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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인과 지식기술자 중국의 춘주전국시대, 노(魯)나라에 도척(盜跖)이라는 포악하고 악랄하기로 유명한 도둑이 있었다....

Posted in 하재성의 시사 칼럼  /  by admin_2017  /  on Feb 04, 2019 0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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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인과 지식기술자



중국의 춘주전국시대, 노(魯)나라에 도척(盜跖)이라는 포악하고 악랄하기로 유명한 도둑이 있었다. 

그는 9척이 넘는 큰 체구에 괴력을 지닌 대도(大盜)로서 일만명의 졸개를 거느리면서 도적질로 세상을 흔들었다고 전해진다. 공자가 인의와 덕치를 설파하고 다닐 때 도척 (도척은 도둑의 우두머리란 뜻으로 본명은 전해지지 않음)은 반대로 도적질로 천하를 주름잡으며 악명을 떨친 도적이다. 

그러나 도척은 단지 무지하고 포악한 도둑은 아니었던 것으로 보인다. 


도둑답지 않게 학식과 용력이 뛰어났고 달변가이기도 한 것으로 보인다. 그의 형 유하혜는 당시 노나라의 대학자이자 현인으로 존경받고 있었는데, 동생의 도둑질이 부끄럽고 안타까워서 친구인 공자에게 동생을 교화해 줄 것을 부탁했다. 

사람을 설득하는데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공자가 도척을 설득해 바른 길로 이끌고자 어느 날 도척을 찾아 갔다.


장자(莊子)의 '도척편'에 의하면, 예교(禮敎)로서 도척을 설득하려 한 공자를 완력이 아닌 현란한 말솜씨로 이긴 도척은 예사 도적이 아니다. 

도척은 자신을 설득하려는 공자에게 "당신은 그 유려하고 위선적인 말솜씨만으로 일도 하지 않고 천하를 미혹시켜 부귀와 공명을 자신의 것으로 만드니 도둑치고는 당신보다 더 큰 도둑이 어디 있겠는가? 그런데 세상의 사람들은 당신을 도둑이라 하지 않고 나를 도둑이라 하지 않는가?" 라고 비웃으면서 "우리도 당신보다 미화되지는 않았지만 훌륭한 도와 원칙이 있다"고 큰 소리를 쳤다고 한다. 

공자는 말 상대가 되지 않아 소득 없이 돌아왔다고 한다. 도둑이 오히려 성인군자인 공자를 꾸짖은 셈이다.


그런 도척에게 어느 날 부하가 물었다. "도둑에게도 도가 있습니까?" 도척은 "어디엔들 도가 없겠느냐." 라고 하면서 도둑의 도에 대해 설명했다고 한다. 도척이 주장하는 큰 도둑의 도는 공자가 주장하는 인의예지신에 비유하여 다음과 같이 전해진다. 

"도둑이 훔치려고 들어갈 때 어떤 재물이 어디에 있을 것인가를 아는 것을 성(聖)이라 하고, 도둑질을 하러 갈 집의 구조나 보안수준 등을 감안하여 성공 가능성 여부를 판단하는 것을 지(智)라 하며, 훔치러 들어갈 때 위험을 무릅쓰고 남보다 먼저 진입하는 것을 용(勇)이라 하고, 반대로 범행 실행 후 나올 때는 동료를 보호하기 위하여 제일 나중에 나오는 것을 의(義)라고 하며, 끝으로 훔친 재물을 모두에게 공평하게 나누는 것을 인(仁)이라고 하는 것이다." 

또, 도척은 도둑질 할 때 지켜야 할 세 가지 원칙을 내세웠는데 도둑질 하는 과정에 어떤 일이 있어도 살상을 하여서는 아니 되며, 궁핍한 집에서 도적질하는 것은 피하고, 넉넉한 집이라 하더라도 몽땅 가져와서는 안되고 당장 먹고 입을 것은 남겨두는 인정(?)을 베풀라고 하였다고 한다.

한국에서는 남의 물건을 훔치거나 빼았거나 그런 짓을 하는 사람을 도둑이라고 불렀고 나중에 도적이라는 말과 혼용해서 사용했지만, 중국에서는 전통적으로 재물을 훔치는 것을 도(盜), 목숨을 빼앗는 것을 적(賊)이라 불러 구분하였다. 임진왜란 무렵에는 우리 나라에서도 약탈과 살상을 일삼는 왜나라 사람들에게 도적 적 자를 붙여 왜적이라고 불렀다. 

반면에 무기를 지니고 떼를 지어 돌아다니면서 살인과 약탈을 자행하는 잔인한 무리를 비적(匪賊) 또는 적비 (賊匪)라고 지칭하여 도적과 구분하였다. 

주활동 무대에 따라 산의 비적은 산적, 바다의 비적은 해적, 말 탄 비적은 마적, 초원의 비적은 초적, 거주지 인근에서 활동하면 '土匪(토비)라고 불리웠다. 한 때 만주에는 온갖 비적이 들끓었는데 그 중에서 가장 무서운 비적은 법비(法匪)라고 하는 말이 있다.


법비 (法匪)라는 말은 100여 년 전 중국이 일제의 침략을 받고 있을 때 유래했다고 한다. 

우리는 보통 일제라고 하면 잔인하고 악랄한 탄압만을 일삼았다고 생각하지만, 이것은 일면목에 불과하고 실제로는 자신에게 유리한 법을 만들고 그 법을 앞세워 현지인들을 착취, 탄압하면서 자신의 이익을 챙기는 것이 특기였다고 한다. 당시 백성을 수탈한 일본 관료와 그 부역자를 '법비'라고 불렀는데 총칼 등 무력에 의한 탄압보다 '합법적'인 착취와 수탈의 정도가 얼마나 심했는지 상상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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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인 출신인 김덕련이 지은 "김기춘과 그의 시대"라는 책의 첫머리엔 지난 정부에서 대통령 비서실장을 지낸 김기춘(79)의 인생 궤적과 한국의 근현대사를 대비시킨 연표가 등장한다. 

김기춘의 전성기와 현대사의 암흑기가 절묘하게 포개진다는 사실을 새삼 실감할 수 있다. 김기춘이 얼마나 문제적 인물인지도 확인하게 된다. 

이 책에는 김기춘에 대한 악평이 가득 담겨 있다. "악취가 폴폴 풍기는 인생", "법비로 규탄되는 집단을 대표하는 인물", "출세 지향 법조인들의 잘못된 인생 모델"…. 


비단 정권의 핵심과 주변에서 주구노릇을 하던 사람들 뿐이랴. 사회 각분야에서 자신의 부와 이익만을 위하여 평소에 갈고 닦은 실력을 구입해 줄 고객을 찾아 눈을 번득이는 학자나 기업인, 또는 법조인을 수 없이 목격한다. 

필자는 이들을 지식 기술자라고 부른다. 적당한 수고비나 보상을 주는 고객이 있으면 그 고객이 누구든 자신의 지식과 기술을 매매하는 기술자... 이들에게 인류 보편의 인권이나 정의라는 말은 뒷집의 강아지가 우는 소리와 같이 들릴 것이다. 

자신의 부와 이익을 보장해 줄 고객을 좇아 이리저리 어슬렁거리는 이런 부류의 사람은 사회의 지도자나 존경받는 사람이 되어서는 안된다.


장폴 사르트르(1905.6.21 -1980.4.5)는 학자와 지식인을 구분해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완벽한 핵무기를 제조하기 위해서 핵분열에 대해서 연구하는 학자들을 우리는 지식인이라고 부르지는 않는다. 

그들은 그저 단순하게 학자일 뿐이다. 그러나 바로 이 학자들이 그들의 연구로 만든 핵무기의 가공할 만한 위력에 놀란 나머지, 핵무기의 사용을 억제하는 여론을 조성할 목적으로 회합을 갖고 선언문에 서명을 하면 그들은 지식인이 된다."


지난 정권에서 국정을 농단한 세력의 뒤를 봐주거나 스스로 국정을 농단한 법률 전문가나 소위 법꾸라지들이 줄줄이 법의 심판을 받고 있다. 

급기야 전정권에서 사법부 최고 수장의 자리인 대법원장을 무려 6년 동안 역임했던 양승태 전대법원장이 사법농단 혐의로 지난 1월 24일 자신이 평생을 몸 담았던 법원에 의해 구속되었다. 


일제징용 등의 각종 재판에 개입하여 정부와 소송방향을 논의하고, '판사 블랙리스트'를 만들어 인사상 불이익을 주고, 헌법재판소 내부 정보를 수집하고, 각급 법원 공보관실의 운용비를 유용하여 비자금을 조성한 사실 등의 혐의에 대한 유무죄 여부는 앞으로 재판을 통하여 밝혀지겠지만, 한 고등법원 부장판사는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 터졌다. 참담하고 치욕적"이라고 했고, 또 다른 부장판사는 "앞으로 누가 법원 판결을 믿어 주겠느냐, 사법부 역사에서 암흑의 날로 기록될 것"이라고 했다고 보도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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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대법원 청사에 있는 자유의 여신상)


우리가 흔히 보는 정의의 여신상은 한 손에는 칼 또는 법전을 들고 다른 한 손에는 그 누구에게도 치우침 없이 판결하겠다는 의미로 저울을 들고 있다. 

그리고 공정한 재판을 위해 법관의 주관적인 편견을 버리겠다는 의미로 눈을 가리고 있다. 대한민국 대법원 중앙 현관에 위치한 정의의 여신상은 두꺼운 서적과 저울을 들고 있는 점은 다른 나라와 큰 차이가 없지만 이 여신상은 유독 눈을 뜨고 있다. 

"최대한 양쪽 입장의 사정을 세심히 살피고 저울에 달아서 공정하게 판결하기 위해 눈을 뜬 것" 이라고 항변하는 법조인도 있다. 

눈을 감고 있는 정의의 여신상과 눈을 뜨고 있는 정의의 여신상, 과연 무엇이 올바른 법조인의 자세일까? 눈을 뜨고 있는 여신상의 모습 자체만으로도 대한민국 법조계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것 같아 씁쓸하다. 

눈을 뜨고 좌고우면하는 법관과 사법부는 과연 우리 사회의 최후의 보루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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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재성

jaesungha@yahoo.com

유로저널 칼럼니스트

킹스톤 시의원 (Councillor of Kingston upon Tha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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