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이끼> 포스터는 ‘파헤치려는 자’와 ‘덮으려는 자’간의 충돌 직전의 숨막히는 긴장감을 그려냈다. 박해일, 정재영 2인 비주얼로 뜨거운 화제를 모은 티저 포스터가 카리스마와 눈빛 하나만으로 밀도 높은 긴장감을 전했다면 이번 본 포스터는 본격적인 대립 구도를 선보이며 이야기에 대한 기대감을 증폭시킨다. 먼저 후레쉬를 들고 마을을 비추는 듯한 포즈의 ‘유해국’(박해일)은 티저 비주얼에 이어 마을의 정체를 ‘파헤치려는 자’의 모습을 보여준다. 동시에 그를 경계하는 눈빛으로 바라보는 마을 사람들과 이들을 장악한 듯한 이장 ‘천용덕’ (정재영분)의 모습은 ‘덮으려는 자’로서 폭발하는 카리스마를 유감없이 선보이고 있다. 이미 70대 노역의 완벽한 분장으로 관객들을 사로잡은 정재영을 비롯해 충무로의 내로라하는 연기파 배우 유해진, 유선, 김상호, 김준배가 30년간 은폐된 수상한 마을의 주민들로 드디어 그 베일을 벗는다. 여기에 “이 곳 이 사람들 도대체 무엇인가?!”라고 ‘유해국’의 시점에서 의문을 던지는 카피는 한국 영화에서 좀처럼 만날 수 없었던 서스펜스의 충격을 예고하고 있다.
강렬한 서스펜스 영화 <이끼>
강렬한 서스펜스의 본 포스터를 공개한 영화 <이끼>는 2009년 총 3600만 클릭 수를 기록하며 온라인을 뜨겁게 달군 윤태호 작가의 동명 웹툰 ‘이끼’를 원작으로 한 강우석 감독의 자신감을 엿볼 수 있는 작품이다. 여기에 정재영, 박해일, 유준상, 유선, 유해진, 김상호, 김준배 등 충무로의 대표 연기파 배우들이 빚어낸 완성도 높은 캐릭터와 절정의 연기 대결, 원작이 하지 못했던 새로운 이야기와 결말로 스크린에서 강렬한 충격을 선사한다.
영화 <이끼>는 30년 간 은폐된 마을을 배경으로 그 곳을 찾은 낯선 손님(유해국)과 이유 없이 그를 경계하는 마을 사람들 간의 숨막히는 서스펜스를 그린다.
인적이 드문 농촌 마을에 가족없이 살고 있는 사람들과 아버지의 장례를 치르기 위해 그 마을에 찾아온 낯선 청년의 이야기. 말 못할 비밀을 감추고 있는 듯한 마을사람들 속에서 아버지의 죽음에 대한 의문을 풀려는 주인공, 하지만 마을 사람들 또한 그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한다.
18세 이상 관람가, 긴 러닝타임의 영화 <이끼>가 관객과 통한 이유
제작단계부터 캐스팅에 대한 논란으로 우려를 안고 시작했던 영화 <이끼>가 개봉 5일만에 전국 관객 100만 명을 동원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처음 우려와 반대로 영화 자체의 힘 때문이었다. 언론에 처음 공개된 이후 강우석 감독에 대한 새로운 평가가 언론 매체를 중심으로 터져 나왔으며 70대 노인연기를 한 정재영에 대해서는 극찬이 이어졌다. 이 뿐 아니라 ‘한국형 서스펜스’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는 점 역시 영화를 본 언론 및 관객들에게 높은 점수를 얻을 수 있는 부분이었다.
두 번째 요인은 한 순간도 눈을 뗄 수 없게 만드는 극의 긴장감이다. 영화 제목이 뜨기도 전 30분 가량 극의 시작 부분을 설명하는 장면은 배우들 조차도 ‘새로운 시도이며, 이 때문에 더욱 영화를 몰입해서 보게 만든다’고 했을 정도. 이처럼 영화 <이끼>는 처음 시작하는 순간부터 마지막 엔딩 크레딧이 올라갈 때까지 한 순간도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게 만든다. 이 때문에 영화 <이끼>는 ‘서늘한 서스펜스’라는 평을 얻으며 올 여름 최고의 피서 영화로 꼽히기도 한다고.
마지막 세 번째 요인은 관객들이 제 3자가 되어 영화를 보는 것이 아니라 마치 자신이 마을을 찾은 낯선 이방인 유해국이 된 것처럼 영화를 보는 내내 마을과 마을 사람들의 정체를 궁금해 하면서 영화를 보게 한다는 점이다. 사람들은 단순하게 결말을 알고 싶어서 영화를 끝까지 본다기 보다 마치 주인공과 교감하듯 영화를 집중하고 유해국의 움직임과 감정에 따라 영화를 보게 된다. 이 때문에 관객들은 더욱 스릴감을 느끼며 영화를 볼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관람태도가 이후 입 소문으로까지 연결되며 더 많은 관객들에게 전달되고 있는 것이다.
박해일 묻지마 수난연기로 긴장감 더해
극중 30년간 은폐된 마을을 찾은 낯선 손님 ‘유해국’ 역을 맡은 박해일은 원작 웹툰을 통해서 익히 예고되었던 것처럼 상당한 구타 장면을 촬영해야 했다. 합을 맞춰 기교를 보여주는 액션 장면이 아니기에 배우들은 더욱 긴장할 수 밖에 없었다. 특히, 박해일은 자신을 경계하는 마을 사람들 한 명 한 명과 대립하며 액션 장면을 찍어야 했기에 그 수난은 다른 배우들보다 곱절로 어려움을 겪어야 했다고. 그 중에서도 유해국의 존재를 가장 눈엣가시처럼 여겼던 전석만(김상호 분)의 뒤를 캐다 들킨 후 산으로 쫓겨가는 장면에서는 보기만해도 아찔한 10m높이의 절벽 위에서 촬영이 이루어졌다. 두 배우는 모두 스턴트 와이어를 몸에 감고 진심이 섞인 심정으로 공포에 떨며 촬영을 해야 했다. 조금만 발을 헛디뎌도 가파른 절벽 아래로 떨어질 수 있는 위험한 장소라 배우들은 더욱 신중을 기해야 했다.
그의 수난사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극 중 하성규로 등장하는 배우 김준배와 오랜 몸싸움을 나눈 후 기진맥진 해진 박해일이 대들보에 청 테잎으로 결박당하는 장면은 보는 순간 숨이 턱 막히게 만든다. 설상가상 화재 장면 촬영까지 겹쳐 그야말로 목숨을 담보로 한 촬영을 해내야만 했다. 실제로 스탭들이 감아준 청 테잎이 너무 타이트하여 박해일은 숨도 제대로 쉴 수 없는 지경이었다고. 또, 촬영을 마친 후 테잎을 뗄 때에도 배우들이 낫으로 처리를 해주는 바람에 촬영을 마치고도 공포를 느껴야 했다는 후문이다. 이처럼 단 한 순간도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었던 촬영을 마친 박해일은 영화 속 유해국이 느꼈던 그 두려움을 촬영 하는 내내 느껴야 했다고 말했을 정도로 캐릭터만큼이나 육체적 정신적 고통을 겪으며 촬영을 해야 했다.
유해진, 이것이 진정한 ‘미친 연기’
유해진 등장의 가장 큰 특징은 그가 나옴으로써 조금은 진지하고 무거웠던 극도 더욱 활기차게 바뀐다는 것이다. 그의 이러한 능력은 영화 <이끼>에서도 빛을 발했다. 극중 천용덕 이장의 오른팔이자 마을의 대소사를 모두 책임지는 ‘김덕천’ 역할을 맡은 그는 늘 천용덕 이장의 옆에서 붙어서 다니며 마치 ‘콤비’ 같은 느낌을 주기도 한다. 특히, 읍내에 나갔다 ‘전석만’(김상호 분)이 일찍 가게 문을 닫고 집에 들어간 것을 알고 그를 찾아 마을로 접어드는 장면에서 정재영과 보여준 애드리브 호흡은 두 사람이 이번 작품에서 처음 만난 게 맞는 지 의심스러울 정도. 유해진은 그의 등장하나 만으로도 팽팽하게 흘렀던 극의 긴장감을 조금 풀어주면서 관객들이 다시 편안하게 극에 몰입할 수 있게 만들어 준다.
하지만 역시 이번 영화 <이끼>에서 유해진의 연기가 가장 빛을 발하는 장면은 평소와 같은 유머 넘치는 모습이 아니다. 강우석 감독이 인터뷰에서 밝힌 것처럼 ‘광기에 치달은 것처럼’ 대사를 쏟아내며 보여주는 연기 장면에서 관객들은 소름이 돋는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워낙 감정적으로 예민한 장면이라 유해진은 촬영 현장에서도 따로 떨어져 감정을 만들었다. 힘들고 중요한 감정 촬영이다 보니 이틀에 걸쳐 촬영을 진행해야 했는데, 유해진의 연기가 끝나고 감독의 컷 사인이 떨어지자 유해진의 소위 말하는 ‘미친 연기’(너무 연기를 잘할 경우 일컫는 말)에 스탭들도 잠시 넋을 놓기도 했다고. 실제로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한 기술 시사 등에서도 유해진의 연기에 대한 호평이 끊이지 않았다는 후문이다.
유로저널 김하늘 기자
eurojournal28@eknews.net
<전 유럽 한인대표신문 유로저널, ek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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