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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드라마 표절 논란, 해결책 미미로 끓임없어

by 유로저널 posted Feb 23,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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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드라마의 표절 문제가 어제오늘의 문제가 아니지만 재판까지 가는 경우가 드물고, 처벌 또한 솜방이여서 표절 논란은 끊이지 않고 있다.

2009년 방영 당시부터 표절 논란이 일었던 문화방송 드라마 <선덕여왕>을 감정한 저작권·특허 문제를 연구하는 서울대 법대 기술과 법 센터가 <선덕여왕>이 뮤지컬 <무궁화의 여왕, 선덕>을 표절한 것이라는 내용의 감정소견서를 서울남부지법에 제출했다. <무궁화의 여왕, 선덕> 제작사는  △어린 선덕이 사막에서 고난을 겪으며 성장하고 △선덕와 김유신이 사랑하고 △미실과 선덕이 권력을 놓고 대립·갈등하는 창작 부분이 우연이라고 보기 힘들 정도로 일치한다며 표절 의견을 제시하면서 저작권을 침해당했다며 문화방송과 작가를 상대로 2억원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었다.

22일자 한겨레신문은 표절 대상이 일본 소설, 최근에는 한국 소설로 바뀌어오면서 주기적으로 의혹이 불거졌으나 실제로 표절이 인정된 경우는 지난 20년 동안 손으로 꼽을 정도뿐이라고 보도했다. 1999년 방영한 <청춘>은 기무라 다쿠야 주연의 일본 인기 드라마 <러브제너레이션>을 표절해 방송위원회로부터 “시청자에 대한 사과 명령”을 받고 조기종영됐다. 방송위원회가 표절을 이유로 방송사를 징계한 첫 사례다. <청춘>의 작가는 한국방송작가협회에서 영구 제명됐다. 2004년 문화방송 드라마 <여우와 솜사탕>은 드라마 사상 처음으로 법정에서 작가 김수현씨의 <사랑이 뭐길래>를 표절했다는 판결을 받았다. 2010년에는 <구미호:여우누이뎐>이 1997년 방영했던 <전설의 고향>을 표절했다는 이유로 한국방송작가협회가 오선형·정도윤 작가를 1년 자격정지시킨 바 있다.

이처럼 표절 논란은 많았지만 실제 표절로 결론이 나는 경우가 드문 것은 작가들이 “오마주”(존경의 표시로 다른 작품의 주요 장면이나 대사를 인용하는 것)라며 사과 한마디 하는 것으로 대부분 일단락되기 때문이다. 지난해 한국방송 <드라마시티> ‘달팽이 고시원’이 일본 소설 <와세다 1.5평 청춘기>를 표절했다는 의혹이 일자 제작진은 “작가 윤지희씨가 그 소설을 좋아해 대사를 메모해뒀다가 차용했다”고 홈페이지에 사과문을 올렸다. <커피프린스 1호점>의 원작자 이선미씨도 한국방송 드라마 <경성스캔들>의 원작인 자신의 소설 <경성애사>가 조정래씨의 <태백산맥>을 표절했다는 의혹이 일자 “맘에 드는 글귀를 보면 닥치는 대로 메모를 했는데 이 메모를 가감없이 인용하는 위험한 습관이 있다는 것을 이제서야 알게 됐다”고 해명했다. 두 사람은 어떤 징계도 받지 않고 넘어갔다. 드라마 배경음악(오에스티)도 드라마 못지않게 표절 시비가 끊이지 않는다. 일본의 미스터리 드라마인 <하늘에서 내리는 1억개의 별> 배경음악의 주요 선율이 한국 드라마에 여러차례 불법차용됐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2007년 발표한 표절방지 가이드라인을 보면 대사, 등장인물, 플롯, 사건 전개과정, 작품 분위기, 전개속도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해야 한다고 나와 있다. 표절로 판단하려면 ‘의거 관계’와 ‘실질적 유사성’ 두 가지 요건을 충족시켜야 한다. 정작 중요한 아이디어나 설정의 표절은 그 자체로는 표절 판정을 받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리고 이 가이드라인 자체가 참고용이이서 실질적인 효력도 없어 있으나마나이다.

한국방송작가협회 김옥영 이사장은 “문화 성과물에 대해 계량적인 기준을 마련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 특히 드라마는 기술적으로 똑같이 도용하지 않기 때문에 동일성을 판단하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표절 소송을 할 경우도 원고가 직접 비슷한 부분을 서류로 만들어 제출해야 한다. 표절 문제로 소송했던 한 신인 작가는 “판사가 이해하기 쉽도록 일목요연하게 정리해서 내 주장을 펼쳐야 하는데 그것부터 쉽지 않았다”고 말했다.

또한 표절 판정이 나도 징계는 솜방망이 방송사들은 표절 의혹이 있어도 시청률이 좋으면 검증조차 하지 않는다. 한 드라마 PD는 “시청률 지상주의에서 표절은 필요악”이라고까지 말할 정도다. 대놓고 표절을 부추기기도 한다. 표절 의혹을 조사한 방송작가협회 한 관계자는 “조사해보니 <구미호:여우누이뎐>은 PD가 작가에게 <전설의 고향> 테이프를 주면서 이것을 참고해서 작성하라고 지시했던 것으로 드러났다”고 말했다. 일본 드라마 등을 보여주면서 비슷한 분위기로 만들라고 지시하는 PD도 있다고 한다. 신인 작가들의 경우 어렵게 잡은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 PD가 원하는 쪽으로 대본을 쓸 수밖에 없다.

표절 판명에 둔감한 방송사들의 이런 행태는 표절을 묵인하고 부추긴다. 현재 방송 3사는 표절한 작가에 대한 뚜렷한 징계 규정이 없다. 그때 그때 회의로 판단한다. 한 드라마 PD는 표절을 인정한 작가에 대해 “장래가 촉망되는 신인 작가인데 한번의 실수로 기회를 뺏을 순 없지 않으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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