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기 이후 우리나라 가계는 가정용품 소비, 의류비, 교통비부터 줄이고 의료비, 교육비, 식음료비는 어려운 중에서도 꾸준히 늘어난 것으로 드러났다.
한국은행, 통계청의 ‘금융위기 이후 소비동향의 특징과 정책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9월 금융위기 발생 이후인 ‘08년 4/4부터 금년 2/4분기까지 우리나라 가계의 국내소비지출이 전체적으로 평균 0.7% 줄었는데 특히 이 가운데서 ’가정용품‘ 소비가 전년도 같은 기간에 비해 8.9%로 가장 많이 줄었고, ‘의류신발’은 6.4%, ‘교통비’ 지출은 4.6%, ‘음식숙박비’는 2.0%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현상은 지난 2003년 카드사태 이후 소비침체를 경험했던 시기(‘03.2/4~’04.1/4)에도 비슷하게 나타났다. 그 당시에도 교통비(-8.8%), 의류신발(-6.6%), 가정용품(-6.4%) 등을 위주로 소비가 크게 줄었다. 이처럼 우리나라 가계는 경제가 어려워지면 쉽게 절약할 수 있는 곳부터 허리띠를 졸라매는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불황속에서도 작년 4/4분기부터 금년 2/4분기까지 ‘의료비’ 지출은 평균 7.0%의 높은 증가세를 보였고 ‘주거비’(1.1%)와 ‘교육비’(0.9%)도 크지 않지만 꾸준히 늘어난 것으로 밝혀졌다. 이에 대해 보고서는 우리나라의 높은 교육열과 고령화 등으로 인해 이들 품목의 소비가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풀이했다.
한편, 소득수준별로는 고소득층의 소비가 더 줄어든 것으로 드러났다.
소비지출을 줄인 품목수도 고소득층은 통계청이 분류하는 12개 지출항목 중 술•담배(-12.4%), 교통비(-8.6%), 오락문화비(-6.6%) 등 8개를 줄인 반면 저소득층은 술•담배(-9.6%), 가정용품(-2.8%), 의류신발(-2.1%) 등 3개 품목만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고소득층이 소비를 더 줄인 이유에 대해 보고서는 “고소득층은 현재 지출에서 탄력적으로 절약할 수 있는 여지가 많지만 저소득층은 대부분 가계수지가 적자상태에서 최소한의 소비수준을 유지하기 때문”이라고 풀이했다.
보고서는 최근 소비가 다소 회복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현재의 가계부채 문제, 고용부진, 미래불안에 따른 소비심리 악화 등이 소비회복의 걸림돌이 되고 있는 만큼 이를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보고서는 “높은 수준의 가계부채는 소비여력을 고갈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밝혔다. 실제로 매월 가계가 지출하는 이자비용 부담은 갈수록 늘어나 올 2/4분기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8.3% 증가하였다.
보고서는 “우리경제가 살아나기 위해서는 소비회복이 시급하다”면서 소비회복을 위한 정책과제로, 우선 소비회복 기조 강화를 위해 경기확장 정책의 유지를 주문했다. 올해 2/4분기 소비가 다소 호조를 보인 것은 정부의 적극적인 재정정책에 힘입은 바가 크기 때문에 앞으로 이러한 효과가 약해지면 소비가 다시 침체에 빠질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 유로저널 방창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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