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무서운 10대들, ‘이든 레이크(Eden Lake)’

by 한인신문 posted Mar 26,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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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릴러, 호러 영화를 감상하면서 받는 느낌에는 여러가지가 있다. 그것은 단순한 무서움, 오컬트 영화에서 느껴지는 공포, 잔인성에 대한 역겨움 등이다. 그런데, 이 중에서 매우 독특한 느낌이 하나 있다. 바로 ‘불편함’이다. 영화를 감상했는데 불편함이 느껴진다면 그것은 둘 중 하나이다, 비현실적이지만 장면들이 너무 잔인하거나 끔찍해서 느껴지는 불편함, 아니면 반대로 너무 현실적이어서 느껴지는 불편함.

바로 오늘 소개하는 2008년도 작 ‘이든 레이크(Eden Lake)’가 너무 현실적이어서 느껴지는 불편함을 담고 있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겠다. 특히, 영국에 거주하고 있고, 영국의 심각한 사회 문제로 떠오른 10대 청소년들의 폭력, 범죄 행위에 대해 인식하고 있는 관객이라면, ‘이든 레이크’는 더없이 공포스럽고, 더없이 불편한 영화가 될 것이다.

이 작품의 기본 줄거리는 간단하다. 어느 남녀 커플이 한적한 장소에 여행을 떠났다가 10대 청소년 무리의 공격을 받는다는 내용이다. 그런데, 그 과정이나 등장 인물들의 심리 묘사, 그리고 영화의 마지막에 드러나는, 이 모든 것들이 일어날 수 밖에 없는 영국 사회의 불편한 은유는 관객들에게 더 없이 충격적이고 깊은 인상을 남긴다.

여교사인 제니는 애인 스티브와 함께 주말 여행을 떠난다. 애인 스티브가 찾은 장소는 지방의 한적한 호수를 끼고 있는 외진 마을. 둘만의 시간을 즐기려던 이들에게 불청객들이 찾아온다. 마을 10대 청소년 무리들이다. 이들은 노골적으로 스티브와 제니의 달콤한 시간을 방해하기 시작한다. 급기야 이들은 스티브의 차를 훔치고, 어두워진 숲 속에서 이들과 대면한 스티브와 제니. 원래 거침없는 청소년 무리들은 어두운 시간, 외진 곳에서, 숫적으로 우세한 상황인 만큼, 본격적으로 스티브와 제니를 물리적으로까지 위협하게 된다. 이들을 피해 도망치던 중 이들에게 붙잡힌 스티브는 결국 이들의 린치로 사망에 이르고, 제니는 자신마저 해치려는 이들의 추적을 피해 외진 숲을 탈출하기 위한 생존 사투를 벌인다. 가까스로 그곳을 탈출해 마을에 도착한 제니는 마을 사람들이 모여 파티를 즐기는 중인 어느 집으로 뛰어들고 도움을 요청하지만, 그녀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이들 청소년 무리들이 스티브를 붙잡아 놓고 우두머리의 명령에 따라 한 명씩 돌아가면서 흉기로 린치를 가하고, 무리 중 유일한 여자 청소년이 이를 휴대폰 동영상으로 촬영하는 장면은 매우 충격적이다. 영국의 10대 청소년 문제를 접해보지 못한 한국 관객들은 어떻게 청소년들이 저런 짓까지 하겠느냐며, 현실성이 없다고 평했다고 한다. 그러나, 영국에서는 실제로 이러한 사건들이 발생했다는 언론 보도를 심심치 않게 접하는 이상, 그들의 만행은 어느날 나에게도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는 현실감과 함께 엄청난 공포를 자아낸다.

이들 10대 청소년 무리 중에는 가장 악랄한 우두머리와 별다른 죄책감 없이 이 같은 행위에 동참하는 이들도 있지만, 반면 무리 중 나이도 어리고, 마음도 여리고, 자신들의 행위에 죄책감을 느끼며 갈등하는 이들도 포함되어 있다. 그러나, 이들이 또래 집단의 영향력으로 어쩔 수 없이 같은 행위에 동참하게 되는 모습은 안타까움을 자아낸다.

영화는 제법 잔인한 장면들도 있다. 물론, ‘쏘우’류의 잔혹한 장면으로 승부하는 영화나 슬래셔 무비들에 비하면 새발의 피에 불과하겠지만, ‘이든 레이크’에서 보여지는 잔인한 장면들은 그것이 실제 현실에서도 충분히 가능한 것들이기에 그 공포감과 불편함이 한층 강하다.

사랑하는 애인을 잃고, 생존을 건 사투를 벌이는 제니는 결국 이들 청소년 무리들에게 반격을 가하기 시작하지만, 제니가 이들을 해하는 장면 역시 통쾌한 복수로 느껴지기 보다는 역시 불편하기만 하다. 제니 또한 자신을 해할 지도 모르는 청소년 무리 중 한 명을 쓰러뜨리면서, 어쨌든 어린 청소년을 해친 스스로의 행위에 절규한다.

영화는 제니가 이들 무리로부터 탈출하여 마침내 마을에 도착하고, 어느 집으로 뛰어들어가 사람들에게 도움을 요청하면서 마무리가 되어지는 듯 하다가 예상치 못한 반전을 보여준다. * 영화를 재미있게 보실 분들은 뒷 이야기를 읽지 마시길 * 놀랍게도 하필 제니가 뛰어들어간 집이 바로 청소년 무리의 우두머리의 집이었던 것. 결국 제니는 그곳에 모여있는 어른들의 자녀들에게 목숨을 빼았길 뻔하다, 그들 중 몇 명을 공격했는데, 그들의 부모들에게 잡히게 된 것이다.

결국 이들 10대 청소년들이 이 지경에 이른 것은 이들의 부모, 영국 사회가 그렇게 되도록 만들었다는 암시와 함께 영화는 청소년 무리의 부모들로부터 또 다른 고통을 당하게 될 제니의 처절한 모습과, 어떠한 가책도 느끼지 않으며 싸늘한 미소를 띄우는 청소년 무리 우두머리의 모습을 비추며 막을 내린다. 결국 선한 주인공이 끝까지 피해자로 남는, 악한 자가 끝까지 어떠한 벌도 받지 않는, 그럼에도 그것이 현실에 더 가까운 것이라는 사실을 깨닫는 관객은 불편함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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