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영종도 마약 탐지견 훈련센터에 '투피(Toppy)'라는 이름의 흰색 수컷 마약 탐지견 6마리가 17일 모습을 드러냈다. 부견(父犬)인 '체이스' 뒤를 따라 훈련장을 거니는 부자(父子)의 외모는 똑같았다. '투피'들은 '체이스'의 체세포를 수정란에 이식한 뒤 대리모견을 통해 태어난 '복제견'이기 때문이다.
조선일보 보도에 따르면 이들은 모두 '황우석 사단'에 있었던 서울대학교 수의과대학 이병천 교수 주도로 잡종 도사견 세 마리를 모견(母犬)으로 해 작년 10~11월에 태어났다. 원래는 7마리지만 1마리는 다리를 다쳐 이날 훈련에 빠졌다.
'투피'들은 마약견 자질을 갖고 있는지를 판단하는 유전자, 행태 습성 등의 1차 관문을 통과, 2009년 6월까지 헤로인·코카인·필로폰 등 마약 냄새를 감별하는 본격적인 마약견으로서 훈련을 받게 됐다. '투피'는 '미래의 강아지(tomorrow puppy)'란 뜻의 영어 약칭이며 이들은 정식 이름 없이 투피 1~7로 불리고 있다.
'래브라도 리트리버'종(種)인 '체이스'는 이미 군산세관에서 최고의 마약견으로 명성을 떨친 개라 '투피'도 마약견으로 대성할 가능성이 높다고 탐지견 담당관은 전망했다. 담당관은 또 "투피와 체이스는 서로 부자간인 줄 몰라 만나면 곧잘 으르렁댄다"고 말했다.
관세청이 추산한 마약견 한 마리당 관리비는 연 4000만원 가량. 마약견 후보종인 래브라도 리트리버와 골든 리트리버, 잉글리시 스프링거 스파니엘, 셰퍼드 등을 구입, 1차 자질 시험과 2차 훈련 과정을 거쳐 정식 마약견을 뽑는다. 이 과정에서 70%가 탈락한다. 결국 10마리 중 3마리만 건지는 셈이라 비용에 비해 거두는 성과가 적다.
그래서 관세청은 자질이 검증된 마약견을 복제해 조금만 훈련시키면 즉시 사용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해 '체이스' 복제를 의뢰했다. 이번 7마리를 복제하는 데는 3억원 정도가 들어갔고 이번에는 국가 연구사업이라 관세청이 지불한 비용은 없다. 하지만 앞으로 관세청이 복제 마약견을 받으려면 마리당 7000만원 이상은 서울대에 지불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