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역사와 문화의 혼 찾기 1145km
“제2회 21세기의 조선통신사 옛길 한-일 우정걷기 대회”
대한민국 수도인 서울에서 출발하여 일본의 동경까지 1145km를 도보로 걸어간다고 하면 사람들은 제정신이 아니라는 표현과 대단한 탐험심을 가진 사람이라는 상반된 반응을 보이게 될 것이다.
그런데 실제로 1145km를 도보로 걸어가는 사람들이 있으며, 과거에도 걸어서 일본의 동경까지 간 사람들이 상당수 있었다는 사실을 우리는 간과하고 살아가고 있는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사람이 도보로 이동하는 거리는 한계가 있으며, 이동시간 또한 제한적인 관계로 운송수단이 발전하게 되어 오늘날에는 자동차와 비행기, 배를 비롯하여 우주왕복선이 등장하고 있는 시대에 살고 있으나 과거에는 말과 마차, 목선 외에는 이용할 수단이 없어 도보로 수일 또는 수십일을 걸어서 이동해야 했었다.
조선시대를 보더라도 과거를 보기 위하여 한양으로 가는 수단으로 양반집 자제나 부유한 집 자제들은 더러 말을 타고 이동했지만 대부분의 선비들은 수십일에 걸쳐 도보로 이동하였으며, 군사적 급보 외에는 대부분 말이 아닌 도보로 이동하여 왔었다.
임진왜란 직후부터 시작된 도보행진은 지금처럼 교통이 발달된 것이 아니라 그랬겠지라고 치부할 수도 있지만 수백년을 이어 반복적으로 진행되었으며, 그 행렬의 이면에는 우리의 우수한 문화를 왜국에 전파하는 한류의 원조가 숨겨져 있었다는 사실을 살펴볼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조선통신사” 말 그대로 조선의 문물과 역사를 왜국에 전파하며 당당히 삼천여리를 걸었던 우리 선조들의 발자취가 고스란히 숨어 있는 단어로서 한두명이 아닌 수십, 수백명의 사절단이 위풍당당한 모습을 보여 주었던 한류의 원조인 것이다.
조선이 임진왜란 이후 왜국에 조선의 문물을 전파하며 양국간의 마찰을 줄이는 일환으로도 진행되었던 조선통신사의 족적을 현대를 살아가는 후손들이 새롭게 재조명하고 우리문화의 우수성과 역사의 진실과 혼을 다시 되새기는 행사를 진행하고 있어 관심의 대상으로 부각되고 있다.
(사)한국체육진흥회와 (사)일본 걷기협회, 조선통신사연지연락협의회 주최로 진행되어 있는 “제2회 21세기의 조선통신사 옛길 한-일 걷기 대회”가 현대를 살아가는 후손들이 과거 조선통신사의 족적을 찾아가는 행렬로서 잃어버린, 우리 후손들의 무관심의 대상이 되어버린 역사와 문화의 혼을 찾아 한걸음, 한걸음을 내딛고 있다.
두 번째 행사로 올해 이루어지고 있는 “조선통신사 옛길 한-일 우정 걷기대회”는 아이러니 하게도 우리가 아닌 일본에서 먼저 진행되어 우리들이 동참하는 웃지 못할 상황에 놓이게 되었으며, 역사속에 조선통신사가 있었다는 사실만 인식한 채 어떠한 문물이 조선통신사를 통해 일본에 전해졌으며, 그들이 어떤 역할을 담당했는지조차 우리는 무관심으로 일관해 왔었다.
현대사회에서 유명 연예인이 일본과 중국, 동남아시아에 진출하여 성공하자 한류라는 단어를 사용하며 열광하는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으며, 진정한 한류가 무엇인지, 한류의 원조가 어떤 것인지 조차 망각한 채 우리는 역사속 진실과 유산을 홀대해 왔었다.
일본은 1974년 재일교포 신기수씨가 만든 단편영화를 통해 조선통신사의 발자취를 알게 되어 전 일본에 커다란 이슈를 낳았으며, 그것을 계기로 대마도에서부터 동경까지 이어진 통신사의 족적을 찾자는 운동과 더불어 과거 통신사가 걸었던 길을 완전히 복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일본의 조선통신사 발자취 찾기 운동이 결국 대마도를 넘어 한국에 조선통신사의 옛길을 의뢰하기에 이르렀고 부끄러움에 얼굴을 들지 못하던 것을 (사)한국체육진흥회가 적극적으로 나서 이들과 동행하기에 이르러 2007년 첫 행사에 이어 올해 두 번째 행사로 이어지게 되었다.
이러한 과정을 거치며 한일 양국민간단체들이 온전한 조선통신사의 발자취를 찾자며 시작된 행렬은 근대외교사에 커다란 역할을 한 조선통신사의 옛길을 찾아 걸으며 조상의 얼을 되새기고 한일 양국에 끼친 영향과 문화적 가치를 발굴-계승시키는 것은 물론 조선통신사의 역사적 의의를 재조명하고 21세기를 향한 양국의 선린우호관계를 한층 더 발전시켜 세계평화에 기여하고자 하는 목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또한 한일 양국의 산하를 함께 걸으며 서로를 이해하고 존중하며, 우정과 신뢰의 틀을 구축하여 21세기 평화와 번영의 시대를 만들어 가는 새로운 동반자로 함께 열어갈 길을 모색함과 동시에 조선통신사 옛길을 역사와 문화 그리고 자연과 함께, 배우는 걷기 교육장으로 활용하여 걷기운동의 본래 목적을 달성하여 진정한 건강인을 육성하자는 취지도 반영되어 있다.
역사 교과서를 왜곡하여 후손들의 역사관을 송두리째 잘못된 길로 들어서게 하는 일부 정치인들과는 달리 조선통신사 옛길을 “평화의 순례길”로 지정하여 일본인은 물론 세계인이 함께하여 평화의 대 행진을 하는 “평화의 순례길” 모델로 만들고자 하는 이들의 노력이 높게 평가되고 있다.
4월 1일 서울 광화문을 출발하여 5월 20일 일본 동경에서 마무리 되는 “제2회 21세기의 조선통신사 옛길 한일 우정 걷기 대회”는 3월 31일 출발전야제인 발대식을 시작으로 장장 50일간의 대 장정을 진행 중에 있다.
“제2회 21세기의 조선통신사 옛길 한일 우정 걷기 대회”에 한국측 통신사로 동참하고 있는 선상규 한국체육진흥회 총재는 “조선통신사 옛길을 문화유산으로 지정하자고 정부에 여러 차례 요청했지만 아직 이루어 지지 않고 있어 안타깝다”며 이 행사가 문화유산으로 이어지길 간절히 희망했다.
일본측 대표로 참석한 엔도 야오스 전 아사히 신문 기획부장은 “양국의 문화와 역사를 찾아가는 행진이 될 것이며 그저 단순히 걷는 무의미한 행사가 아니다”라고 과거에서 이어오는 역사를 현재의 사람들이 찾아가는 행사임을 강조했다.
또한 “과거 일본이 쇄국 정책을 실행하던 시대에도 조선통신사를 통해 양국간의 교류가 이루어졌다”며 “일본에 전해진 조선의 문화가 양국의 교류에 큰 역할을 했다. 1974년 재일교포 신기수씨가 만든 단편영화를 보고 일본인들은 너무 놀랐다”며 이를 계기로 조선통신사 발자취 찾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음을 밝혔다.
서울 경복궁에서 출발하여 용인, 충주, 문경을 거쳐 안동과 경주, 부산으로 이어지는 옛길의 역사탐방 및 교류회를 거쳐 일본 대마도 이즈하라를 경유 토모노우라, 우시마토, 오사카, 오카자키, 시미즈, 동경으로 이어지는 행로에서 이들은 과거 선조들이 남긴 역사의 진실과 족적으로 남긴 사라져 버린 문화의 복원을 예고하고 있다.
이러한 역사탐방 걷기 행사에 대하여 우리나라가 아닌 일본에서 먼저 시작된 점에 대하여 행사관계자는 “관점의 차이가 만들어 낸 결과”라며 “일본의 경우 문물을 받아들이는 입장이었고 우리는 주는 입장이라 복원의 관심도도 각각 다른 모습을 보여 주는 것”이라고 우리의 뒤늦은 동참이 결코 잘못된 것만은 아니라고 표현했다.
또한 “제1회 대회 때는 지나가는 길의 지방자치 단체도 모르는 경우가 많았는데 다행히 그동안의 홍보와 발굴-복원으로 많은 자치단체가 동참하고 있으며, 옛길의 90% 이상을 찾아내 문화재로서의 지정이 용이해 졌다.”고 전했으며, “정부에서도 긍정적으로 문화유산으로 지정하는 방향으로 검토 중에 있다. 다음 행사에는 더 많은 국민들이 참석할 수 있는 축제로 이어갈 생각”이라며 단순한 걷기 행사가 아닌 전 국민이 공감하는 축제의 장으로 만들 것임을 시사했다.
안하영 기자
사진1 한일 양국 대표들이 발대식에서 선서하는 모습
사진2 한일 양국이 준비한 깃발
사진3 정토사에 도착한 일행들의 단체사진
사진4 월악산 조령관문을 통과하고 있는 조선통신사 행렬
사진5 옛길을 따라 걷고 있는 행렬
사진6 부산 동래에 도착한 일행들
* eknews님에 의해서 게시물 이동되었습니다 (2010-01-27 00: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