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과 미국은 올 연말까지 북한이 모든 핵시설을 불능화하고 핵프로그램을 전면 신고하는 대신, 미국은 북한에게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북한 삭제 등 정치적.경제적 보상조치를 제공하고 관계정상화 방안도 포함시키는 포괄적인 합의를 이루어냈다.
6자회담 미국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미국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는 제네바에서 1∼2일 이틀간 진행된 북미 관계정상화 실무그룹 제2차 회의에 대해 만족함을 나타내면서 "북한이 2007년 말까지 그들의 모든 핵프로그램을 전면 신고하고 그들의 모든 핵시설들을 불능화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따라서 이같은 성과물이 양이틀간 회담에서 나옴에 따라, 이달 중순께 개최될 북핵 6자회담 본회담에서는 `제2의 2.13 합의'가 나올 가능성이 커졌다.
북한 수석대표인 김계관 외무성 부상도 "우리는 합의한 대로 우리의 핵 계획(프로그램)을 신고하고 무력화(불능화)를 실현하겠다는 의사를 명백히 표현했다"고 기자들에게 확인해 주었다.
김 부상은 특히 "미국측은 그들이 약속한 정치.경제적 보상 조치를 취할 것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면서 "조(북)미 관계의 정상화를 위한 현안들을 전면적으로 검토하고 많은 일치를 보았다"고 밝혔다.
김 부상은 "정치적 보상조치란 우리를 적대하는 정책을 바꾼다, 평화공존을 구축하기 위한 제도적, 법률적 장치를 마련한다는 뜻"이라고 말해 양국이 일정한 의견 접근을 이뤘음을 시사했다.
이어 그는 "경제적 보상조치란 이미 공약한 대로 100만t의 중유를 제공한다는 것으로 그 전진(진전)에 따라서 보다 더 많은, 지원이 아닌 보상을 하게 될 것"이라면서 "그 절반은 중유로, 나머지 절반에 해당하는 것은 발전소 재건과 에너지 생산에 필요한 설비.자재로 보상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북한이 남북정상회담을 돌연 연기한 것은 단순히 홍수 피해 때문이 아니라 정상회담을 못마땅하게 여기는 미국의 입장을 배려한 것이라고 복수의 북한 고위당국자가 밝혔다.
정부가 지난해부터 여러 차례 제안했던 남북정상회담을 북측이 전격적으로 수용한 것도 북·미 관계 개선을 위한 포석의 일환이었다고 이 북한 당국자는 전했다.
지난달 중국 베이징 등지에서 복수의 북한 고위당국자들과 접촉했던 국제한민족재단 이창주 상임의장은 1일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북측은 미국이 남북정상회담 발표 뒤 양자접촉에서 간접적인 불만을 표출하자 다음번 6자회담 이후로 (정상회담을) 미뤘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서울의 고위 소식통도 “북한은 핵시설 불능화 조치를 취해도 강대국인 미국이 테러지원국을 해제하지 않는 등 합의이행을 안하면 자기들만 당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면서 “핵포기 의사를 분명히 하고 동시에 상응조치를 촉구하는 창구로 남북정상회담을 수락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한인신문 사회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