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분야도 마찬가지지만 유난히 영화 연출은 남성들의 점유율이 여성들에 비해 월등히 높아 왔다. 일반 영화관객들에게 당장 떠오르는 여성 영화감독을 말해보라 하면 과연 몇 명이나 여성 감독의 이름을 혹은 작품을 기억하고 있을까?
여성들이 영화 연출을 하지 못한 혹은 않은 이유는 아마도 영화 연출이 다양한 스탶들을 통솔해야 하는 리더쉽과 또 영화 촬영 시 시시때때로 발생하는 각종 사건사고(?)들이 제법 험한 경우도 있기에, 사회적인 통념 상 여성보다는 남성이 이러한 일들을 두루 잘 감당할 수 있을 것이라는 선입견에 기인한 것일 게다.
그래서, 오늘은 두 명의 여성 감독, 특히 전혀 닮은 구석이라고는 없는 두 명의 여성 감독들과 절대 놓쳐서는 안될 그들의 작품들을 소개해 본다.
임순례 – 가슴이 뜨거워지는 휴머니티
우리 나라는 여성으로서 영화를 연출하기가 결코 쉽지 않은 곳이다. 그럼에도 어느 남성 감독도 갖지 못한 감성과 시각으로, 특히 우리 사회의 좁고 낮은 곳을 따스한 시선으로 그려내는 데 탁월한 능력을 보이고 있는 임순례 감독은 그야말로 보석 같은 존재. 그 동안 많지는 않지만 좋은 작품들을 선보였음에도 소수 매니아들에게만 사랑을 받던 차, 다행히 최근작인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을 통해 대중들의 관심을 받는 오버그라운드로 나서게 된 것 같다.
프랑스로 유학파 출신으로 여균동 감독의 ‘세상 밖으로’에서 연출부 생활을 했으며, 제1회 서울단편영화제에서 ‘우중산책’으로 대상을 수상하면서 본격적인 영화 작업을 시작했다. 그리고, 저예산으로 제작한 ‘세 친구’를 통해 장편 데뷔를 했다. 이 작품은 당시 소수 관객들과 비평가들에게는 엄청난 사랑과 격찬을 받았지만, 다소 느린 호흡과 불편하리만치 리얼한 현실 묘사로 상업성을 인정받지는 못했다. 그럼에도 이 작품은 이 시대 평범한 젊은이들의 갈등과 방황을 통해 우리 사회의 그늘을 훌륭하게 표현한 수작이다.
2001년 작 ‘와이키키 브라더스’는 현실과 고단한 싸움을 벌이는 음악도라는 기본 설정 외에도 말 그대로 슬프지만 따스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섬세하게 담아낸 작품. 지금은 유명배우가 된 황정민, 오광록 같은 배우들의 풋풋한(?) 시절을 감상할 수 있다.
여성 특유의 섬세함과 사회와 인간을 바라보는 깊이 있는 시각이 어울려 빚어내는 임순례 감독의 연출 세계를 오늘 소개한 두 작품을 통해 꼭 감상해 보시라.
캐서린 비글로우 – 미인이 만든 강렬한 액션
어지간한 여배우보다 뛰어난 미모를 소유한 캐서린은 여성 감독으로서는 특이하게도 액션 영화에 일가견을 보이는 인물이다. 1951년 생으로 한 때(?) ‘터미네이터’, ‘타이타닉’의 제임스 카메론 감독과 부부이기도 했다. 액션의 고수들이 포진해 있는 헐리우드에서 여성 감독으로서 액션 영화를 연출하려 했을 때 그녀에 대해 기대를 걸었던 이들은 아무도 없었다. 그런데, 미술 교수 출신의 캐서린이 연출한 액션 영화는 여느 액션 영화가 갖지 않은 감각적인 영상과 오버하지 않는 탄탄한 진행을 선보였고, 감독이 누군지 모른 채 영화를 재미있게 감상한 이들은 자신을 매혹시킨 액션 영화의 감독이 미모의 여성 감독이라는 사실에 놀라곤 했다.
캐서린이 연출한 1990년 작 ‘블루 스틸’은 지금 봐도 흠잡을 데 없는 걸작 액션영화. 마치 남성들로 가득한 영화계에 초보자인 자신을 투영하듯, 초보 여경찰인 제이미 리 커티스를 주연으로 기용했으며, 액션과 구성 외에도 제목에서도 느껴지듯 파란 톤의 영상이 절묘한 조화를 이루고 있다. 여성 액션과 푸른 톤이 공통적인 뤽 베송 감독의 ‘니키타’와 비교하면서 감상해도 흥미로울 듯.
1991년 작 ‘폭풍 속으로’는 이러한 캐서린의 액션 연출이 절정에 달한 작품으로, 당시 그다지 유명하지 않았던 키아누 리브스가 주인공 형사 역을 맡았으며, 본 작품을 통해 이후 ‘스피드’라는 흥행작의 주연까지 연결되었다. 그와 쌍벽을 이루는 역할로 ‘사랑과 영혼’의 페트릭 스웨이지가 남성적인 연기를 선보이고 있다. 멋진 파도타기와 남성들의 우정, 그리고 빠른 전개로 액션 영화의 매력을 고루 갖춘 작품.
해리슨 포드가 주연한 2002년 작 ‘K-19’외에는 2000년대 들어서 다소 활동이 주춤한 듯 해 서운하지만, 오늘 소개한 그녀의 작품들을 재감상 하면서 아쉬움을 달래는 수 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