을 식당

그렇게 ‘점심을 먹기 위해 차를 또 몰아 몇개의 산봉우리를 넘어 도착한’ 또 다른 이웃 산골 마을 그레올리에흐( Gréolières). 
라틴어로 « 작은 까마귀들의 영역 »이라는 뜻을 가진 이 마을은 친구의 설명에 따르면, 16세기 후반, 카톨릭과 개신교의 피튀기는 종교전쟁때, 개신교도들에 의해 침략당한 역사 있는 나름대로 유서깊은 곳이라고 한다.

600명 남짓의 주민들이 사는 이 마을 한복판 폐허가 된 성 밑에, 작은 틈으로 교회가 보이는 곳에 위치한, 온통 옅은 파란색으로 장식된 한 식당에서 우리들은 프로방스식 점심식사를즐겼다. 마르세유(Marseille)등의 지중해 도시에서 즐겨 마시는, 박하같이 시원한 느낌을 주는 아니스(anis)로 만든 희뿌연  빛깔의 술 빠스띠스에 약간의 물을 섞어 목을 축이고(아페리티프, apéritif) ,주요리(Plat) 전에 먹는 요리로, (Entrée) 어떤이는 올리브유와 허브에 절인 색색깔의 피망에  잘개 썰어 올리브 기름을 살짝 넣고 무친 가지를 곁들인 요리 (Poivrons Marinés Caviar d’Aubergine)를 프로방스 로제 와인과 같이 주문하고, 같은 달팽이라고 해도, 각자의 기호에 따라, 부르고뉴가 고향인 친구의 아버지는 부르고뉴식으로 버터와 마늘 파슬리를 혼합하여 만든 소스로 주문을 하고, (escargot en persillade) 또다른 이는 프로방스 스타일(escargot à la provençale)로 토마토 퓨레(purée )와 파슬리, 각종 허브를 섞어 맛을 낸 스타일로 달팽이 요리를 즐긴다. 전자는 물론 부르고뉴의 화이트와인, 그중에서도 특히 샤르도네보다 가벼워 (여기서 가볍다는 의미는 , 산도가 약간 높다는 의미도 된다.식초의 이미지는 설탕이나 기름의 이미지보다 가볍지 않은가 ?) 덜 부담스러우면서도, 약간의 허브향과 파란 사과, 가벼운 레몬향응 뿜어대는 부즈홍(Bouzeron)의 알리고떼( Aligoté )로 만든 화이트 와인을 선택할 것이며, 후자는 프로방스에서 생산된 화이트 와인을 곁들이는게 교과서적인 탁월한 선택이 될것이다. 

그렇다면, 프로방스 화이트 와인이란 어떻게 정의할 수 있을까  ? 먼저  프로방스와인(vin de Provence )이라 함은, 꼬뜨 드 프로방스(côtes de Provence, 전체 생산의 73.5%), 꼬또 덱썽 프로방스 ,(coteaux d’Aix en Provence, 16.5%), 꼬또 바호와 엉 프로방스 (coteaux varois en Provence, 10%)를 통틀어 이야기가 되며, 총 재배면적 26680헥타르이다.
부쉬 뒤 론(Bouches-du-Rhône), 바(Var), 알프 마리팀(Alpes-Maritimes)이렇게 세개의 구역이 포함된다. 대부분 로제와인을 생산(89%)하고 적포도주는 전체의 7%수준, 백포도주는 4%정도의 적은 비율이 만들어진다. 주요 수출국은  대부분 미국(43%), 영국(10%)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이 지역의 백포도주의 생산 비율은 비교적 적지만, 총 여섯 개의  포도 품종으로 만들어진다. 홀(Le Rolle)은 이곳 백포도주에 가장 흔하게 쓰이는 품종으로,  포도가 늦게 익는 특징이 있기 때문에 기후가 온난하고 햇빛이 많은 이 지중해에서 특별히 튼튼하게 잘 자라나는 품종이며, 배나 아몬드, 감귤류, 회향같은 종류의 아로마를 지닌다.
위니 블렁(Ugni Blanc )은 이태리 토스칸(Toscane)이 원산지이며, 포도 과육의 즙이 많고, 둥글다.섬세한 과일향과 서리에 민감한 특징이 있지만, 다른 품종과 섞였을 때는 시원한(fraîcheur) 느낌을 준다.
클레렛트(La Clairette)는 전형적인 프랑스 남쪽지방에서 재배되는 포도 품종으로, 프로방스의 오래된 품종이며, 매우 아로마틱하고, 현란한 부케를 지닌 동시에, 복숭아같이 하얀 과육의 과일향, 회향(fenouil), 보리수 나무에서 나는 향기도 특징이다.
이밖에도, 세미용(Le Semillon)같이, 곰팡이에 취약하고 껍질이 얇은 특징이 있지만 살구, 꿀, 해이즐넛, 흰꽃향기가 풍부한 포도, 혹은 스페인이 원산지인 그르나슈 블렁(Grenache Blanc)도 많이 쓰인다. 그르나슈 블렁은 과육에 즙이 많고, 달며, 특별히 물이 부족한 건조한 기후를 잘 견딘다. 둥근 자갈이나 조약돌이 많은 마른 토양에서도 잘 자라는 특징이 있다.
끝으로, 부흐블렁(Le Bourboulenc)은 프로방스가 원산지로 껍질이 두껍고, 포도가 완전히 익었을 때, 껍질은 약간의 불그스레한 빛을 띈다.원만한 섬세함은 부흐블렁 그 자체보다는 다른 포도 품종과 섞였을 때 더 빛을 발하고, 은은한 꽃향기와 감귤향이 특징이다.

3.팍씨(farcis).jpg
팍씨(farcis)

드디어 메인 요리로, 친구가 적극 추천했던 팍씨가 나왔다. 크지 않은 적당한 크기에 농축된 맛이 강하게 느껴지는 호박과 피망, 토마토, 가지에 싸인 다진 쇠고기가 함께 곁들여 직접 짜낸 올리브유로 구워낸 것으로 짐작되는 월계수 잎, 타임같은 허브의 맛과 어울려 건강한 프로방스의 맛을 뽐내고 있었고,요리 접시는 꼭 물감을 풀어놓은 화가의 빠렛트처럼 알록달록 태양아래서 눈부시게 빛나고 있었다. 이 음식과 잘 맞는 와인은 프로방스 방돌(Bandol)지역의 로제, 벨레(AOC Bellet)의 로제가 많이 추천된다. 그러자 같이 식사를 했던 또 다른 친구, (나폴레옹의 고향 코르시카섬에서 나고 자란 )는 이의를 제기한다. 
“팍씨(farcis)에는 뭐니뭐니해도, 방돌이나 벨레에서 만든것 보다 드라이 하고, 약간 더 복합적인 내 고향 코르시카의 아작씨오(Ajaccio) 로제 와인이 최고라구.”
모두 같은 프랑스인이면서도, 각자가 고향에 대한 애착이 어찌나 강한지, 좀처럼 물러서질 않는다.그들은 대충 프랑스인이라고 불리워지기 보다는 자신의 정체성을 니스인, 코르시카인으로 인식한다는 점이 신기했다.
 안되겠다 싶어 중간에서 내가 프로방스 레드와인으로 타협점을 제시했다. 함께 동행했던 친구의 부모님은 도브(Daube niçoise)라고 해서 쇠고기 등심을 토마토, 양파,마늘, 월계수잎등을 넣고 약간의 꼬냑을 첨가하여 올리브기름으로 익힌, 한국의 갈비찜의 맛과 유사한 요리를 주문하여,  모두 어울릴 수 있는 와인이라고 생각했고 결과는 모두 만족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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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쎌리에흐

한여름, 남프랑스 산골짜기에서 좋은 사람들과 함께한 점심식사를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 친구의 어머니가 싸주신 피쌀라디에흐(Pissaladière: 니스사람들이 주로 먹는 작은 피자. 검은 올리브, 엔쵸비, 절인 양파등을 빵에 올려 구워낸다.)를 조용히 뜯어 먹으며,
니스의 한 미술관에서 봤던, 커다란 그림 한 폭을 떠올려본다.
장식적인 파스텔화를 주로 그렸던 벨 에포크(Belle époque:19세기 후반부터 1차 세계대전 발발 전까지 일시적으로 전쟁이 없었던 시기)시대의 화가 줄 쉐레(Jules Chéret)의 « 풀밭위의 점심식사 ».(Le déjeuner sur l’herb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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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밭위의 점심식사

거의 비슷한 시기에 그려진 마네의 유명한 유화작품과 제목은 같지만, 무거운 사회적 주제도, 피곤한 논쟁 거리도 배제된 채, 서로 닮은 아름다운 여인들이 빛나는 입술을 재잘대며, 즐겁게 풀밭에서 피크닉을 하는 가볍고 컬러풀한 그 장면 !단순하게 인생의 한 때를 즐기는 그것이 전부인------.
여름 바캉스, 그와 어울리는 와인과 음식이 무겁고 심각하면 곤란하다.

바캉스는 ´비워내는 것’이고, 
‘비어 있기때문에 울리는 악기처럼’,(법정, 무소유)
비워야 비로소 채워질 수 있는것이 우리의 삶이 아닐까?

(다음 회에 계속)

서연우
유로저널 와인 칼럼니스트
메일 : eloquent7272@gmail.com
대한민국 항공사. 
항공 승무원 경력17년 8개월 .
이후 도불 ,프랑스 보르도에서 와인 소믈리에 자격증 취득후  
와인 시음 공부ㆍ미국 크루즈 소믈리에로 근무여행과 미술을 좋아하며,
와인 미각을 시각화하여 대중에게 쉽게 전달할수있는 방법을 고민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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