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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과 주장(7) 어원에 대해 논란이 있는 '와이로' 라는 말이 있다. 어떤 이는 '와이로'는 뇌물과 같은 의미인 ...

Posted in 하재성의 시사 칼럼  /  by admin_2017  /  on Feb 25, 2019 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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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과 주장(7)


어원에 대해 논란이 있는 '와이로' 라는 말이 있다. 어떤 이는 '와이로'는 뇌물과 같은 의미인 회뢰(賄賂)의 일본식 발음 와이로'(わいろ)라고 주장하고, 어떤 이는 우리나라 말 '와이료 (蛙餌料)' 또는 '와이로 (蛙利鷺)'에서 나왔다고 주장한다.


고려 때 의종 임금이 어느 날 백성들의 삶을 파악하기 위해 민간시찰을 나갔다. 임금이 어떤 시골에 도착했을 때 날은 어둡고 배가 고파서 묵을 곳을 찾던 중에 찢어지게 가난한 초가에서 선비가 글을 읽고 있었다. 임금이 요기할 것을 청하자 선비는 "지금 저희 집은 너무 가난하여 대접할 것은 물 한 사발 밖에는 없습니다. 조금 더 가면 주막이 있으니 그 곳으로 가십시오"라고 했다. 임금은 선비 집을 나오다가 벽에 有我無蛙 人生之恨 (유아무와 인생지한) 이란 글귀를 보았다. 생전에 처음 보는 글귀라 궁금해하는 임금에게 선비는 부끄러워하면서 글 뜻을 설명했다.

이규보 초상.jpg

우리 민족의 대문장가 이규보 (출처:오마이뉴스)


노래 잘하는 꾀꼬리와 소리가 듣기에도 거북한 까마귀가 있었는데 하루는 까마귀가 꾀꼬리에게 누가 노래를 잘하는지 내기를 하자고 했다. 까마귀는 객관성을 위해 백로를 심판으로 내세우고 3일 후에 시합을 하자고 했다. 꾀꼬리는 어이가 없었지만 노래에 자신이 있었기에 이 시합에 응하고 3일 동안 목소리를 더 아름답게 가꾸고자 노력했다. 반면 까마귀는 백로가 가장 좋아하는 개구리를 잡아 꾀꼬리 모르게 매일같이 백로에게 바쳤다.


3일 후 시합에서 백로는 꾀꼬리보다 개구리를 뇌물로 바친 까마귀가 노래를 더 잘한다고 판정을 내렸다. 한동안 꾀꼬리는 까마귀에게 패한 이유를 알 수 없었다. 그러나 얼마 지나서 않아서 꾀고리는 까마귀가 백로가 가장 좋아하는 개구리를 잡아다 바치면서 뒤를 봐 달라고 해서 (와(蛙) : 개구리 와, 이(利) : 이로울 이, 로(鷺) : 해오라기 로) 자신을 이긴 사실을 알게 되었다. 선비는 이런 우화를 자신의 처지에 빗대어 불의와 불법이 판치는 어지러운 조정에 대한 비난의 글로서 '有我無蛙 人生之恨' 즉 '나는 (학문적 실력이) 있는데 개구리가 없는 것이 내 인생의 한이다'라고 썼다고 했다.

어디에 내 놓아도 실력이 안 떨어지는데 돈이 없고 명문가의 자식이 아니라는 이유로 과거를 보면 떨어졌던 이 선비가 바로 당대의 최고 명문장가이자 정치가였던 백운거사 이규보(李奎報. 1168~1241) 선생이다. 


지난 정부의 국정농단 비선 실세로 23년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인 최순실씨의 딸 정유라씨가 지난 2014년 말 이화여대 체육교육과에 승마 특기생으로 합격한 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이 한 때 인터넷을 도배했다. 정씨는 '능력 없으면 니네 부모를 원망해. 있는 우리 부모 가지고 감 놔라 배 놔라 하지 말라'며 '돈도 실력이야.' 라고 썼다. 온 국민의 공분을 산 것은 말할 것도 없다.


최근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의 전당대회를 앞두고 역사적 사건에 대해 행해지는 일부 인사들의 막말행진은 우려스럽다 못해 입에 담기조차 거북할 정도다. 2월 8일 한국당의 김진태, 이종명 국회의원들이 '5.18 진상규명 대국민 공청회'를 주최하면서 북한군 개입설을 주장해 온 극우논객 지만원씨를 내세웠다. 새로 출범하는 5.18 진상 규명위원회의 위원으로 자신이 참여해야 한다고 주장하다가 거부된 지씨에게 기회를 주는 자리였다. 지씨는 "5.18 당시 북한군 600명이 광주에 침투해 폭동을 일으켰다"는 해묵은 주장을 되풀이 했다. 


태극기 집회에서 쌓은 인지도로 한국당의 대선후보 경선에 이어 이번 전당대회에 당대표 후보로 출마한 김진태 의원은 "5.18 문제에 있어서 만큼은 우파가 결코 물러서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며 "이번에 전당대회에 나온 사람들 이러니저러니 해도 5·18 문제만 나오면 다 꼬리를 내린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지역 선거운동을 하느라 이날 공청회엔 참석하지 않았다. 김순례 의원은 "종북좌파들이 판을 치며 '5·18유공자'라는 이상한 괴물집단을 만들어 내 우리 세금을 축내고 있다."고 주장했고, 급기야 이종명 의원은 "정치적이고 이념적으로 이용하는 세력들에 의해 폭동이 민주화운동으로 변질됐다." 라고 주장했다. 전당대회에 출마한 김진태, 김순례 의원에 대한 징계는 보류되었지만 이종명 의원은 이번 사태로 한국당에서 제명당하는 징계를 당했다. 한국당은 당차원에서 다각도로 수습에 나섰지만 이미 여론은 싸늘해질대로 싸늘해진 뒤였다.


촛불 집회.jpg

우리 민족의 대문장가 이규보 (출처:오마이뉴스) 


2016~17년 촛불 집회 시에 '촛불은 바람 불면 꺼진다'는 발언을 하여 논란을 일으키고 극력 친박단체의 후원과 태극기 집회에서 쌓은 인지도로 한국당의 대선후보 경선에 이어 이번 전당대회에 당대표 후보로 출마한 김진태 의원은 '망언제조기'라고도 불린다. 그러나 한편으론 이 망언이 그를 유명하게 했다. 이쯤 되면 막말이나 망언도 실력이다.  5.18민주화 운동에 대한 그의 망언을 당대표 선거를 겨냥한 계산된 발언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그러나 반복되는 망언에 대한 지역구민의 반응은 차갑다. 김진태 의원의 지역구인 춘천 시민들이 '춘천망신 김진태 추방 범시민운동본부'를 결성하고 2월 21일 김진태 의원 사무실 앞에서 촛불시위를 벌였다. 춘천 시민들이 촛불집회를 연 것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처음이다. 


개인 자격인 지만원씨의 주장은 그렇다 치더라도 권력을 가진 국회의원들의 반복적인 망언은 국민에 의해 평가받아야 마땅하다. 현재의 권력으로 과거의 역사를 재해석하거나 재단해서는 안될 것이다. 2016년 촛불혁명에서 나타난 민심은 살아 있는 역사다. 시인 김수영은 민심을 민초에 비유했다.


풀이 눕는다 / 바람보다도 더 빨리 눕는다 / 바람보다도 더 빨리 울고 / 바람보다 먼저 일어난다



하재성.jpg 

하재성

jaesungha@yahoo.com

유로저널 칼럼니스트

킹스톤 시의원 (Councillor of Kingston upon Tha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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