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지혜 예술칼럼

같은 여백, 다른 느낌 – 먹빛의 공격성(Aggression), 윤형근

by 편집부 posted Jul 01,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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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로저널 386

같은 여백, 다른 느낌먹빛의 공격성(Aggression), 윤형근 

 

  • ‘Dansaekhwa(단색화)’

우리나라 1970년대 초에 출현하여 1980년대와 1990년대를 거치며 진화, 성숙해 나간 단색화는 주로 서양의 모노크롬의 종류로 비유가 되는 경우가 많다. 사실 내용이 미니멀해서 단색화도 최소적으로 보이는 모노크롬과 닮은 같아 보인다. 

하지만, 2015 베니스 비엔날레 특별전에서는 단색화를 영어 설명으로모노크롬으로 번역하지 않고 그냥 ‘Dansaekhwa(단색화)’ 소개했고 이후 ‘Dansaekhwa(단색화)’ 영어 표기를 계속 유지하고 있다. 

서양 20세기 미술사에서 모노크롬은 이미지를 그릴 사용했던 원근법이나 화면상의 깊이감을 표현하는 회화의 전통적 장치를 일체 거부하면서, 바탕 위에 그려진 이미지없이 단일 이외에는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은 회화다그러니까, 미술에 가장 본질적인 최소만을 남기고 나머지는 미니멀리즘의 그림이다.

 

바넷 뉴먼, 하나임 I (Onement I),1948.jpg  

바넷 뉴먼, 하나임 I (Onement I),1948 (사진출처:Filckr)

 

적고동색 화면에 달랑 수직선 하나만 있는 그림에서 바넷 뉴먼은 성소와 같은 특별한 장소와 시간의 경험을 그려넣었다. 그래서 분명 색으로 채워져 있는데도 듯한 느낌이 든다. 그리하여 유한한 그림의 프레임 형태를 벗어나 무한하게 뻗어나가 그림과 외부가 전체로서 하나가 된다. 뉴먼은 이런 자신의 작품을 통해 사람들이 숭고를 느끼기를 바랬다.

그럼 단색화는 어떤가? 이미지 재현으로부터 독립한 (), (), 물감의 질료성같은 요소들 간의 조합을 통해 조화로움을 확립한다. 

이미지와 상관없는 단순한 선을 긋거나 물감을 화면의 뒤에서 앞으로 밀어 드러낸다든가 또는 농담을 이용해 면과 그림자를 만들거나 물감을 화면에 채우고 번지게 하는 단순해 보이는 시각적 요소들을 합쳐서 화면 위에 질서를 구축한다. 

그리고 단색화는 점을 반복적으로 찍는 것과 같은 행위의 반복을 통해 회화이면서도 일종의 퍼포먼스와 같은 특색을 띤다. 또한, 물질과 사물, 그리는 대상과 물아일체(物我一體) 되도록 한다. 

이런 단색화 중심에 있는 작가가 누구냐고 하면, 보통은 박서보, 이우환, 윤형근, 정상화, 하종현 등이라고 일컫는다. 

그런데, 조형적으로 단순히 , , 면과 단순한 색을 사용했다는 이유만으로 이들을 그저 단색화라는 하나의이즘으로 묶는 것은 각자의 특색이 너무 분명해 부적절해 보인다.  

 

박서보. Ecriture (描法) No. 140410, 2012.jpg

박서보. Ecriture (描法) No. 140410, 2012, mixed media with Korean traditional paper ‘hanji’ on canvas, Photo by Park Seo-Bo studio /Courtesy of the artist and Kukje Gallery

(사진출처:리아뜰 매거진)

 

특히 이우환 작가는 일본의 미술 운동인 모노파의 창시자이기도 하면서 동양 사상과 철학으로 미니멀리즘의 한계를 극복하고 무한함과 사물과 인간, 자연과 인간, 인간과 우주의 관계를 탐구하고 있는 작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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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e Ufan, Response, 2021. (사진출처: Lisson Gallery)

 

하지만, 미학적인 면에서 단색화를 한국의 정체성과 동양의 정신성이 담겨 있는 그림이다, 그리고 자연과 하나가 되고, 명상과 깨달음을 느끼게 한다고 평가하는데, 이런 점에서는 어쩌면 작가들을 하나로 묶는 것이 가능할 것도 같다.  

 

  • 먹빛의 공격성(Aggression)

윤형근(1928-2007) 단색화의 거장 명이라고 평가된다. 하지만, 위에서 언급했다시피 그의청다색(Umber-Blue)시리즈의 묵색 번짐은 다른 단색화의 여백과는 다르다. 

 

윤형근, Burnt Umber and Ultramarine, 1981.jpg  

윤형근, Burnt Umber and Ultramarine, 1981, © PKM 갤러리. (사진출처: 경향신문)

 

윤형근의 여백에는 색이 스며들어 있어서 그려진 기둥과 여백이 연결되어 공간이 확장된다. 

 

윤형근이 1980년 5·18 광주 민주화 운동이 발발하던서 당시 자신의 스케치북에 그린 작품.jpg

윤형근이 1980 5·18 광주 민주화 운동이 발발하던서 당시 자신의 스케치북에 그린 작품

(사진출처: 아시아경제)

 

윤형근은 5·18 광주 민주화 운동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죽었다는 소식을 접하고 절망과 분노를 느끼면서 작품을 그렸다. 

우리 모두는 살아가면서 많은 좌절과 절망을 느낀다. 이럴 ,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공격성 (Aggression)’이다. 소아과 의사이며, 아동분석가, 정신분석학, 유아 치료, 가족 치료 연구를 도널드 위니캇(Donald W. Winnicott, 1896-1971) 나한테 주어진 것을 허물고 나만의 새로운 삶을 창조하는 에너지 동력원을공격성이라고 했다. 

이것은 누군가와 싸워라는 것이 아니다. 나에게 주워진 삶을 개척할 있고, 바꿔나갈 있는 동력원을 가지는 것이 우리 삶에서 중요하다는 것이다.  

1980년대 후반이 되면 작가 윤형근의 마음에도 새로운 삶을 창조하는 공격성이 생겨나기 시작하면서 그의 작품은 간결해진다. 기둥이 넓어져 색면이 화면을 채우고청색과 다색을 섞은 ‘먹빛 거의 순수한 검정에 가까워진다. 그리고 검은색이 겹겹이 칠해진 화면은 깊이감이 더해진다. 

 

윤형근, Burnt Umber & Ultramarine, 1991.jpg

윤형근, Burnt Umber & Ultramarine, 1991 (사진출처: 네이버블로그)

 

우리는 삶에서 주워지는 자극을 향해 당당하게 세상에 맞설 힘을 길러야 한다. , 공격성은 인간 관계에 있어서도 가장 중요한 기본이다. 또한 공격성의 발달은 자신감과 긍정적인 마음도 불러일으킨다. 

그런데, 이러한 공격성이 제대로 발전되지 않으면 우리는 누군가에게 해를 끼치게 되거나 또는 위축이 수도 있다. 그럼, 공격성을 제대로 발달시키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먼저 자기 자신을 이해하는 것이다. 

그리고 부당한 상황에서 자기를 방어할 있는 신체적인 힘과 함께 자신감을 길러야 한다. 거기서 우리에게 희망과 비전을 가질 힘이 생겨난다.    

윤형근도 자기 자신에 집중했고, 이제 윤형근의 작품도 그의 자신감과 함께 회화가 아니라 회화 너머의 세계까지 드러낸다.   

진실로 서러움은 진실로 아름다움하고 통한다 

윤형근의 1988 8 17 일기

 

(다음에 계속…)

유로저널칼럼니스트, 아트컨설턴트 최지혜

메일 : choijihye107@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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