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네르바’ 무죄, 검찰 표적수사로 비난
법원 “공익 해할 목적·허위사실 인식 근거없다”
공권력에 의한‘표현의 자유’침해 논란을 불렀던 인터넷 경제논객‘미네르바’박대성(31)씨에게 무죄가 선고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5단독 유영현 판사는 20일 인터넷을 통해 정부 환율정책에 관한 허위사실을 퍼뜨려 공익을 해친 혐의(전기통신기본법 위반)로 구속 기소된 박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그러나 검찰은 “재판부가 증거 취사선택을 잘못해 사실 관계를 오해했고 공익을 침해하려는 목적에 대한 법리를 잘못 적용했다”며 항소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겨레신문에 따르면 박씨는 지난해 인터넷 포털‘다음’의 토론방‘아고라’에‘외화예산 환전업무 8월1일부로 전면 중단’(7월30일),‘긴급명령 1호로 정부가 7대 금융기관 등에 달러 매수 금지 긴급 공문’(12월29일)이라는 거짓 글을 올려 정부 정책과 한국의 대외신인도를 깎아내리고 공익에 해를 끼쳤다는 혐의로 구속됐다.
그러나 재판부는 “구체적 표현 방식에서 과장되거나 정제되지 않은 서술이 있다 하더라도 전적으로‘허위의 사실’이라고 인식하면서 글을 게재했다고 보기 어렵고,‘공익을 해할 목적’이 있었던 것으로도 보기 어렵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박씨가 지난해 7월에 쓴 글과 관련해 “외화예산 환전업무가 중단된 것은 사실이고, 당시 실제로 외환보유고가 줄고 있었기 때문에 이 글에 위법성이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지난해 12월의 글에 대해서도 “기획재정부에서 금융기관에 달러 매수 자제 요청을 한 사실이 이미 알려져 있었고, 박씨가 사과한 뒤 글을 삭제한 점” 등을 이유로 무죄 판단을 내렸다. 이와 함께 연말 외환시장의 특수성과 인터넷 토론방의 성격 등도 고려하면, 박씨가 공익을 해할 목적으로 허위의 사실을 퍼뜨렸다고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봤다.
미네르바 “경제,사회,정치 등 수준 높은 글 쓰겠다”
석방된 미네르바 박대성(31)씨는 국내 언론들과의 인터뷰에서 "이제와서 못 쓸 것이 없다."고 밝히면서 “경제·사회·정치 등 분야를 가리지 않고 퀄리티(수준) 높은 글을 쓰겠다”고 말했다.
특히,그는 “글을 쓰는 건 다 좋은데 도전받는 가치관에 대해 심각하게 생각했으면 한다. 당연하게 누리는 권리를 사소하고 작은 부분부터 지키고 가꿔나가는 게 민주주의의 시작인 것 같다.”면서 익명에의한 글을 인터넷에 올리는 네티즌들에게 충고했다.
여야 미묘한 입장차,시민단체 '사필귀정'
인터넷 논객 '미네르바' 박대성씨가 1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자 여야는 미묘한 입장차를 보였다. 민주당 등 야당은 법원의 공정한 판결을 환영한다는 입장인 반면, 한나라당은 법원의 판단을 존중한다며 정치쟁점화를 경계했다.
민주당은 대변인 성명에서 "이명박 정권의 막무가내식 표현의 자유침해에 경종을 울리는 법원의 공정한 판단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또 "정부와 한나라당은 언론의 자유, 표현의 자유 침해를 즉각 중단하고 책임과 의무를 다해 경제살리기에만 올인할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표현의 자유에는 개인의 책임과 절제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견지해왔던 한나라당은 20일 "사법부 결정을 존중한다"면서도 "순수한 법리적 문제를 정치적으로 확대하는 것은 경계한다"고 밝혔다.
한나라당은 대변인 성명을 통해 "판결에서 허위인 사실은 인정되지만, 허위라는 인식이나 공공이익을 해칠 목적이 없어 죄가 안된다고 한 만큼 향후 주관적인 유.무죄에 대해선 검찰과 법원이 가릴 문제"라고 강조했다.
한편,참여연대를 비롯한 시민단체들은 "사필귀정"이라며 일제히 환영하면서 검찰의 무리한 표적수사 의혹이 사실로 드러났다고 비판했다.
참여연대의 안진걸 민생희망팀장은 “세계에서 정부의 경제정책을 비판했다고 구속되는 사람이 어디 있겠느냐”며 “다시는 이런 코미디 같은 사건이 벌어져선 안 된다”고 검찰 수사를 강하게 비판했다.
대부분의 네티즌들은 검찰 수사가 처음부터 무리였다면서 '당연한 결과'라는 반응 속에서도 일부 보수 단체들은 이번 결과로 인터넷에서 허위 사실을 유포해도 되는 것처럼 비칠 소지가있다고 우려했다.
특히 다음‘아고라’에서 활동 중인 누리꾼은 일제히 “아고라에 귀환한 것을 환영한다”며 자축 분위기에 휩싸였다. 적잖은 누리꾼은 “법원까지 미레르바의 주장을 옳다고 인정했으니 정부도 이제 그를 경제수장으로 모셔야 한다”고 말했다.
보도 이후 수십분 만에 수천개의 댓글을 쏟아낸 누리꾼은 대부분 정부를 비난하고, 미레르바를 격려했다.
동아일보,‘미네르바 현상’ 바람직한 건 아니다
동아일보는 21일자 사설을 통해 이번 판결을 계기로 인터넷에서 벌어지는 반사회적 행위의 규제 방법과 한계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이 사설은은 1990년대에 만든 전기통신법은 새로운 기술의 발전에 따른 인터넷의 역기능을 충분히 예상하지 못한 측면이 있다고 주장했다. 미네르바 사건이나 광우병 촛불시위 사태는 인터넷의 부정적 측면을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이에대해 이 사설은 그런데도 전기통신법은 허위 사실을 인터넷에 유포하더라도 공익을 해할 목적이 있어야만 처벌할 수 있도록 하고 있어,익명성에 숨어서 허위 사실을 유포해 막대한 국가적 사회적 피해가 발생해도 현행 법규로 처벌할 수 없다면, 법 개정이나 새로운 입법을 고려해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이 사설은 박 씨에 대한 무죄 판결을 확대 과장 해석하며 미네르바 현상의 사회적 폐해를 시정하려는 노력에 역행하는 것은 잘못이라고 주장했다.
<전 유럽 한인대표신문 유로저널, 전 영국 한인대표신문 한인신문, eknews.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