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정광풍 뒤 숨겨진 '이재오의 개헌 발톱'
검찰의 대기업 수사가 저인망식으로 총수들의 금고를 뒤진 후 서서히 그 칼날이 정치권으로 향하고 있는 시점에서 여권 친이계가 개헌론 군불지피기에 다시 들어가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분권형 대통령제 개헌을 매개로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대세론을 꺾어놓겠다던 친이계의 호기로운 주장이 잠잠해있다가 다시 수면위로 부상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 11월 3일 이명박 대통령이 “개헌 문제는 국회가 중심을 가지고 해야 한다”고 발언했던 것을 전후로 당 지도부와 ‘함께 내일로’ 같은 친이 모임 등 여권 주류가 전 방위적으로 개헌 공론화에 나서고 있다.
문제는 정치권이 평온한 상태에서 개헌론이 불거진 것이 아니라 사정정국의 광풍 속에서 또 다시 흘러나오고 있다는 점이다. 검찰 주변에서는 이번 대기업 수사의 칼끝이 여야를 가리지 않고 내려쳐질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런 점에서 개헌론 논의도 사정광풍과 맞물려 돌아갈 가능성이 있다. 개헌에 소극적인 친박계가 사정의 칼끝을 피해 개헌 논의의 장으로 불려갈 수 있고, 야당도 거세게 밀려오는 사정정국을 타개하기 위해 여권과 개헌 협상에 나서며 숨고르기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얼마 전까지만해도 청와대는 이 대통령의 추진 의지에도 불구하고 집권 후반기에 강하게 드라이브를 걸면 개헌이 자칫 모든 이슈를 잡아먹는 블랙홀이 될 수 있어 무리수를 두지 않겠다는 분위기였다.
또한, 친이계 내부에서조차 갈수록 박근혜 대항마가 보이지 않고 ‘차기는 박근혜’라는 인식이 암묵적으로 퍼지면서 개헌을 반대하는 박 전대표의 역린을 건드리고 싶지 않은 기류가 서서히 퍼져 개헌에 대한 동력이 떨어졌던 것이다.
하지만 현 상황에서 특임장관이 되자마자 개헌에 목숨을 건 이재오 특임장관은 박 대표가 대세론을 확정하면 차기 도모가 없어, 찍혀서 죽든지 아니면 스스로 살아남아야 하는 서바이벌 게임만이 남아 있는 입장이다. 권력에 대한 미련이 없는 이명박 대통령은 박근혜 전 대표를 의식하지 않고 평소 소신대로 개헌을 밀어붙이고 싶은 욕구가 더 강하다. 이런 ‘이명박-이재오’ 간의 접점이 당내의 전반적인 부정적 시각에도 불구하고 이재오 장관이 개헌을 소신 있게 밀어붙이는 동력에 화력소를 불어 넣어 주고 있다.
특히, 여권 내에서는 이재오 장관, 안상수 대표, 김형오 전 국회의장, 정몽준 전 대표, 정태근 의원 등이 잇따라 개헌 불씨 살리기에 나서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개헌은 어렵다는 것이 정치권의 반응이다.
그래도 개헌 합창이 나오는 것은 그 공간을 통해 박근혜 대세론을 어떻게 해서든 허물어보겠다는 여권 핵심부, 친이계의 의도 때문이다. 즉 최근의 개헌론은 ‘대세론’에 대한 친이계의 안쓰러운 ‘저항곡’인 셈이다.
한 마디로 이재오 장관이 개헌정국을 통해 현재의 대권 구도를 흔들어놓겠다는 뜻이 더 강하다는 것이다. 마침 사정정국이 몰아치고 있다. 현재 검찰의 정치인 사정은 그 끝이 어디일지 아무도 예상하지 못하고 있다. 아마 개헌논의와 연계해 정무적인 판단도 있을 것이다. C&그룹과 관련해 야당 외에 여권 친박계 인사들의 연루 의혹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정치권은 이럴 경우 검찰의 대대적인 수사에 부담을 느낀 야당과 친박계가 개헌논의에 일단 뛰어드는 쪽으로 상황타개를 할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야권과 친박계 등이 반발하고 나서면 친이계가 탈당론과 신당창당론을 흘리며 박근혜 전 대표를 압박도 가능하다는 것이다. 어차피 친이계가 주장하는 개헌론은 개헌 그 자체에 목적보다는 개헌의 공론화 과정에서 나온 파열음을 동력으로 분당론과 함께 신당창당을 추진하는 제스처를 취할 경우 박 전 대표로서도 결별과 포용 사이에서 결단을 내려야 한다. 이재오 특임장관이 개헌에 유난히 집착하는 이유도 개헌론 논의를 주도해 향후 있을 정계개편에 자신이 주인공이 되려는 사전 포석 성격이 강하다는 것이다.
이밖에 검찰 대기업 수사와 연동되는 개헌론 정국은 이 대통령의 레임덕을 막는 수단인 동시에 연말 예산안 정국에서 야당을 효과적으로 견제하는 카드로도 유용하게 쓰일 수 있는 효과적인 수단이 될 것이라는 정치권의 분석이다
유로저널 정치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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