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1/ 우르의 상자 전면>
<그림 2/ 뒷면의 모습>
전하현의 문화 현장
죽기 전에 꼭 봐야 하는 세계의 위대한 미술 50선 (1)
1. 우르의 상자(The Standard of Ur, )
우르의 상자는 메소포타미아 지역의 12개의 고대 문명국가 중, 우르(Ur)라고 불리는 도시 국가에서 발견된 유물입니다. 기원전 2600년에서 2400년 전에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하고 있으니 약 4500년 전의 유물입니다.
이 아름다운 상자는 1920년에 영국의 고고학자인 레오나르드 울레이 경(Sir Leonard Woolley)에 의해 지금의 이라크 수도인 바그다드 시의 남쪽 지역에서 발견되었습니다.
작은 서류가방만한 크기(높이 21.59 x 길이 49.53 cm, (8.5 x 19.5 인치)의 나무 상자에 접착제로 조개껍질과 붉은 색의 라임 스톤(limestone), 코발트색의 라피스 라즐리(lapis lazuli)가 모자이크 형식으로 붙여져 있습니다.
이 우르의 상자를 고고학자들은 용도를 특별한 행사용 악기의 울림통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4천 오백년 전에 만들어진 것으로 짐작하기엔 너무나도 뛰어난 미적 감각이 표현되어 있습니다. 양면에는 각각 전쟁에 참여한 군사들의 모습과 전쟁이 끝난 후의 마치 승리 축하 파티를 하는 듯한 모습이 표현되어 있어 당시의 사회 계급과 옷차림을 알아낼 수도 있습니다.
전쟁이 표현된 면은 왕을 중심으로 3개의 칸으로 나누어져 있습니다. 제일 윗면인 상단의 중심에 비교적 커다랗게 묘사된 왕을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수메르(Sumer)인이 기원전 3,000년 전 경에 발명한 바퀴로 만든 전차와 말, 왕의 신하들이 왕의 옆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중간 칸에는 우르의 병사들과 장교들 그리고 전쟁 포로들의 모습이 보이고 맨 아랫부분에는 마차로 적지를 정복해 적 병사를 살해하는 전쟁 장면을 볼 수 있습니다. 장교와 병사의 복장이 아주 다릅니다. 망토와 투구를 쓴 모습이 무척 세련되어 보입니다. 마차의 디자인도 예사로운 솜씨가 아닙니다.
바퀴를 보면 지금의 제작 방법과 달리, 두 개의 나무판을 반달모양으로 잘라 하나의 원으로 만들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우르에 살고 있었던 종족은 수메르(Sumer)인으로 기원전 3천년부터 바퀴를 발명해 사용하고 원이 360도라는 사실을 알아내서 그것을 건축과 토목 기술에 응용한 우수한 민족이었습니다.
뒷면에는 파티를 즐기고 있는 우르의 모습이 모자이크 되어 있습니다. 여기서 짙은 청색으로 보이는 것은 라피스 라즐리(lapis lazuli)라는 준 보석으로 아프카니스탄 지역에서 생산되는 것입니다. 이를 통해 우르의 수메르인들이 아프가니스탄으로부터 라피스 라즐리를 수입했다는 것과, 먼 옛날부터 이들이 다른 지역과 물건을 사고 파는 교역을 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이 깊은 푸른색을 띤 라피스 라즐리는 메소포타미아 지역 사람들이 특별히 좋아해서 우르뿐만 아니라 바빌로니아, 아시리아 국가에서도 매우 자주 사용되었습니다.
르네상스 시대에는 이 보석을 곱게 갈아서 물감으로 사용했고, 레오나르드 다빈치도 ‘동굴 속의 성모’를 그릴 때 이것을 사용합니다.
빨간 색은 라임스톤 그리고 상아색은 조개껍질을 이용한 것입니다. 이쪽 면은 전쟁을 표현한 뒷면과 달리 아주 평화로운 모습입니다.
왕이 귀족들과 파티를 하는 장면 속에는 악사와 악기의 모습도 찾아볼 수 있습니다. 이를 통해 우리는 당시의 음악과 예술, 풍속도 읽어낼 수 있습니다. 악기가 어떻게 생겼는지 관찰하며 그들이 연주했을 음악을 상상해보고, 그들이 파티하는 모습을 머릿 속에 그려볼 수도 있습니다.
양을 치는 목동과 소를 이용해 농사를 짓는 농부, 그리고 곡식을 나르는 하인 혹은 노예의 모습도 보입니다. 지게를 지고 물건을 나르는 인부도 보입니다. 이들은 각기 다른 종류의 옷을 입고 있어서 4600년 전 메소포타미아 지역의 복식을 알아 낼 수 있습니다.
이렇게 작은 나무 상자를 통해 4천 년 전의 생활, 복식사, 풍속, 기술, 사회제도와 계급, 수출입과 무역 상황 등 많은 것을 알아낼 수 있기 때문에, 우르의 상자는 인류 문화를 밝힐 수 있는 소중한 자료입니다. 현재는 런던의 대영박물관 메소포타미아 전시관에 소장되어 있습니다.
<전하현/ writer, hyun.h.Jun ©미술사가, 문화 평론가, 미술사를 강의하며 국내 매체에 미술과 문화 평론 등을 연재하고 있음, 저서‘스물이 되기 전에’ (생각의 나무)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