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년 초부터 아파트매매가격은 중대형 아파트를 중심으로 서울 등 수도권 일부 지역에서 뚜렷한 하락세를 시현하는 등 극심한 침체에 빠져 있다. 지표경기 회복에도 불구하고 아파트를 사려는 세력보다 팔려는 세력이 훨씬 크며 두 세력 간의 격차도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현대경재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가격하락과 거래량 감소를 보이고 있는 국내 주택시장에는 부채 디플레이션的 현상이 나타날 수도 있다. 부채 디플레이션(debt deflation)은 디플레이션에 따른 채무부담의 증가가 다시 디플레이션 상황을 초래하는 악순환 되는 현상을 말한다.
주택가격 하락이 주택구입에 대한 실질금리를 상승(실질 채무부담 증가)시켜 채무상환, 담보자산매각 등 가계의 디레버러징(deleveraging, 부채축소) 현상이 나타나면서 추가적인 주택가격 하락 요인으로 작용한다. 이러한 현상이 지속될 경우 건설경기 침체가 장기화되고, 가계부채 문제 등이 불거지면서 국가 경제에 커다란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다.
주택시장 침체, 극심한 수급불균형이 주원인
국내 주택시장의 침체 원인은 극심한 수급불균형 때문으로 분석된다.
첫째, 정부의 미분양정책 등으로 전국의 미분양아파트가 줄어들고 있으나, 수도권의 미분양과 ‘준공 후’ 미분양은 오히려 증가하고 있다. 수도권 미분양아파트는 2009년 10월 2만호 이하로 떨어졌다가 다시 급등하면서 2010년 2월 현재 2.7만호를 상회하고 있다. 한편 ‘준공 후’ 미분양 경우 꾸준한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다.
둘째, 2009년 하반기 이후 금융위기에서 벗어나 지표경기가 호전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체감경기가 악화되면서 가계소득에 의한 주택구입 여력이 크게 떨어지고 있다. 순처분가능소득(NDI) 증가율은 2006년 상승하다 금융위기 이후 2009년 큰 폭으로 하락함으로써 소득에 의한 가계의 주택구입 능력이 약화되었다.
셋째, 가계부채 급증에 따른 재무구조 악화, 원리금상환 부담 등으로 인하여 차입을 통한 주택구입 여력도 약화되고 있다. 2009년 말 현재 가처분소득 대비 국내 개인금융부채는 금융위기 가운데서도 증가하여 영국 다음으로 높은 수준이다.
넷째, 금융위기 이후 주택투자의 위험성이 커지면서 주택수요자의 인식이 변화되고 있다. 특히, 미국, 영국 등이 각기 고점대비 33%, 20% 정도 가격 조정을 받은 것에 비해 한국의 경우 거의 조정이 없었던 상태여서 가격 하락 위험을 안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 정유훈 선임연구원은 "주택시장의 부채 디플레이션 현상이 본격화되지 않도록 정책 당국은 현재의 주택 공급자 중심의 지원뿐만 아니라 주택 수요 진작과 거래 활성화 정책이 필요하다. 무엇보다도 급격한 출구전략을 자제하는 가운데 주택시장의 연착륙 유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유로저널 김세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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