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 먹으면 보약, 잘못 먹으면 사약’
보약, 환자 상태에 따라 약효가 극과극
무더운 여름이면 대부분 보양식을 즐겨 먹는 한국 사람들은 한약,특히 보약에 대해 호의적이다. 여름철 삼계탕을 먹더라도 메뉴판에 한방삼계탕이라고 적혀있는 메뉴를 선호하고 족발이나 설렁탕에도 그‘한방’이란 말이 들어가 있으면 어딘지 모르게 더 믿음을 갖는다.
하지만 보약이 무조건 좋은 것만은 아니다.오히려 건강을 해치는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
화접몽한의원(mongclinic.com) 오철 원장은 "보약이란 것은 말 그대로 허한 것을 보해주는 약이다. 닳아 없어진 것을 채우는 약이고 마땅히 있어야 할 것이 없어서 불편해지는 것을 막는 약이다. 하지만 그래 봤자 약이다."이라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한 가지 꼭 덧붙이자면 인삼 달인 물을 한 가족 모두가 사시사철 냉장고에 넣어 놓고 마시는 것처럼 무서운 건 없다.
녹용의 경우 아무리 좋은 보양약재라고 하더라도 허열이 오르는 사람에게는 신중하게 처방을 해야 한다. 또 고약한 스트레스를 오래 겪은 후 진이 빠지고 주로 잠잘 때 배게를 흥건히 적실 정도로 땀을 흘리며 점점 쇠약함을 느끼지만 반대로 머리쪽으로 미칠듯이 열이 오르는 사람이 있다면 녹용을 처방하는 것은 금물이다. 그 좋다는 녹용도 어차피 일개의 약재일 뿐 환자의 증상에 맞아야 보약이지 증상과 반대의 약성이라면 심하게 말해 사약이 될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가장 만만한 보약 ‘십전대보탕’
감기나 고혈압환자에겐 불 난 집에 기름 붓는 격
시골 다방의 십전대보차에서부터 홈쇼핑,일부 약국이나 한의원에서 아예 미리 달여 놓고 말 그대로‘판매’를 하고 있는 십전대보탕은 한의학 이론상 기와 혈을 동시에 보해주는 기본적인 처방이다. 어찌보면 먹기에 가장 만만하고 무난한 처방이라고 볼 수 있지만 처방의 성질로 보아 열을 올리는 효과가 있기 때문에 감기를 앓고 있거나 고혈압환자라면 자칫 불 난 집에 기름을 붓는 우를 범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으니 십전대보탕 역시 유명세만 믿고 만만하게 볼 처방은 절대 아니다.
떠먹는 보약 경옥고
고혈압이나 당뇨환자 피해야
정작 예로부터 내려오는 고가의 보약들은 그때그때 달여서 먹는 약보다는 떠먹는 고 형태나 알약 즉, 환약의 제형이 더 많다. 그 가장 대표적인 예가‘경옥고’인데,경옥고의 처방은 의외로 간단하다. 생지황,인삼,백복령,꿀의 약재들이 주가 되는데 이 떠먹는 고약인 경옥고는 만드는 과정이 정성과 인내 그 자체이다. 이 약을 먹으면 수십 년이 아니라 수백 년을 산다고 동의보감에는 기록되어있지만 고혈압환자에게는 그리 좋은 약이 아니다. 갑자기 기운을 올리는 인삼 때문에 혈압이 올라갈 수 있고 꿀이 다량 들어가기 때문에 달달하고 맛나기는 하지만 당뇨 환자에게도 권할 수 없기 때문이다.
웅담은 보약인가?
한의사에게 웅담이 무슨 효과가 있냐고 물어보면 대답은 간단하기 이를데 없다.“웅담이요? 열 내리는 약입니다. 감기로 인한 열 같은 게 아니구요. 십이경맥 중 주로 간경에 습열이 있을 때 그 열을 내리는 약이에요.” 그렇다. 웅담이란 것은 기운을 내주는 약도 아니고 빈혈을 치료해주는 약도 아니며 그냥 스트레스로 인해서 간 기능계에 열이 있을 때 그 열을 내려주는 약재에 불과하다는 말이다. 더군다나 너무 허해서 손발과 아랫배가 찬 여자들에게는 절대 금해야 하는 약재이기도 하다.
유로저널 김 범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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