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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연우와 함께하는 와인여행(17)


봉(BONG)감독의 기생충과 봉뱅(BON VIN :좋은 와인)



지난 6월13일, 보르도는 유난히 더웠다. 겉은 바삭, 속은 촉촉한 보르도의 명물 디저트인 까늘레(cannele)나 먹으며 강가에서 더위를 좀 시키려고 시내에 나갔다가, 오래된 교회를 개조해서 극장으로 만든 유서깊은 문화 공간 '유토피아(Utopia)'에 한국 영화 '기생충'의 포스터가 자랑스럽게 걸려있는 것을 보고 뭔가에 홀린듯이 « 계획 없이 » 들어가 그 영화를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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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 꼭대기에 위치한 5번 상영실로 가는 높고 가파른 계단은, 빨간 카페트가 깔려있었고, 나무로된 천사의 조각상, 종교 지도자들의 초상화며 스테인드글라스, 태피스트리작품들과 오래된 나무 난간,그것들이  뭔가 차원이 다른 성스러운 그 어떤 곳으로 나를 인도하는듯 느끼게 했다. 영화에서 가난한 주인공이 높은곳에 지어진,  « 파리로 떠난 건축가의 예술적 터치 »가 살아 숨쉬는 부잣집, 그  정원에 막 다다랐을때의 느낌이라고나 할까 ? 이 영화의 상영관을 높은곳에 위치시킨건, 영화 내용을 엄두에 둔 극장측의 배려였을까 ? 아니면 우연이었을까 ?


극장 안을 가득 메운 프랑스 현지 관객들, 그중 아마도 동양인은 나 혼자 였던것같다. 주변 사람들의 시선이 꽂히는걸 느끼며, 영화에 몰입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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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는 휘파람을 불듯, 가볍게 ' 맥주'로 시작해서, 마지막에는 때묻은 손톱으로 가슴을 후벼파듯 절절하게 '소주'로 끝나는 영화라고 나는 생각한다.  술(포도주)과 항상 함께하며 보르도에서 살고 있는 나에게, 이 영화는 그렇게 다가왔다. 싸구려 과자를 안주삼아 주인공 가족들이 함께 나눠마시던 만원으로 열 두캔을 구입 할 수 있는 국산 필라이트 맥주를 통해 극의 전개 과정중 '발단'을 상징적으로 표현했다면,  그들이 돈을 좀 만지게 되면서 기사식당 뷔페음식과 곁들인 일본 아사히 맥주는 '전개'를 표현한 상징이라 할 수 있겠다. 전자가 가성비라는 단어에 알맞는 인공적이고 « 심플한 »아로마와 낮은 알콜 도수로 대표된다면, 후자는 그보다는 좀더 높아진 가격, 복합적인 향미, 알콜 도수 증가에 따른 볼륨감으로, 술과 곁들이는 음식의 변화와 함께, 극의 무르익음을 알려주는 위트넘치는 장치라고 이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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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이 « 계획에 없던 » 침입자의 등장으로, '위기'로 치닫는 순간, 그것은 주인공의 가족들과 전혀 안어울리는, « 주인 몰래 훔쳐마신 위스키와 꼬냑 »의 이미지로 치환되고, 여주인공이 육포 안주라고 생각하고 별 의심없이 먹다가 도로 뱉어냈던 애완견들의 간식은, 훔쳐먹는 고급 술들과 동물의 먹이라는 극단적인 부조화로 심한 비대칭을 이루며, 불안과 두려움을 만들어내고 있다. 깨지고 널부러진 양주병들과 함께. 그리고 « 선을 넘어 »자기의 것이 아닌, 남의 것을 취한 결과 그 가족들은 처절한 댓가를 치루게 된다.


내가 가장  주목 했던 것은, 이 영화에서 아주 잠깐 동안 등장했지만 매우 강렬한 인상을 남긴,  '와인'이라는 극적 장치와 그것이 사용된 시점이다. 아니나 다를까, 극이 클라이맥스로 치달으며, 고도의 긴장이 휩쓰는 그 시점, (야외 가든 파티에서 피가 낭자한 살인사건이 일어난 시점), 바로 그 순간,그 어떤 술도 아닌, 와인이 등장한다. 


 위스키나 브랜디는 가난한 주인공의 가족들이 그래도 "주인 몰래 훔쳐마시겠다는 생각을 할 여지"라도 있었지만, , 와인은 이 영화에서  주인공 가족들과 부자인 주인집 식구들을 철저하게 분리시키는 계급적 장치로 쓰이고 있었고, 그들 사이에 도저히 넘지 못할 '경제적, 문화적인 벽'을 상징하는 매개체로 표현되고 있었다. 동시에 빈부의 양극화가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는 한국 사회에서, '와인'이라는 술과 그것을 "마신다"라는 행위가 보편적으로 대중에게 어떻게  인식되고 있는지 이 영화에서 잘 보여주고 있었다. 전날 내린, 폭우덕에 다음날 더 화창한 햇빛, 청명해진 대기의 싱그러움을 즐기며, 부잣집 주인과 그 부인은 ,인디언 놀이를 좋아하고 조금은 엉뚱한 늦둥이 아들의 생일파티준비를 위해, 홍수로 수재민이 된 자기들의 운전 기사의 삶 따위는 관심도 두지 않고 엄연한 휴일임에도 아랑곳 없이, 추가 수당을 더 챙겨준다는 명목으로, 결국 불러내 일을 시키고도 일말의 미안함조차 인식하지 못한다. 그런 그들의 어설픈 부르조아적 이기심은  운전기사의 역할을 수행하도록 고용된 사람에게, 와인박스를 나르게 하고, 쇼핑카트를 끌도록하고 더 나아가 아직은 어린아이에 불과한 그들의 아이에게 기쁨을 주는 역할을 하도록 뻔뻔하게 요구하는 수준으로 « 선을 넘어 »버리고 선을 넘은 댓가로 그들 역시 처절한 파국을 맞게 된다. 겉은 « 심플 »하고, 친절하지만, 단지 돈이 있다는 이유만으로,자기들보다 경제적으로 못한 사람들의 상황은 고려하지 않은채 자기들끼리만 공유할 수 있는  작은 즐거움을 위해 이웃의 삶을 희생시키는 이기적인 그들과, 그들의 친구들이 오페라 아리아를 들으며 홀짝거리려고 선택된 알콜 음료는 짙은 연어의 빛깔을 띈 로제와인이었다. 마치 그 다음에 전개된 유혈극에서 음식과 잔디 위에 낭자한 붉은 피를 예고라도 하듯.


프랑스에서는 그냥 일상적으로 물처럼 마시는 와인, 특히 로제와인같은건, 햇살 좋은 날, 피크닉가서 샌드위치같은 핑거푸드( finger food)와 곁들이거나, 누구에게나 법적으로 공평하게 주어진 ,바캉스를 즐기며 가벼운 맘으로 마시는 음료가 아닌가. 와인을 마시는 행위 자체가 별로 특별할 것이 없는 이 곳 프랑스와는 다르게, 일부 선택된 계층, 그들끼리 클래식음악을 곁들이며, 예쁘게 차려 입고 즐기는 음료로 스크린에 표현된 와인의 이미지는 이야기 전개에 잘 부합되는 탁월한 선택임에도 불구하고, 나에게 씁쓸한 뒷맛으로 다가왔다. 그것은 마치 이 영화속에서 « 심플한 뇌 »를 가진 박사장 부인이 어설픈 영어 발음으로 "Is it o.k with you?" 라고 물어보는 것 같았다.


와인이 지닌 복합적 이미지로 인해 접근이 용이하지 않다는 선입견에서 파생된 대중들이 느끼는 와인에 대한 약간의 반감( ?) , 거기에 더나아가 반지하에 사는 기택네같은 가족들에게는 와인이라는 존재가 « 훔쳐마시고 싶은 욕망조차 자극하지 못하는 » 복잡하고 어려운. 그래서 언급조차 안하고, 그냥 패스해버리고야 마는, « 돈만 가진, 어설픈 부르조아들이 자기네들끼리 소비하는 음료 »로 인식되어져야만 하는 그런 현실이 안타까왔다. 


그렇게 된 원인은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소득의 양극화가 점점 심해져, 와인을 소비할 수 있는 증산층들이 점점 줄어드는 것도 큰 이유가 될것이다. 그리고, 복잡한 유통과정, 세금체계로 인해 와인가격이 애초에 높게 책정되서 어떤 계층에서는 « 쳐다보기 조차 싫은 »알콜음료가 될것이며, 또 다른 계층에서는 이솝우화에 나오는 « 여우와 신 포도 »의 이야기처럼, 와인을 사먹기엔 돈이 없다는 현실을 쿨하게 인정하고 해결책을 찾는대신 와인 자체에 핑계를 덧입혀 최종적으로 선택에서 배제하는 안타까운 오류를 범할 수도 있을것이다.


영화가 끝이 나고, 자막과 함께 흐르는 나지막한 노랫가락은 이 영화의 « 결말 »을 말하고 있었다. 수미쌍관법에 의한 구성으로(이 영화는 처음과 끝 장면이 같다.), 위와 밑이 막혀버린 술병처럼, 혹은 겉과 안의 구분이 모호하고, 돌아도 결국은 제자리로 올 수 밖에 없는 뫼비우스띠같은, 죽어야만 끝낼 수 있는 현실에 대한 무기력함을 잘 표현하고 있었다. 와인과는 다르게 알콜의 향 외에는 특별한 냄새가 없는, 그러나 때로는 속을 후벼파는듯 독한, 한잔의 « 소주 »로.



"쓰디쓴 이 소주가 술잔에 넘치면,

손톱밑에 낀 떼가 촉촉해,,"



먹먹한 마음으로 끝까지 노래를 듣고 있는데,


극장안에서 일제히 박수소리와 함께, '브라보'를 외치는 프랑스인들의 음성이 들려왔다. 생전 처음 들어보는 극장안에서의  박수소리. 


한국 영화를 향한! 


그것도 머나먼 이국땅 보르도 한복판에서!


프랑스인들에 둘러싸여, 한국영화를 보러온 유일한 한국인인 내가 현장에서 느꼈던 그 소름끼치는 감동을 어떻게 말로 표현 할 수 있으랴.


관점에따라 여러가지 스펙트럼으로 해석될 수 있는 이 영화는, 복합적 향미와 꽤나 묵직한 탄닌, 적지않은 알콜함량과 긴 여운을 지닌,진실을 담아 잘 만들어진 한 병의 와인과도 같았다.


봉감독의 기생충은 그날 보르도 유토피아극장안에 앉아있던 우리모두에게  잊지못할 한잔의 봉뱅(Bon vin: 좋은 와인)이었다.


영화관을 빠져나가려는 찰라, 몇명의 프랑스인들이 갑자기 내 주위를 에워싸며, 질문을 던진다.


"당신, 보아하니 한국인인거 같은데, 나 이해 안되서 궁금한거 있는데, 질문해도 될까요 ? 


- 왜 박사장은, 운전기사가 부인을 사랑하냐고 물어볼때마다 화를 내는거죠? 한국에서는 사랑 안해도, 결혼해서 같이 사는게 가능한가요?


- 법적으로 정해져있는 휴일인데, 운전기사나 가정부, 가정교사를 그렇게 막 불러내는게 가능한가요? 그사람들의 의향은 왜 안물어봐요?


그리고, 박사장은 왜 말끝마다 운전기사한테 '나 당신한테 이미 월급지불했다.'라고 강조하는거죠?


- 그 가정교사를 하는 운전기사 아들은  자기가 박사장네 집과 잘 어울리는사람인지, 안아울리는 사람인지 왜 자꾸 물어보는거죠? 그게 왜 궁금할까요?"                      


 (다음 회에 계속)



서연우
유로저널 와인 칼럼니스트
메일 : eloquent7272@gmail.com
대한민국 항공사. 
항공 승무원 경력17년 8개월 .
이후 도불 ,프랑스 보르도에서 와인 소믈리에 자격증 취득후  

와인 시음 공부ㆍ미국 크루즈 소믈리에로 근무

여행과 미술을 좋아하며,

와인 미각을 시각화하여 대중에게 쉽게 전달할수있는 방법을 고민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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