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박물관 및 미술 기행 64 / 내셔날 갤러리

by 한인신문 posted May 19,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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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작과 위조의 미술사 1
가짜와 진짜


모작과 위조 문제가 또 다시 허약한 국내 미술 시장을 혼란에 빠트렸다.
미술품의 위조와 모작은 상설 화랑이 개설되기도 전인 로마시대부터 시작되었으니 거의 2천 년의 역사를 갖고 있는 셈이다.
대영박물관과 루브르, 메트로폴리탄 등 세계의 박물관에 전시중인 그리스 조각들은 대부분 로마시대의 복제 품들이다.
로마의 귀족들은 앞 다투어 그리스 조각을 모조한 작품들을 자기 집에 장식했다.
또 대부분의 미술 작가들이 직접 간접으로 모작과 위작에 관여되어 있고 대부분의 이 작품들이 화랑업자들에 의해 유통되고 있다는 점에서 이 문제는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필자는 10여 년 전에 런던 노팅힐의 유명한 엔틱 마켓인 포타벨로에서 중국 그림 두 점을 구입한 적이 있었다.
이 포타벨로 엔틱 마켓은 수 백개의 전문점이 밀집되어 있는 곳으로 유럽 최대의 엔틱 마켓이다.
노팅힐은 영화 '노팅힐'의 배경으로 유명하기도 하고 또 50년대의 흑인 인종 폭동을 기념하여 유럽최대의 카니발이 8월 말에 열리는 곳으로도 널리 알려져 있다.
이 엔틱 시장은 주말에만 열리고 새벽에는 전문인과 딜러들에게 개방을 하고 오전과 오후에는 일반에게 장사를 한다.
모두 자기의 독자적 품목을 가지고 장사를 하는 준 전문가들이 상인의 대부분이다.  

이곳의 중국 그림을 취급하는 점포에서 한 쪽 구석에 둘둘 말려진 그림 중에 유명한 '치바이스 (齊白石(제백석), 1860 ~ 1957)족자를 두 개를 발견하고 놀란 마음으로 조심스럽게 펼쳐 보았다.
제백석은 내가 좋아하는 작가 중국 화가 였다. 그는 어느 작가보다도 자연의 작은 미물들을 소박하고 생동감 넘치는 생명의 아름다움을 탁월하게 표현한 작가로 알려져 있다.
그림을 펼치는 순간 개구리 한 마리가 팔짝 튀어 올라오는 것 같았다.
개구리와 곤충, 화조는 그가 자주 그리는 주제다. 나머지 한 장은 연꽃 한 송이를 그린 그림이었다.
이리 저리 훑어보아도 위작 같이 보이진 않았다. 붓 터치가 간결하고 날렵한 선으로 묘사한 생동감과 생명력은 쉽게 모방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그렇다고 필력만으로 진품이라고 함부로 단정할 수도 없었다.
그 그림들은 아무렇게 한쪽 구석의 통에 싸구려 그림과 같이 꽂혀 있었다.
가격을 물어보니 한 장에 20파운드, 당시에 환율로 24,000원 정도의 금액이었다. 그럼 가짜가 아닌가?

일단 위작이라도 솜씨가 띄어나 손해 볼 금액은 아니라고 생각하고 그림을 구입할 요량으로 젊은 점원 나는 넌지시 이 화가에 대해서 소개를 해줄 수 없느냐고 부탁했다.
만약 잘 안다고 하면 작품은 두 말할 여지없이 모조품이다.
뜻밖에도 20대의 여점원이 화가에 대해 잘 모른다고 말해 나는 다시 어떻게 여기서 일을 하게 되었느냐고 질문을 던졌다.
내 말은 중국에 대해서 잘 알지 못하면 어떻게 중국의 그림을 전문으로 취급하는 고화랑에서 일을 하게 되었느냐고 물은 것이다.
이외로 그녀는 옥스포드에서 중국학을 전공하고 점원으로 일을 하고 있었다. 중국학을 전공한 사람이 청대 대가인 제백석을 모른다니?
그러나 한편으로 생각해보니 수 백 명의 중국의 화가들이나 회화부분에 대해서 모를 수도 있다고 생각하고 나는 그림 두 장을 5만원에 샀다.
그리고 근처의 중국 그림을 취급하는 화랑으로 다시 들어갔다.

치바이스 그림을 구입한 화랑으로부터 400미터 정도 떨어진 조그만 화랑으로 중국인이 경영하고 있는 곳이었다.
화랑의 주인에게 구입한 그림을 보여주며 진품인가 물어보았다.
그러나 주인 여자는 자기는 잘 모르겠다고 대답을 피했다.
그리고 가게를 나오는데 한 동양 남자가 쫓아와 말을 걸었다. 중국인이 하는 화랑에 서있던 남자였다.
그는 그림을 다시 한번 볼 수 없느냐고 물었다.
그림을 보여주니 그는 그림을 자기에게 팔 수 없느냐고 묻는다.
그래 얼마를 줄 수 있느냐고 물었더니 200파운드를 준다고 한다.
40파운드에 산 두 점을 200파운드에 되팔면 나는 30분 만에 그 자리에서 400%의 순 수익을 올리는 셈이다.
나는 거절을 하고 다시 며칠 후에 세계 최대의 경매 회사인 '소더비' 본사로 그림을 들고 찾아갔다.
중국인이 쫓아 나오며 200파운드를 주겠다는 것은 진품일 수도 있었기 때문이었다.
시내 한 중심에 있는 소더비를 찾아가 중국 회화담당 에게 면담을 신청했다.
만약 진품이라면 소더비에 바로 경매를 의뢰할 작정이었다. 담당자는 그림을 조심스럽게 펼쳐 보고는 살펴보더니 사진을 찍어 홍콩에 보내 봐야 한다고 하는 것이 아닌가?
결국 그도 확신을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순간 나는 세계 최고의 경매기관인 '소더비 런던'의 실력과 한계를 깨달을 수 있었다.
그림은 절대로 사진으로 위작 여부를 확인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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