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는 20일 '반성이 끝나지 않았다'는 글을 통해 "(경기) 수원 장안 재선거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손 전 대표는 "지난 1년간 이곳 춘천에서 반성과 자숙의 시간을 가졌지만 정치가 국민의 희망이 되지 못하는 현실에 대한 고민은 여전히 숙제로 남아 있다"며 이같이 자신의 입장을 밝혔다.
그는 민주당의 출마 요구에 대해 "손학규가 나가 이겨서 민주당을 살린다는 생각보다는 손학규를 민주진영 전체의 승리를 위한 도구로서, 거름으로서, 방편으로서 쓰였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 민주당에 필요한 것은 국민의 지지와 신뢰를 받는 것"이라며 "지명도와 지지도가 높은 '거물'로 당장의 전투를 이기고자 하는 것은 앞으로 다가올 더 큰 전쟁을 이기는 길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민주당은 찬바람을 맞고 험한 길을 헤치며 처절한 각오로 자기단련을 해야지 보약으로 당장 기력을 회복하려고 해서는 안 된다"며 "스타플레이어가 혼자 깃발을 날리는 것이 아니라 가능성 있는 병사를 장수로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손 前 대표 측근들의 설명을 종합하면 손 전 대표가 출마해 재선거가 민주당 승리로 귀결되더라도 결과적으론 민주당의 변화를 추동하기보다는 자기만족과 안주에 빠질 수 있다는 것이다.
손 전 대표는 최근 자신을 찾아온 당 관계자들에게 "민주당이 여권의 중도 실용 노선과 친서민 행보를 사기와 위장으로 비판하는 건 너무 안이하다"고 했다.
민주당이 몇 번의 재선거 승리 '이벤트'에 만족하다간 그가 주창했던 '중도 진보', '제3의 길'로 혁신하려는 노력과도 멀어질 수 있다는 우려를 표명한 것이다.
정세균 대표 등 지도부가 그의 출마와 함께 김근태 전 장관 차출, 정동영 의원의 복당(復黨) 문제를 '패키지'로 언급하며 분위기를 몰아간 것도 손 전 대표의 불출마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손 전 대표는 자신이 민주당의 변화를 주도하기 어려운 현 시점에서 '원내 복귀'보다는 조기 전당대회 등 야권 재편의 흐름이 본격화되어 당에서 주도권을 잡을 수 있을 때 다시 복귀 시점을 조율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오는 10월 재보선에서 '이명박 정부 심판론'을 내세우며 수원 장안과 안산ㆍ상록을 지역구에 각각 손 전 대표와 김근태 전 열린우리당 의장을 전략공천, 수도권 두 곳을 모두 승리로 이끌겠다는 전략에 차질이 빚어지게 됐다.
유로저널 정치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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