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존의 8월 인플레이션은 예상보다 큰 폭으로 둔화됐으나 경기 침체 위험은 더욱더 높아지고 있다.
이날 유로 통계국 발표를 인용한 파이낸셜타임즈(FT)는 29일 에너지 가격 하락과 독일,스페인의 인플레이션 압력 둔화에 따라 유로존의 8월 인플레이션율이 3.8%로 지난달 4%에 비해 하락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이 같은 인플레이션율 하락에도 유럽중앙은행(ECB)이 정책 방향을 바꾸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인플레이션 압력 요인이 여전히 지속되고 있으며 경기 둔화가 인플레이션 전망을 개선할 것이라고 판단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라고 아시아 경제가 보도했다.
유니크레딧의 마르코 발라 이코노미스트는 "인플레이션이 둔화되고 있지만 여전히 ECB의 기준치인 2%를 크게 상회하고 있다"면서 "ECB가 정책 방향을 바꾸지는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ECB도 금리 인하를 통해 유로 경제를 부양할 의지가 없음을 시사했다.
이에 따라 ECB는 내달 4일로 예정된 정책회의에서 기준금리를 4.25%로 동결할 것으로 보이며,금융시장 역시 내년까지 ECB가 금리 인하를 하지 않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ECB 집행이사인 악셀 베버 독일 분데스방크 총재는 "ECB의 현 통화정책이 대체로 제자리에 있다는 판단"이라면서 따라서 "금리 인하를 논하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말했다.
이와 같은 인플레이션 둔화에도 유럽 경제의 침체 우려는 커지고 있다. 유럽집행위원회(EC)는 이날 유로존의 8월 경기신뢰지수 88로 2003년 3월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고 전했다.
BNP파리바의 켄 와트렛 이코노미스트는 "이는 최근 경기부진 및 침체위기와 연관돼 있다"면서 "신뢰지수가 7월보다 더 떨어진 것은 심각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러한 유럽의 경기침체 우려는 유로화 가치를 끌어내렸고 실제 달러·유로 환율은 1.4624달러까지 추락했다.
애널리스트들은 최근 달러 가치가 강세로 반전됨에 따라 그동안의 환차익 실현을 위해 유로화 매도가 증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한편,국제 신용평가사인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가 28일 유럽 경제가 '본격 침체'에 빠져들 위험에 직면했다고 경고했다.
S&P는 분석 보고서를 통해 "최근 고평가된 유로화와 물가 불안 및 부동산 침체 등 유로 경제지표 곳곳에 적신호가 켜지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유로존(유로화 사용 15개국)의 지난 2분기 성장률은 1분기 대비 마이너스 0.2%를 기록한 데 이어 3분기에도 부진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유로존의 국내총생산(GDP)이 뒷걸음질친 것은 1999년 유로화 도입 이후 처음이다.
S&P 유럽담당 장 미셸 식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인플레가 여전히 심각한 상황에서 유로권이 스태그플레이션(고물가 속 저성장)을 지나 진짜 침체의 골짜기로 빠질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영국의 경제 상황이 유로 평균치보다 더 나빠 심각한 침체 위험을 안고 있다"고 설명했다. 유로저널 경제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