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행법상 부부 사이에는 강간죄가 성립되지 않았던 국내에서 처음으로 부부 사이에도 강간죄가 인정된다는 판결이 나와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그동안 부부 사이에 성관계는 하나의 의무로 인식돼 제대로 의무를 다하지 않을 경우 이혼사유로 될 수 있다. 그리고 신뢰를 바탕으로 한 부부,즉 가정에 법이 개입하지 않는다는 인식이 있었다.
때문에 이혼을 요구하는 아내에게 강제로 성관계를 갖더라도 남편에게 강간죄를 묻지 못했다.단지 강제추행죄, 폭행죄,강요죄 등의 혐의를 적용할 수 있을지라도 부부간 성폭력이 인정돼 처벌받는 사례는 드물다.
16일 부산지방법원 제5형사부는 남편 A씨가 성관계를 거부한 필리핀인 아내 B씨를 가스총으로 위협해 강제로 성행위를 한 특수강간 혐의를 인정해 징역 2년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A씨는 판결에 대해 불복하고 항소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재판부는 아내의 인격권과 성적 자기결정권을 고려할 경우 부부 사이에 벌어지는 성관계도 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봤다. 단 혼인관계가 파탄돼 외관만 존재하는 혼인관계라면 강간을 인정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해석했다.
이번 판결에 대해 여성계에서는 환영하고 있다.
아내가 이혼을 요구할 때 폭력을 행사해 성관계를 강제로 가져 이혼을 요구하지 못하도록 하는 사례가 많다. 특히 아내가 이로 인해 임신이 될경우 이혼을 요구하기가 매우 힘들어지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성적가용죄, 폭행죄 등이 성립되는 것은 이론상 타당하지만, 실제로 경찰이나 검찰에서 부부간 일에 개입하는 것을 꺼리므로 남편이 부인에게 폭력을 행사해 실제로 폭행죄 등으로 처벌받는 일은 거의 없다는 지적도 있다.
1970년대 부부 강간죄가 성립되지 않는다는 대법원 판결 이후 판례가 없어 강간죄를 묻지 못했던 여성들이 그만큼 많다는 것이다. 현행 형법에서는 강간죄의 대상을 '부녀'로 한정해 혼인중인 부녀, 아내에 대한 강간이 인정되는지 의견이 분분해 왔다.
반면 법조계에서는 이번 판례가 그동안의 상식을 뒤엎고 있어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부부 간강죄를 인정할 경우 이혼,보복,재산불할 등을 목적으로 악용될 소지가 있다는 것이다. 또 강간죄가 대부분 남성에게 묻고 있어,남편을 잠재적인 범죄자로 본다는 지적도 있다. 이럴 경우 가정의 화해보다 붕괴를 촉진하는 촉매제로 될 수 있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현재 부부 강간죄를 인정하는 나라는 미국, 영국, 독일 등으로 혼인증명서가 아내를 강간하는 면책특권을 가지 않는다고 본다. 이와 달리 우리나라와 문화가 비슷한 일본에서는 성관계가 계속적인 부부에게 강간죄가 성립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전 유럽 한인대표신문 유로저널, 전 영국 한인대표신문 한인신문, eknews.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