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성공회 신자였던 토니 블레어 전총리가 지난주 가톨릭으로 개종했다고 옵서버지가 보도했다. 블레어는 지난주 금요일 저녁 코먹 머피오코너 추기경이 주재한 미사에서 정식 가톨릭 신자로 받아들여진 것으로 알려졌다. 토니 블레어는 아직 총리 신분이었던 금년 2월부터 모든 성인 개종자가 받아야 하는 가톨릭 교리 수업을 받아온 것으로 전해졌다.
부인 셰리 블레어는 독실한 가톨릭 신자였으나 토니 블레어 전총리는 그 동안 자신이 가톨릭 신자라는 공식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블레어의 언론담당 보좌관이었던 최측근 알리스터 캠벨은 블레어의 종교 문제에 대해서 “신은 우리 분야가 아니다”라는 말로 일축하기도 했다.
영국 성공회를 이끄는 캔터베리대주교 로언 윌리엄스 박사는 그리스도교인이 되는 순례의 길로 나선 토니 블레어 전총리에게 축하와 기도를 보낸다고 밝혔다. 많은 가톨릭 신자들도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그러나 일부 보수 가톨릭 진영에서는 낙태 허용과 동성애 정책에서 가톨릭 교리에 배치되는 쪽에 찬성표를 던졌던 토니 블레어의 가톨릭 개종에 떨떠름한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토니 블레어 전총리는 “얼간이”로 보일까봐 종교에 대한 언급을 피했다고 BBC와의 인터뷰에서 털어놓았지만 신앙은 블레어 전총리의 인생에서 지금까지 알려진 것보다 훨씬 깊은 비중을 차지한 것으로 보인다고 옵서버지는 전했다. 블레어 전총리는 해외 순방중에도 일요일마다 될수록 교회에서 예배를 보려고 하여 적당한 교회를 물색하느라 보좌관들이 애를 먹었으며 이라크 침공을 앞두고도 신의 가호를 빌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에서는 지금까지 가톨릭 신자가 총리가 된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그리고 아직도 가톨릭 신자는 영국 왕위에 오를 자격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