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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하현의 문화현장- 영국 사람들의 이야기 (6)>꽃을 키우지 못하는 여자하고 사는 그 남자, 로버트 3.
1.
“처음 프란세스가 함께 동거하던 제임스(James)를 저에게 인사시키는 자리였어요. 그때 제임스는 프란세스의 허벅지를 쓰다듬고 앉아있었죠. 그 모습이 별로 보기 좋지 않았어요.”
나는 그의 말을 듣는 순간 묘한 기분이 들었다.
진한 애정표현이나 키스도 아니고 함께 사는 누이의 허벅지를 쓰다듬고 있는 연인의 모습은 영국 사회에선 보편적인 일이다.
그가 지나친 결벽주의자나 도덕주의자인가 의심을 하는 중에 나온 그의 말은 더욱 나를 놀라게 했다.
“리빙 룸의 입구에서 이상한 사진 액자를 보았지요. 나는 그 액자를 본 순간부터 프란세스의 약혼자를 좋아하지 않았어요."
"이상한 액자요?"
내가 물었다.
"첫째 부인부터 후에 만난 애인들 사진들까지 벽에 다 걸어 놓은 걸 보았습니다.
왜 그런 그의 모습을 프란세스가 그냥 보고 있는지 이해가 안 되더라고요.”
나는 그 때 그의 말을 듣고 바짝 다가앉으며 이렇게 물었다.
"다들 그런 것이 아닌가요?"
나는 그런 것이 영국에선 일반적인 모습인줄 알고 있었다.
프란세스의 전 남편처럼 과거 여자들의 사진을 모두 걸어놓고 사는 내 친구인 폴이 떠올랐다.
폴의 집에서 전에 헤어진 여자들의 사진을 모두 함께 걸어놓고 있는 것을 의아하게 생각했었다.
더욱 현재 함께 사는 여자와 같이 지난 과거의 여자들을 함께 들여다본다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러나 몇 몇 영국인 집에서 그런 액자들을 보았고 더욱 파티에 전 파트너와 가족들을 함께 초대해 그런 것들이 보편적인 일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많은 사람들 집에서 똑 같은 현상을 보아서 영국의 워킹클라스들은 다 그런 줄 알았다.
폴도 프란세스의 동생인 로버트와 마찬가지로 워킹 클라스 출신의 가정에서 자랐고 역시 프란세스의 두 번째 남편인 스미쓰도 비슷한 환경 속에서 자랐기 때문이다.
물론 미들클라스들 집에선 이런 모습을 전혀 찾을 수 없었다.
“왜 다른 사람과 살면서 지난 여자들의 사진을 붙여 놓고 살아요?”
“사진뿐만 아니라 생일 날 전 파트너를 초대하는 것도 보았는데요.”
내 말에 그는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고 어색한 미소로 답변한다. 영국 사회는 살면 살수록 아리송해지는 것 같다.
비교적 자신이 지식인이라고 생각하는 폴도 주방으로 올라가는 계단에 자기의 과거 여자들의 사진들을 한 액자 속에 모두 넣어 걸어 놓았었다.
그는 나에게 첫 번째 두 번째 부인이라고 설명을 해 주었었다.
2.
몇 해 전, 교회 사택의 울타리를 피터가 새로 만들고 있는데, 제인이 내게 와 이렇게 말했었다.
“지금 피터가 울타리를 거꾸로 설치하고 있는데 말 좀 해줄래요?”
나는 그녀의 말에 이렇게 말했다.
“직접 가서 말해요.”
왜냐하면 나하고 안지는 10여년 되었지만 그녀와 피터는 20여년을 함께 공동체 생활을 한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러자 그녀는 “영국 여자들은 남자가 하는 일에 대고 직접 대놓고 말을 하지 않아요.”
나는 그녀의 말을 듣는 순간, 까무러치듯 자빠질 뻔 했다.
어느 정도는 대가 세고 오지랖이 넓지는 않지만 할 말은 다하고 사는 여자들이 영국 여자라고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녀의 입에서 나온 소리는 조선시대 양반집 규수 같은 말이었다.
일일 연속극인 ‘코로네이션 스트릿’이나 ‘이스트 엔더스’를 봐도 그리고 신문을 봐도 오늘 내가 만난 제인 같은 여자를 본 적이 없었다.
길거리에서 간혹 만나는 영국의 여자애들에게서 그런 모습을 짐작조차 하지 못했다.
우선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고 피터에게 일단 그녀의 의견을 전했다.
그리고 같은 동료인 40대 후반의 전형적인 미들 클라스 출신에 런던 중심의 고등학교에서 교사 생활을 하고 있는 레슬리에게 물었다.
“제인의 말대로 정말 영국 여자들이 그래요.”
그녀는 고개를 끄덕이며 이렇게 대답하는 것이 아닌가?
“다 그런 것은 아니고 전통적인 가정에서 성장한 사람은 좀 그런 점이 있어요.
3.
뜻밖에도 영국의 전형적인 워킹 클라스인 로버트도 그것을 부정적으로 보고 있다.
그의 증언으로 옛 애인들의 사진을 도배하듯 붙여놓은 행위가 워킹클라스들에게도 정상적인 일은 아니라는 것을 나는 오늘 새롭게 깨닫게 된 것이다.
사회 계층이 다르다고 사는 방법이 사실 다를 필요는 없다.
그러나 그들은 다르게 생각하고 다른 문화를 가지고 산다.
그리고 다르게 사는 자기식의 방법을 자랑스럽게 여기는 사람도 적지 않다.
영국 사회를 깊숙이 들어가서 만나게 되는 것이 바로 이 계층 사회의 벽에 둘러싸인 계층마다 다른 문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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