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검찰 60년, 검찰이 뽑은 20대 사건

by 유로저널 posted Nov 05,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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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탄생한 이후 60년 동안 검찰이 수사한 사건 중 사회적으로 파급효과가 컸거나 반성·개혁의 계기가 된 사건에서 1위는 1987년‘박종철 고문치사’사건으로 서울대생 박종철 씨가 치안본부 남영동 대공분실에서 경찰의 물 고문으로 사망한 사건과 관련해, 검찰은 2차례에 걸친 수사를 통해 경찰이 단순 쇼크사로 축소은폐한 사실을 적발하고, 당시 치안본부장과 치안감 등 경찰 간부들을 구속기소했다.

대검찰청은 창설 60주년을 맞이해 이같은 내용을 검찰직원 3989명에게 물어본 결과, 응답자 3795명 중 2573명이 ‘박종철 고문치사 및 축소은폐사건’을 꼽았다고 30일 밝혔다. 이번 조사는 56개 지검과 지청에서 검사 및 검찰주사보 이상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대상사건을 순서대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 1949년 현직 상공부장관 독직 기소 사건

현직 상공부장관 임모씨를 포함해 관련자 16명을 수뢰죄 등으로 기소한 사건으로 법무부장관의 수사중단 지시 및 이에 대한 거부 등을 둘러싸고 논란이 발생했다. 건국 이후 검찰이 초창기 정부 고위 공직자를 상대로 수사를 진행하면서 발생한 대내외적인 어려움을 극복한 사건이다.

■ 1956~60년 장면 부통령 암살미수사건 배후 규명 사건

1956년 9월 28일 장면 부통령에 대한 암살미수사건 발생 이후, 당초 경찰은 최모씨와 김모씨 2명이 사건을 일으킨 공범이라고 구속 송치했으나, 검찰은 2차례에 걸친 끈질긴 수사로 이 사건이 집권당인 자유당 내부 간부, 내무부장관 및 치안국장 등이 연루된 조직적 범행임을 규명했다. 배후에 국가기관이 조직적으로 관여한 사실을 끈질긴 수사를 통해 규명한 사건이다.

■ 1966년 한국비료 사카린 밀수 사건

당시 검찰은 삼성그룹 산하였던 한국비료가 일본으로부터 사카린 원료를 건축자재 명목으로 밀수입한 사실을 적발했다. 이 사건은 국내 굴지의 대기업이 관련된 밀수사건으로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 1969년 태영호 납북귀환어부 간첩사건

1968년 7월 연평도 해상에서 북 경비정에 나포됐다가 풀려난 어부를 고문해 자진월북으로 조작한 사건으로 당시 검찰은 경찰에서 고문을 받았다는 당사자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기소했다. 이후 어부들은 올 7월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인권보호기관으로서 검찰 기능의 중요성을 되새긴 사건이다.

■ 1982년 부산 미문화원 방화 사건

검찰은 부산 미문화원 방화 사건이 발생하자 주범인 문모씨, 김모씨를 비롯해 관련자 15명을 구속하는 등 총 16명을 기소했다. 주범인 문모씨에게 은신처를 제공해준 신부 최모씨의 범인도피죄 성립 여부가 초미의 관심사였던 사건으로 대법원은 성직자의 행위라 하더라도 위법성이 인정된다고 판시했다.

■ 1982년 이모씨, 장모씨 어음 사기 사건

이모씨, 장모씨 부부가 자금사정이 긴박한 기업체에 접근해 어음을 교부받아 할인하는 방법 등으로 편취한 범행을 적발한 사건이다. 검찰은 당시 광업진흥공사 사장 및 전 조흥은행장, 전 상업은행장을 구속했는데, 유례없는 거액의 사기사건으로 전국민의 관심을 받았다. 이 사건을 계기로 경제 부정사범 척결을 위한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이 탄생했다.

■ 1982년 명성그룹 사건

검찰은 국세청 고발에 따라 수사를 벌여, 명성그룹의 탈세 혐의와 시중 은행 직원의 업무상 횡령 혐의, 전 교통부장관 윤모씨의 뇌물 수수 혐의 등을 총체적으로 규명했다. 금융기관 직원이 예금주로부터 받은 돈을 입금하지 않는 경우 업무상 횡령죄가 성립한다는 등 중요한 내용의 대법원 판례로 성립시킨 사건이다.

■ 1986년 부천서 성고문 사건

위장취업한 혐의로 권모씨를 경찰이 조사하던 도중 부천서 문모 경장이 성고문을 가한 사건이 발생하자 검찰은 문 경장을 기소유예처분했으나 이후 재정신청을 통해 뒤늦게 처벌했다. 검찰이 인권보호기관으로서 기능에 충실하지 못했던 사건으로서 기록됐다.

■ 1987년 박종철 고문치사 및 축소은폐 사건

사건이 발생하자 경찰은 단순 ‘쇼크사’로 검찰에 보고했으나 검찰은 가혹행위를 통한 사망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부검을 통해 사인을 규명해 고문행위에 직접 가담한 자들을 구속기소했다. 검찰은 이후 2차례에 걸친 재수사를 거쳐 경찰이 위 사건을 축소은폐하려고 한 사실을 적발, 당시 치안본부장 및 치안본부 치안감 등 간부를 구속기소했다. 인권보호기관으로서 검찰 임무의 중요성을 보여준 사건이다.

■ 1991년 오대양 집단 변사 배후 규명 사건

1987년 용인에서 발생한 오대양 대표 박모씨 등 32명의 변사사건은 미궁에 빠져있었으나, 1991년 오대양 직원 김모씨 등 6명의 자수를 계기로 사건의 전모를 파헤쳤다. 이에 따르면 당시 박모씨 등은 오대양 계율을 어긴 3명을 집단 구타해 죽였고, (주)세모 유모씨측에 흘러간 오대양 신도자금을 제대로 회수하지 못하는 등 자금압박까지 겹쳐 집단 자살을 결행했다. 이밖에도 검찰은 자수자 등의 자수배경을 정밀 조사해 (주)세모의 유모씨의 사기 혐의도 추가로 밝혀냈다.

■ 1993년 슬롯머신 관련 비리 사건

슬롯머신의 대부로 알려진 정모씨 탈세 사실 등을 밝혀내 구속한 뒤, 박모 의원 등의 뇌물 수수 사실을 추가로 밝혀내 구속하는 등 관련자 14명을 기소한 사건이다. 정관계의 구조적 비리를 규명해낸 사건으로 기록됐다.

■ 1994년 지존파 연쇄납치 살인 사건

감옥과 소각로를 만들어 놓고 5명을 연쇄납치해 살해한 ‘지존파’ 두목 김모씨 등 7명을 살인, 범죄단체조직죄 등으로 구속기소해 엄단한 사건이다. 또 당시 경찰은 지존파 김씨 등이 피살자 중 1명을 음주 후 교통사고로 위장한 것을 단순 교통사고로 보고 처리하려고 했지만 검찰은 끈질긴 지휘수사로 위장 시도 사실을 규명해냈다. 강력사건에서 변사체 검시 지휘 등을 비롯한 검사 수사지휘의 중요성을 일깨운 사건으로 남았다.

■ 1995년 12·12 및 5·18 사건 등 전직 대통령 관련 사건

12·12 및 5·18 사건의 주범으로 전직 두 대통령 등 관련자들을 엄단한 사건이다. 당초 성공한 쿠데타는 처벌할 수 없다는 논리로 공소권 없음 처분을 했던 사건이지만 역사 바로세우기 일환으로 특별법이 제정돼 처벌하게 됐다. 12·12 사건 및 5·18 사건에 대한 사법적 해결을 통해 과거 역사의 공과를 철저히 규명하게 된 사건이다.

■ 1997년 한보비리 사건

한보그룹 총수 정모씨가 금융기관으로부터 대출 편의 및 국정감사 선처 등을 명목으로 홍모 의원 등 유력 정치인들과 은행장들에게 거액의 뇌물을 제공한 사실을 밝혀내어 관련자들을 엄단한 사건이다. 정경유착의 구조적 비리를 파헤친 대표적 사건으로 남아있다.

■ 1999년 대전법조비리 사건

이모 변호사가 판·검사들에게 금품을 제공했다는 논란이 불거지면서 상당 수 판·검사들이 사직하는 등 법조 내부에 큰 이슈가 된 사건으로 법조계 내부의 자정 노력의 계기가 됐다.

■ 2001년 대우그룹 분식회계 비리 관련 사건

대우그룹 회장 김모씨, 사장 장모씨 등 회사 임직원 20여 명과 공인회계사 7명 등이 총 41조원 상당을 분식회계하고 이를 근거로 사기 대출을 받은 사실, 허위 수입 서류 등을 이용해 해외에 재산을 도피한 사실 등을 규명한 사건이다. 유례를 찾아 보기 어려울 정도의 천문학적인 규모의 분식회계 사실을 밝혀냈을 뿐만 아니라, 공인회계사 등이 전문적으로 관여한 갖가지 형태의 분식회계 기법을 적발했다는 점에서 이후 대기업에 대한 회계분석 수사에 큰 영향을 끼친 사건으로 평가된다.

■ 2001~2005년 IMF 공적자금 관련 비리 사건

2001년 12월부터 2005년 12월까지 4년 여 동안 검찰, 경찰, 국세청, 관세청, 금융감독원, 예금보험공사, 자산관리공사 등 7개 기관은 대검찰청 공적자금비리합동단속반을 편성, IMF 사태 직후 공적자금을 사용하고도 이를 갚지 않은 채 비리행위를 저지른 부실 기업주 등에 대한 집중 수사를 벌였다. 이를 통해 기업 및 은행 임원, 대주주 등 290여 명을 입건하고, 그 중 106명을 구속기소했으며, 568억 6000만 원의 공적자금을 회수할 수 있었다. IMF 사태 이후 공적자금 유용 등에 관한 기업의 도덕적 해이(Moral Hazard)를 규명해 형사처벌한 사건이다.

■ 2002년 홍모 검사, 독직폭행치사 사건

조직폭력배 수사 도중 가혹행위를 통해 피의자를 사망하게 한 사실이 드러나 수사검사 등이 처벌된 사건이다. 인권보호 임무를 가진 검찰이 수사과정에서 직접 가혹행위를 가해 피의자를 사망에 이르게 한 사건으로 이후 검찰이 인권보호수사준칙 제정 등 인권보호를 위한 여러 가지 제도적 보완 노력을 하게 된 계기가 된 사건이다.

■ 2002~2003년 SK 그룹 부당내부거래 및 분식회계 비리 관련 사건

SK의 최모 회장의 워커힐 주식 스왑거래 관련 보도 내용을 근거로 내사를 진행하면서 JP 모건 옵션 거래 관련 배임행위 등을 적발해 부당내부거래 등을 적발한 사건이다. 재벌 오너의 비상장주식을 이용한 부당내부거래에 대한 최초의 형사처벌 사건으로, 재벌 그룹 내 구조조정추진본부 주도의 범행을 확인했으며, 이른바 ‘살아 있는 대기업’에 대한 국내 최대 규모의 분식회계를 적발한 사건으로 평가된다.

■ 2003~2004년 불법 대선자금 및 대통령 측근 비리 관련 사건

2002년 대선과 관련, 대통령 측근을 비롯, 야당 유력대선 후보 캠프 등에서 기업체로부터 거액의 뇌물을 수수한 혐의 등을 구조적으로 적발한 사건이다. 대선자금과 관련해 불법정치자금 수수 행위를 대대적으로 적발해 정경유착의 고질적 병폐 현상을 치유하고 기업의 건전성도 제고할 수 있게 한 사건이다.  


유로저널 방 창완 기자
eurojournal@ek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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