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현대미술을 위해

by 유로저널 posted Feb 02,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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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몇 번이나 말한 것처럼 뉴욕이 현대미술의 세계적인 중심지라 하지만 요즘은 그렇지도 않다. 왜냐면 많은 젊은 예술가가 뉴욕보다 런던으로 오는 것을 택하지 말이다. 나만 봐도 그렇다. 처음 유학을 결심했을 때 뉴욕과 런던을 두고 한참을 고민했어야 했다. 하지만 마지막에 결정한 곳은 결국 런던이었다. 미술을 잘 모르시는 부모님은 의아해하셨다. 왜 뉴욕으로 가지 않고 런던으로 가는지에 대해서 말이다. 그런 부모님한테 이해가 쉽게 설명하기 힘들었지만 내가 하고자 하는 것에 언제나 믿음을 가지시는 분들이기에 그냥 언제나 늘 그렇듯이 내가 결정하는 대로 내버려 두셨다. 며칠 전에 어머니한테서 전화가 왔다. 한 TV 프로그램에서 영국의 현대미술 시장이 얼마나 거대해지고 있고 그 영향력이 커지고 있는지에 대해서 다뤘다고 하면서, 영국을 선택한 것을 잘한 것 같다며 웃으셨다. 이제는 그림을 잘 모르시는 –내가 보기엔 우리 부모님이 잘 모르신다라기보다 한국의 보통 사람들과 같은 눈을 가졌다고 해야겠다. 그림을 어떻게 봐야 하는 것인지 늘 의문을 가지는- 나의 부모님조차 깨닫고 있는 중이다. 런던의 현대미술 시장이 얼마나 거대해지고 있는지 말이다.

오늘날의 영국의 현대미술에 힘을 실어준 사람들이 그룹 ‘YBA (Young British Artists)’이다. 미술을 전공하는 이들에게는 레오나르도 다빈치나 피카소의 이름을 듣는 것처럼 익숙하고, 때론 너무 자주 들어 지루하기까지 한 이름이다. 하지만 일반인들에게는 생소할 수 있을 것이다. 오래 전 칼럼에서 언급했었던 영국의 가장 유명하며 살아 있는 작가 중 작품 값이 가장 비싸다고 했던 데미언허스트(Damien Hirst)를 기억하는지 모르겠다. YBA는 1980년대 후반 데미안 허스트가 골드 스미스 컬리지 (Goldsmiths College) 재학시절 대학원생의 신분으로 공장을 빌려 '프리즈(Freeze)'라는 제목하에 치밀하게 기획된 전시를 선보인 사건으로부터 시작되었다. 이 전시를 기점으로 1950년대 영국 팝아트 운동 이후 특별한 흐름이나 작가를 배출하지 못했던 영국 미술은 국제 미술계에 그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하였고 현대 미술의 새로운 흐름을 주도하게 되었다. YBA 작가들은 전통적인 회화와 조각의 재료를 거부하고 새로운 오브제로 작품에 접근 할 뿐만 아니라, 그 재료들의 종류를 보면 도저히 이해가 불가능해 보이기도 한다.

데미안 허스트의 작품은 의료용으로 사용되는 포말데이드 용액에 절단된 동물의 시체를 넣음으로써 관객들에게 충격을 주었다. YBA의 선두주자인 데미언 허스트뿐 만이라 마크 퀸(Marc Quinn)이라는 작가는 자신의 피를 응고시켜 그 위에다 자신의 얼굴을 조각하여 온도가 일정하게 유지되게 제작된 특별한 박스 안에 집어 넣었다. 사실 그 조각에 사용된 피는 4리터 정도로 인간 몸 속에 들어있는 피의 양과 거의 동일하다. 한국에 있었을 때 천안에 있는 아라리오 갤러리에서 그의 작품을 실제로 본 적이 있는데 사실 작품에 대한 감동보다 피가 얼마나 잘 응고 되어 있는 지와 특별히 제작된 박스의 테크닉에 눈이 더 갔었던 것 같다. 크리스 오필리(Chris Ofilli)라는 작가는 어떤가. YBA의 작가들 –데미언 허스트와 마크 퀸, 크리스 오필리 외에 길버트 앤 조지, 제이크 앤 디노스 채프만, 사라 루카스, 트레이시 에민 등이 여기에 속한다- 대부분이 조각작품을 선호하는 가운데 크리스 오필리는 평면 회화작품을 고수한다. 그래서 조금이라도 전통적이고 평범할 것을 예상한다면 천만의 말씀이다. 사실을 알고 보면 어떤 YBA 작가들보다 충격적이라고 할 수 있다. 오필리는 코끼리 똥을 포함해 작품에 특별한 재료를 사용하는데 코끼리 똥을 그림에 붙히거나 그것을 이용해 그림을 그린다. 그는 자기 ‘정체성’에 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고 문화적 정체성의 혼돈을 극복하려는 과정에 짐바브웨의 바위그림에서 발견되는 끊임없이 이어진 형태의 고유 문양, 코끼리의 똥, 포르노 잡지에서 오려낸 여자의 성기, 기독교에 바탕을 둔 제목들을 상징적으로 병렬시킨 독특한 개념을 고안해냈다. 다소 논란의 소지를 가지고 있는 그의 작업은 많은 사람들의 우호적인 견해와 차가운 냉소를 한꺼번에 가진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아프리카 짐바브웨 출신 흑인인 그가 순수미술 분야의 작품을 통해 영국 문화의 한가운데에서 ‘아티스트’로 받아들여진다는 사실은 인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유일한 흑인 작가인 오필리를 비롯하여 YBA작가들은 영국인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들은 인간의 욕망과 사회에 대한 비판적인 시선을 견지하고, 전통 미술의 변형 속에서 새로운 미술이 가능하다는 실험정신을 바탕으로 1950년대 영국의 활발한 팝 아트 운동 이후, 미술사에서 다시는 만나 볼 수 없을 수도 있었던 영국이라는 나라의 미술세계의 전동차역할을 하였다.

‘시도나 도전’ 같은 것을 한다는 것은 늘 결과에 대한 걱정과 망설임이 함께한다. 왜냐하면 누구도 가지 않은 길이거나, 쉽게 갈 수 있는 현실적 조건이 아닐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루고자 하는 갈망과 함께, 철저한 준비가 뒤따른다면 그 어떤 것들보다 힘있고 강한 영향력을 사람들 앞에 보여줄 수 있다. YBA 작가들이 바로 그 좋은 예이다. 조용하기만 한 런던 미술세계에 지루함을 느꼈던 학생들이 모여 뭔가 새로운 것에 도전하기 위한 궁리를 하고 있었을 것이다. 그들이 행운아들이라고도 말할 수 있다. 왜냐하면 이미 유명세를 떨치는 작가부터 원로작가, 미술대학 학생들까지 미술을 하는 사람들에게서 화합이나 의기 투합해서 뭔가를 같이 한다는 것은 사실 쉽지 않다. 개인주의이거나 자기 만의 고집과 세계가 분명한 이들이 많고 다른 사람의 의견에 쉽게 수긍하지 않기 때문이다 –아무리 자신들은 아니라고 해서 결국 일반인들보다는 그렇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이처럼 삐걱거리기 쉬운 젊은 학생들이 서로 머리를 맞대고 심각한 모의를 했었던 것이다. 치밀한 계산과 함께 말이다. 그것이 ‘Freeze’ 전시회를 만들었으며 영국뿐만 아니라 전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키게 되었다.

꼭 이들 때문에 영국의 현대미술의 이렇게 성장했다고 말하기는 힘들 수 있으나, 오늘날 영국의 현대미술 발전의 원인을 분석할 때 이들에 대한 언급을 아무도 빼놓지 않는다는 것은 분명하다. 이들이 주목 받기 시작한 것이 1980년대 말이다. 벌써 20년도 더 지난 일이니 또 다른 젊고 용기로 가득한 정신을 지닌 작가들이 일어나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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