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하소설 ‘혼불’ 배경 종갓집 불
작가 최명희(1947~98)의 대하소설 ‘혼불’의 무대가 된 전북 남원의 삭녕(朔寧) 최씨 종가에서 15일 불이 나 안방에서 잠자던 종가의 대를 이어온 소설 속의 종부(宗婦·종가의 맏며느리) 박증순(93)씨가 숨지고 1905년께 지어졌던 안채가 모두 전소했다.
숨진 박씨는 조선 성종의 스승이었던 폄재공 최온의 12대 종가 며느리로, <혼불>에서 3대 며느리 가운데 하나인 효원 아씨로 그려졌다.
삭령 최씨 종가는 조선시대 남원지역 양반가의 몰락 과정과 일제 강점에서 6·25전쟁 때까지 수난과 애환을 겪어온 3대째 종가를 지켜온 며느리의 애환을 그린 작가 고 최명희의 대하소설 <혼불>의 배경이 됐다.
숨진 박 할머니는 먼 친척인 작가 최명희에게 집안 내력과 듣고 겪은 일들을 구술해 주었고, 그 자신 소설 속 종부의 모델이 되기도 했다.
모두 5채로 구성된 이 종가는 1907년쯤 건축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2004년 10월 남원시가 ‘혼불문학관’을 개관하면서 매년 15만명 안팎의 답사객이 문학관과 최씨 종가를 찾았다. 다른 4채의 건물엔 불길이 미치지 않았다.
최영희 전 국회의원(16대·민주당)과 최강원 서울대 의대교수가 종부 박 할머니의 차녀와 장남이다.
[글: 유로저널,사진:한겨레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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