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전세계적인 영화제로는 ‘세계 3대 영화제’라 일컬어지는 프랑스의 칸느영화제, 이탈리아의 베니스영화제, 독일의 베니스영화제와 이에 비해 다소 대중적인, 그러나 가장 화려한 스타들의 잔치인 미국의 아카데미를 들 수 있다. 그렇다면 문화, 예술 분야에서 분명 독보적 위치를 갖고 있는 영국에는 그러한 세계적인 영화제들에 견줄만한 영화제가 있을까?
그 정답은 바로 BAFTA 이다. 흔히들 ‘영국 아카데미 영화제’라고 일컬어지는 본 영화제는 영국 영화&TV 아카데미인 BAFTA(British Academy of Film and Television Arts)의 영화부문인 British Academy Film Awards를 의미하는 영화제이다. 작품성에 무게를 둔 세계 3대 영화제나 대중성에 무게를 둔 아카데미의 명성에 비해 그 세력이 초라해진 영국 영화계를 반영하듯 일반 대중들에게는 다소 인지도가 떨어지는 것도 사실이지만 영국 내에서는 그 어떤 영화제 보다 그 독보적인 권위를 인정받고 있다.
1947년 4월 16일, 런던 하이드파크 호델방에 모인 당시 영국 영화계 주요 인사들은 영국 영화계에 창의적이고 뛰어난 작품으로 기여한 자들을 발굴하고 기리자는 의미로 영국영화아카데미(British Film Academy)를 발족시켰으며 초대 회장으로는 ‘아라비아의 로렌스’로 유명한 데이빗 린 감독이 선출되었다. 이후 1959년 영국영화아카데미와 TV제작자•연출자노조(1954년 설립)가 합병하여 설립되었던 SFTA(Society of Film and Television Arts)를 1975년에 BAFTA(British Academy of Film and Television Arts)로 개칭했다. 그리고, 1976년 시상식장에 영국 여왕과 에딘버러 공작을 비롯 주요 국가 인사들이 참석하면서 본 영화제는 영국을 대표하는 국제적 영화제로 공인되기 시작했다. 본 아카데미는 시사회, 세미나, 교육, 캠페인 등을 통해 영화와 TV 분야의 다양한 작품들을 대상으로 자체 기준을 제시하고, 매년 엄격한 심사과정을 거쳐 시상을 하고 있다. 특별히, 세계 3대 영화제가 추구하는 작품성과 미국 아카데미의 대중성 사이에서 조화롭게 수상작을 선정하고 있으며 최우수 영국영화상과 최우수 영국감독상 부문을 통해 영국만의 고유한 색깔을 지닌 수작들을 발굴, 소개하고 치하하는 역할도 감당하고 있다.
한편 지난 2월 11일 런던 코벤트 가든의 로열 오페라하우스에서 올해 영국아카데미영화제가 열렸으며 새로 제임스 본드가 된 다니엘 크레이크와 ‘타이타닉’으로 유명한 영국출신 여배우 케이트 윈슬렛 등 다수의 유명 영화인들이 참석했다. 영예의 최우수 작품상은 영국 여왕과 왕실의 뒷이야기, 다이아나 왕세자빈의 사망과 토니 블레어의 활약을 다룬 스티븐 프리어스 감독의 ‘더 퀸’에게 돌아갔으며 엘지자베스 2세 여왕을 연기한 영국의 연기파 헬렌 미렌에게 여우주연상을 안겨주었다. 영화 ‘스코틀랜드의 마지막 왕’ 은 알렉산더 코다 상, 각색상을 수상하였고 본 작품에서 열연한 미국 출신의 흑인배우 포레스트 휘태커에게 남우주연상을 안겨주었다. 잔혹판타지라는 타이틀로 개봉되었던 ‘판의 미로’는 분장상, 의상상, 외국어영화상을 수상하였다. 새로운 제임스 본드를 선보인 ‘007-카지노로얄’은 최다 부문 후보에 올랐지만 신인여배우 에바 그린이 신인상을 수상하는 데 그쳤다.
다음은 한국의 관객들에게도 잘 알려진 역대 영국 아카데미 주요 작품상 수상작 들이다.
2002년 제 55회 수상작 : 반지의 제왕 1 – 반지 원정대
2001년 제 54회 수상작 : 글라디에이터
2000년 제 53회 수상작 : 아메리칸 뷰티
1994년 제 47회 수상작 : 쉰들러 리스트
1989년 제 42회 수상작 : 마지막 황제
1983년 제 36회 수상작 : 간디
1971년 제 24회 수상작 : 내일을 향해 쏴라
1963년 제 16회 수상작 : 아라비아의 로렌스
1960년 제 13회 수상작 : 벤허
1958년 제 11회 수상작 : 콰이강의 다리
유로저널 전성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