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의 최고 엘리트 학교로서 고위 공무원의 산실인 국립행정학교(ENA)가 개혁의 도마에 올랐다. 동아일보에 따르면 에리크 뵈르트 예산장관은 24일 ENA 신입생들을 대상으로 한 연설에서 “졸업할 때 치르는 시험에 따라 ‘한번 1등이 영원한 1등’이 되는 제도를 없애겠다”고 밝혔다.
샤를 드골 장군이 1945년 ENA를 설립한 때부터 시행돼 온 이 제도에 따라 졸업시험에서 최고 등급을 받은 학생이 가장 선호하는 자리인 회계원 재정감독원 국가참사원 등 감독기구에 가고, 그 다음 등급은 외교부, 나머지는 기타 부처나 지방관청을 택하게 돼 있다.
또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은 1월 “ENA의 졸업 등급체계가 충격적인 것은 25년 전에 치러진 한 차례의 시험이 그 사람의 25년 직업 생활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프랑스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ENA 졸업생을 일컫는‘에나르크(Enarque)’가 장악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ENA는 발레리 지스카르데스탱, 자크 시라크 등 대통령 2명과 리오넬 조스팽 등 총리 6명을 배출했다. 현 의원 중에서도 34명이 ENA 출신이다. 프랑스의 대기업은 과거 모두 공기업이었던 탓에 민영화된 지금도 상당수 대기업 사장 자리는 ENA 출신이 꿰차고 있다.
그러나 낭테르대 법대를 나온 비(非)ENA 출신인 사르코지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사정이 바뀌었다. 현 정부에서‘에나르크’는 각료 15명 중 1명에 불과했다. 12명의 각료 중 7명이 ENA 출신이었던 시라크 전 대통령 때와는 현격한 차이가 난다.
최근 공개된 한 보고서에 따르면 기업체에 취직한 ENA 출신들은 너무 거만하고 비즈니스에 적합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